없는 사람

 

정재원

 

이름을 지우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꽃 진 바닷가

빗물이 흐르고 있네

 

쓴 심장

더는 뜨겁거나 차가울 일 없는

 

저녁은 노을로노을로

모래 위에 그린

꽃그림을 지우고 있네

 

 

 

시감상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서 남는 것은 아마 이름일 것이다. 세월이 불쑥 흘러 한참이나 지난 어떤 날, 상대방의 이름조차 기억에서 지워져 없는 사람이 될 때, 심장이 뜨겁거나 차가울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툭 튀어나온 감상 한 무더기. 여전히 이름은 지워지지 않았다. 없는 사람이라는 말은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우린 지우다 쓰다, 쓰다 지우다 사는 것이다. 모래 위에 그린 꽃그림처럼 언제든 다시 필 준비를 하며 사는 것이다. 지울수록 지워지지 않는 것이 사람이다. 그래서 평생 안고 사는 것이다. 이름을.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경기 여주, 문예바다 신인상, 2021 시집 <저녁의 책과 집을 잃은 노래>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