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보는 풍수 & 관상 이야기-33

강충구

정통풍수지리학회 회장

인상상담사

풍수지리학은 인간이 살기 좋은 터를 갖기 위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빈부귀천을 떠나서 좋은 곳에 살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 욕구이며 욕망일 것이다. 요즘 부동산 광풍(狂風)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일부 투기 세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근본적으로 형편에 맞춰 좋은 곳에 살고자 하는 몸부림이 아닐까 생각한다.

 

필자는 젊었을 때 좋은 터는 고사하고 금액에 맞추어 숱한 곳으로 전세, 월세 이사 다녔다. 그 당시 비록 초라한 방 한 칸을 얻는 처지이지만 햇빛은 잘 드는지, 동네가 시끄럽지는 않은지는 꼭 확인하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사람의 본능은 대동소이할 것이다.

 

이번 호에는 집터, 묘터 구분 없이 좋은 터나 나쁜 터는 어떤 것인지 알아보겠다. 고전(인용 <금낭경錦囊經>)이라 양택보다는 음택 위주 설명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풍수의 가장 기본은 형세(形勢)를 잘 살펴보는 것이다. 즉 주변의 형태와 산맥(풍수 용어로 龍脈이라 함)의 세(勢)를 보는 것이다. 우선 세와 형이 같이 순(順)하면 길(吉)하고, 역(逆)하면 흉(凶)하다.

 

여기서 순은 이치에 맞는 것을 말하고, 역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을 말한다. 풍수나 인간사는 순리에 맞는 것이 좋은 것은 당연하다.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자. 세(勢)는 흉하고 형(形)이 좋은 것은 백 가지 복 중에 오직 하나만 좋다고 즉, 다흉소복(多凶小福)이다. 반면에 세는 길한데 형이 흉하면, 불행(禍)이 날(日)을 가리지 않고 온다. 자신이나 집안에 화(禍)가 빨리 닥쳐온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산세가 놀란 뱀처럼 이리저리 비뚤어지면서 서서히 기울어져 있으면, 나라나 가정이 멸망한다. 필자도 답사를 다니면서 이런 유(類)의 산을 본 적이 있는데 보기에도 불편하다. 산세가 날카롭고 딱딱한 긴 창(創) 같으면, 남자의 경우 군대에 가서 죽거나 형벌(刑罰)로 죄수가 된다. 산세가 마치 무정(無情)하게 흐르는 물 같으면, 산 사람이 귀신에 홀린 듯 미쳐버린다고 한다. 무정하게 흐른다는 것을 여성의 허리에 비유하면 볼륨이 있는 S자가 아니라 밋밋하게 늘어진 허리를 연상하면 될 것이다.

 

참으로 만나기 어렵지만 산세가 만(萬) 마리의 말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 같으면, 그 묘터는 왕(王)이 나는 곳이다. 한마디로 최상이란 뜻인데 이런 형상을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산세가 거대한 파도와 같고, 잇달아 뻗어있는 산봉우리들이 중첩(重疊)으로 가로막아 보호해 주면 천자(天子)가 날 묘터이다. 산세가 하늘에서 힘차게 내려오는 용 같고, 물이 에워 감싸주고 구름이 용을 타오르는 듯하면 벼슬이 삼공(三公)에 이른다고 하였으니 요즘 같으면 고시 합격해서 중앙부처 고위직이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일 것이다.

 

산세가 마치 많은 집을 겹쳐 놓은 것 같고, 풀이 무성하고 나무가 곧고 높이 자라는 곳은 지기(地氣)가 왕성하다는 뜻인데 이런 곳은 한 나라를 세울 수 있는 큰 인물이 나오는 땅이다. 우리가 모르고 지나쳐서 그렇지 간혹 이런 곳은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형세가 모자(帽子)를 단정하게 쓰고 있는 것 같으면, 영원히 창성(昌盛)하고 기쁠 것이다.

 

형세가 마치 엎어놓은 가마솥 같고 그 꼭대기 부분에 장사(葬事)를 지내면 부자가 될 것이다. 이런 곳을 한번에 알아보려면 어느 정도 고수의 반열에 올라야 한다. 형세가 청룡이 두른 듯 감싸 안아주고 백호는 웅크린 듯하며, 앞의 안산(案山)이 집과 같으면 절대로 명예가 실추되거나 벼슬에서 쫒겨나는 일이 없다.

 

형세가 제비집 같은데 그 움푹한 부분에 법에 맞추어 장사를 지내면 제후가 된다. 형세가 마치 술독이나 대야를 엎어 놓은 것 같고 뒤의 용맥은 멀리서 오고 앞에는 산과 물이 곡선으로 둘러 감싸안아 주면서 응대하면 귀하고 높은 벼슬이 난다. 이것은 수많은 형세 중에 좋은 풍수의 전형적인 모습이니 길한 것은 당연하다.

 

위와 반대의 경우를 알아보자. 형세가 경(經)에 맞지 않으면 기(氣)는 축출되듯이 이탈한다. 우리 몸의 기가 빠져나가면 좋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형세가 마치 칼 위를 보도록 세워 놓은 것 같이 등(背)이 좁고 날카로우면 흉화(凶禍)를 당하거나 숨어다니는 일이 생긴다. 우리가 나쁜 일을 하면 교도소 담장 위로 걸어 다닌다고 하는데 이런 경우가 여기에 해당이 된다고 하겠다. 형세가 눕혀놓은 긴 칼과 같이 좁고 길면 처참한 죽임을 당하거나 참담한 일을 겪는다.

 

형세가 마치 제사 때 옆으로 가로 놓은 제사상과 같이 맥(脈)이 잘리면 자손이 멸망하고 화를 당한다. 형세가 마치 뒤집혀져 있는 배 같으면 여자는 병이 들고 남자는 감옥에 가는 일이 생긴다.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하였듯이 이런 형상에서 좋은 일을 기대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형세가 재를 담는 주머니 같으면 집이 화재를 당하여 불에 타고 창고가 잿더미가 되는 화를 입는다.

 

위와 같이 길한 터와 흉한 터의 예를 들어보았다. 위 내용은 옛 고전을 인용했기 때문에 100% 믿을 필요는 없지만 동가홍상(同價紅裳)이라고 기왕이면 좋은 곳을 찾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우리가 노력만 하면 주변에 좋은 터는 많으리라 생각한다. 기왕이면 나쁜 터는 무시하고, 좋은 터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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