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두 번째, <햄릿>

 

박수영 책찌짝찌 독서모임 회원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 햄릿은 우유부단한 인물인가?

 

어느 날 선왕인 아버지의 혼령이 나타나 자신의 억울한 죽음을 알린다. 덴마크의 왕자인 햄릿은 왕이 된 숙부가 아버지를 독살하고 어머니와 결혼했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워한다. 왕을 죽일 기회가 있었지만 복수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고뇌가 담긴 유명한 문장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갈등하는 햄릿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우유부단하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햄릿은 왕자이기 전에 인간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두 달 만에 숙부와 결혼한 어머니, 그리고 모든 아버지는 언젠가 다 죽음을 맞이하니 감정을 추스르고 현실을 받아들이라 강요하는 숙부인 왕. 내가 만약 햄릿이라면 왕의 말처럼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지우고, 살아생전 아버지와 애정이 두터웠던 어머니의 모습을 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왕을 죽임으로써 복수를 했다면 우리는 햄릿에게 용감하고 결단력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많은 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한다. 먹을까 말까, 할까 말까, 살까 말까…. 결정 장애라는 단어는 무언가 하나를 결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말해 주고 있다. 햄릿은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재혼한 어머니를 축하해야 하는 상황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사람이기 때문에 감정을 추스르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우리는 때로 남에게 빠른 감정 정리를 재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판단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완벽한 타인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타인이 본 나 또한 타인이다. 누군가 나에게 완벽함을 기대한다면 부담스럽고 무기력한 삶이 될 것이다. 살면서 한 번도 우유부단하지 않았던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인생의 시련과 역경을 로봇처럼 척척 해결하고 감정정리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불완전한 나를 인정한다면 아마 완벽한 타인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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