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보는 풍수&관상 이야기-32

강충구

정통풍수지리학회 회장

인상상담사

요즘처럼 변화무쌍한 세상에 인간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이나 운명을 예측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일명 미래 예측학이라고 하는 사주명리학은 그 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즉 음양오행과 십간십이지의 여덟 글자를 활용해 인간의 길흉화복을 예측하는 것이다. 공학을 전공한 필자가 사주명리학을 처음 대했을 때는 믿음 반, 의심 반으로 시작했는데 연수(年數)가 쌓이면서 조금씩 신뢰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전공이 토목(土木)이라 오행에 해당하는 목토(木土)가 있어서 그렇게 연관이 없는 건 아니라고 누가 농담해서 함께 웃은 적이 있었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다. 이런 존재를 우주 자연의 순환질서와 변화원리에 연결시킨 것이 사주명리학이다. 어릴 때 주변에서 ‘내 팔자가 왜 이 모양이지’ 하는 자조하는 소리를 가끔 들은 적이 있다. 사주명리학을 공부하면서 이 여덟 글자(八字)가 인간의 명(命)과 변화하는 운(運)을 분석하여 인간사의 빈부귀천(貧富貴賤)과 길흉화복(吉凶禍福)을 해석하는 엄청난 숫자라는 것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위와 같은 내용들을 분석해가는 것을 사주통변(四柱通辯)이라고 한다. 쉽게 얘기하면 당사자의 사주를 풀어서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사주를 구성하는 8개 글자로 음양오행상으로 생 하는지(生化), 극하고 제어하는지(剋制)를 알아보는 것이다. 위에 있는 네 글자인 천간(天干)과 아래에 있는 네 글자인 지지(地支) 행운(行運)의 음양오행이 상호작용하는 관계를 살펴보는 것이다. 초보는 배운 기본대로 위 사항들을 하나하나 따져 나가지만 고수(高手)는 여덟 글자를 쭉 훑어보고 단박에 읽어내는 것을 보고 감탄하며 부러워했다. 공부를 하다 보니 글자 밑에 숨어있는 지장간(地藏干)이라는 것이 있어서 이것까지 분석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주통변이 단순한 것 같지만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그것이 사주 공부가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누구는 사주풀이는 AI도 못한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요즘 일부 분석이 가능하다고 한다. 통변 이론은 조후론(調喉論), 억부론(抑扶論), 격국론(格局論), 신살론(神煞論)이 대표적이다. 사주통변은 기본 원리에 충실히 해석하는 것이 있고, 변화하는 시대와 상황에 맞게 변용(變用)하여 해석하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사주에서 도화(桃花)는 옛날에는 정조를 지키지 못하는 바람기 있는 여자로 해석하지만 현대에는 성공할 수 있는 연예인의 끼로 해석한다. 관상에 관골의 간격이 넓고 많이 튀어나오면 옛날에는 과부상이라 했지만 현대에는 캐리어 우먼으로 해석한 것과 마찬가지 원리이다. 사주통변은 이론적으로 잘 분석해야 하지만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시대 상황이나 나이, 직업 등 처해있는 환경에 잘 접목하여 해석해야 한다. 사주통변 이론은 독립적이면서도 상호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그것을 조합한 종합적인 분석과 해석이 필요하다. 이는 공학이나 자연과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호에는 사주통변 중에 조후론(調喉論)에 대해 알아보자. 조후론은 쉽게 얘기하면 해당 사주가 차가운지, 따뜻한지, 건조한지, 습한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즉 한난조습(寒暖燥濕)을 알아보는 것이다. 차고 습하면 따뜻하고 건조한 기운이 필요하고, 따뜻하고 건조하면 차고 습하게 해주어 중화(中和)를 이루는 것이다. 우리가 폭염 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손이 차면 장갑을 끼는 이유이다. 조후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기후이며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히 4계절과 월(月), 시(時)이다. 쉽게 말하면 물(水)과 불(火)의 기운을 측정하여 음양의 변화인 온도와 습도를 맞추는 것이다. 요즘 정치권이 두 쪽으로 갈라져 밤낮 싸움하는 것을 보면서 중화지기(中和之氣)는 없고 극단으로 치닫는 것 같아서 참으로 안타깝다. 정치나 인간 만사에 음양의 조화가 필요한 것이다.

 

조후론은 단순히 기후의 조후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부부관계, 질병, 남녀의 궁합, 질병이나 건강상태 등을 판단할 때 중요하게 참조한다. 예를 들어 남편이 뜨거운 사주이면 아내는 중화를 시킬 차가운 사주가 필요한 것이다. 뜨겁고 건조한 사주는 깔끔하고 일의 속도가 빠른 반면에 감정기복이 심하고 참을성이 부족해서 꾸준히 일을 추진하지 못하는 편이다. 매사를 조급하게 서두르거나 경솔한 행동으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반면에 차갑고 건조한 한조(寒燥) 사주는 환경에 예민하고 신경질적이나 신체의 내부적 반응은 느린 편이다. 조후론은 계절에 따른 음양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이번 호에는 사주 여덟 글자(八字)에 대해 알아보고 사주통변에 가장 기본인 조후론에 대해 알아보았다. 조후론은 사주의 강약을 구분하여 강한 것은 약하게, 약한 것은 강하게 하는 억부론(抑扶論)과 함께 사주통변의 기장 기본이론이다. 내용은 거창하지만 기본 원리는 극단으로 치닫지 말고 중화지기를 지켜야 탈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사주통변의 기본이면서 인간 만사(萬事)의 근본이 아니겠는가. 이번 호를 마무리하면서 ‘지나침은 아니함만 못하다’라는 옛 성현의 말씀이 생각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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