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번째, <아기 타조의 엄마는 누구?>

박수영 딥인더북 독서모임 회원

나무 위에 외로운 사자 한 마리가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 타조들을 데리고 먹이를 찾아 나온 엄마 타조를 보고 사자는 귀여운 아기들을 몰래 데려다 키우려는 엉뚱한 생각을 합니다. 엄마 타조가 벌레에 한눈을 판 사이 사자는 아기들을 달래 자신의 뒤를 따라오게 만듭니다. 아기 타조들은 사자가 엄마인 줄 알고 졸졸 쫓아갑니다.

 

엄마 타조는 애가 타 다른 동물들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그러나 가젤은 나와 상관없는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다며 뛰어가 버리고, 하이에나는 아기타조들이 사자를 따라가는 것을 보면 사자의 아기가 분명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자칼은 사자에게 타조와 사자는 다리 수가 다르니 사자의 아기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사자는 타조의 날개를 가리키며 앞다리가 자라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사자를 따라 자꾸자꾸 가다 보니 어느덧 몽구스 굴에 다다릅니다. 마지막으로 엄마 타조는 몽구스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몽구스는 사자에게 “사자야, 넌 바보 멍청이야!” 하는 말로 사자를 화나게 하고 재빨리 굴속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화가 나 굴 밖으로 몽구스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사자를 뒤로하고 엄마 타조는 아기 타조들을 데리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사이 부족의 설화 중 ‘기다란 목과 반짝이는 눈을 가진 타조도 앞일을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엄마 타조는 사자가 아기 타조를 자신의 아기라고 우길 거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자신이 아기들을 빼앗길 것이라는 것 역시 상상조차 못했을 것입니다. 도움을 청했지만 어떤 이는 끼어들고 싶어 하지 않았고, 어떤 이는 도와주려 했지만 상대가 막강해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인간 사회에도 많은 인간군상이 있지만 누가 아군이 되어주고 누가 적군일지는 제아무리 현명한 사람이라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주변의 지인들이 모두 아군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도 믿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인간상은 원래 다양하므로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뜻밖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 속의 사자처럼 작정하고 덤벼드는 일은 피해갈 수가 없습니다. 가까운 지인부터 조금 떨어진, 또는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한 사람이나 뉴스, 책, 영화 등 어떤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내가 도움을 청할 때도 있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때도 있는 것을 보면 나와 남이 동떨어져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내가 만약 00라면...’ 이라고 내 모습을 다른 여러 삶에 대입해 보는 것도 위기 상황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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