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춘이 엄마

 

윤제림

 

재춘이 엄마가 바닷가에 조개구이집을 낼 때

생각이 모자라서, 그보다 더 멋진 이름이 없어서

그냥 '재춘이네'라는 간판을 단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뿐이 아니다

보아라, 저

갑수네, 병섭이네, 상규네, 병호네.

 

재춘이 엄마가 저 간월암(看月菴) 같은 절에 가서

기왓장에 이름을 쓸 때,

생각나는 이름이 재춘이밖에 없어서

'김재춘'이라고만 써놓고 오는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만 그러는 게 아니다

가서 보아라, 갑수 엄마가 쓴 최갑수, 병섭이 엄마가 쓴 서병섭,

상규 엄마가 쓴 김상규, 병호 엄마가 쓴 엄병호.

 

재춘아, 공부 잘해라!

 

시감상

시가 엄격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더욱이 시 속의 단어가 휘황찬란해야 한다는 규정은 더 없다. 다만, 시 속엔 생각이 있어야 한다. 생각은 생명이다. 글이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아무렇게나 아무 말이나 하지 않아야 한다. 재춘이 엄마가 재춘이를 생각하듯 당신의 어머니가 당신을 생각하듯, 시인은 재춘이 엄마를 닮아야 한다. 좋은 시의 첫 번째 조건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충북 제천, 동국대 국문과, 시집 <황천반점>, <그는 걸어서 온다>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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