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장

 

고명자

 

샴푸의 마음

비누의 마음

치약의 마음

화장품 샘플병의 마음

사람의 마음 모양은 이렇게 생겼구나

월정사 세면실 선반에 가지런히

부처 하나씩 내려놓고 갔구나

 

바삐 새벽 예불 올리고

바삐 바삐 윤장대도 돌리고

남의 마음 빌려

머리 감고

이 닦고

세수하고

화장을 한다

 

시 감상

왼손바닥과 오른손바닥이 만나 하나가 되는 일이다. 나와 네가 만나 우리가 되는 일이다. 하나와 하나가 합쳐 큰 하나가 되는 일이다. 예불도 올리고 윤장대고 돌리고 하는 일이 허투루 하는 일이 아니다. 본문대로 남의 마음 빌려 나를 정갈하게 다듬는 일이다. 모두가 잠든 새벽, 홀로 일어나 합장하던 거룩한 합장이 생각난다. 어머니. 무엇을 빌려왔기에 그토록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또 빌었을까? 이참에 나도 조용하게 합장해 본다. 그러고 보니 빌려온 것이 너무 많다. 할 것도 많다. 저기 저쯤에 사뿐하게 가을이 온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2005 시와정신 등단, 전 (시와 정신) 편집차장, 시집 <술병들의 묘지>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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