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재육성의 텃밭이 되는 도시 김포 – 국제교육으로 도약하는 교육현장(1)

1회 :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교육현장 속 대두되는 미래교육

2회 : 달라진 사회가 요구하는 ‘미래인재’의 요건

3회 : 혁신의 이름으로 변화하는 교육현장(1)

4회 : 혁신의 이름으로 재탄생하는 교육현장(2)

5회 : 공동체의 이름으로 탄생하는 교육현장(1)

6회 : 공동체의 이름으로 피어난 교육현장(2)

7회 : 국제교육으로 도약하는 교육현장(1)

8회 : 국제교육으로 도약하는 교육현장(2)

9회 : 김포시 교육현황과 과제 진단

10회 : 김포시 교육과제 속 비전 모색

11회 : 김포시 교육협의체 구성

12회 : 김포시 교육협의체 간담회(1)

13회 : 김포시 교육협의체 간담회(2)

14회 : 김포시 교육협의체 간담회(3)

학습자 주도 수업 중

‘18세기 학교에서 19세기 교사들이 20세기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풍자적인 말이 한때 교육계에서 유행했었던 적이 있다. 세상이 변하고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예측이 불가능할 만큼 기술적 혁신과 글로벌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요즘,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탐구하며 배움을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학교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실생활문제에서 글로벌 이슈까지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는’ 학교가 있다. 국내 공교육 초등 과정에서 국제 프로그램인 IB를 처음으로 도입한 대구 경북대 사범대학부설초등학교가 바로 그곳이다.<편집자주>

경대 사대부초 IB 월드스쿨 기념식

Q. 국내 공교육 초등 과정에서 국제 프로그램으로 IB를 도입한 첫 사례다. IB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A. 국제 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은 토론과 과정 중심 수업 및 논‧서술형 평가로 학습자의 자기주도적 성장을 추구하는 국제인증 프로그램으로 그 중 초등학교 프로그램은 PYP(Primary Years Programme)라 부른다. 4차 산업 혁명에 걸맞은 창의융합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학습자 역량 중심을 키워주는 것이 필수적인데 PYP는 각 개별 교과 중심의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안다’에 해당하는 상위 지식인 개념 이해를 강조한다. 학습자가 주도성을 가지고 개념적 이해와 탐구학습 활동을 통해 생각을 끄집어 낼 수 있도록 실생활 중심의 교과 융합형 수업과 평가를 강조한다. 따라서 IB 프로그램은 정답 찾기가 아니라 생각을 끄집어내는 수업과 평가로 학습에 대한 학생들의 적극성과 주도성, 교사들의 협력이 학교 문화로 자리 잡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Q. 대구시 교육청에서 선제적으로 IB를 도입하게 된 계기는?

A.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10여 년 간 교실수업개선 일환으로 PBL, 하브루타, 비쥬얼싱킹, 프로젝트 학습 등을 꾸준히 실천하며 창의융합적 학생 중심 수업-평가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왔다. 우리교육청이 2019년 본격적으로 공교육에 IB 프로그램을 도입하게 된 이유는 그 동안 교실수업개선의 노력에 이어 초-중-고등학교를 연계하며 새로운 평가 체제의 도입을 통해 미래교육에 알맞은 교육 패러다임 변화를 견인하기 위해서이다. IB 월드스쿨 인증은 그 동안 IB 프로그램이 국제학교, 외국인학교 등 등록금이 비싼 소수의 학교에서만 운영되는 귀족학교라는 오해를 풀고 공립학교에서도 질 높은 IB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는 면에서 의의를 가진다.

 

Q. 경북대 사대부초가 전국 최초로 한국어로 하는 ‘IB 월드스쿨’ 인증을 받았다. 상징적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대한민국 1호 한국어 IB 월드스쿨’에 대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A. 2021년 1월 21일, 우리학교가 드디어 IB 본부로부터 국내 국공립 초등학교 중에서 최초의 ‘IB 월드스쿨’로 인증을 받으며 대한민국 제1호가 되었다. 2018년 10월 IB PYP 관심학교를 시작으로 2019년 5월 IB 후보학교 승인, 9월부터 본격적인 IB PYP 운영을 시작하였다. IB 월드스쿨이 되기 위해서는 교사의 전문성 개발과 학습자 주도성에 기반한 개념 이해 탐구학습을 실행해야 하기 때문에 전 교원이 밤늦은 퇴근을 마다 않고 수업-평가 개선을 위한 연구와 협의를 진행했다. 또한 IB의 컨설팅과 학교방문, 인증학교 신청서 제출 및 2020년 12월 최종 방문 심사를 모두 통과하며 IB 월드스쿨이 되기 위한 까다로운 절차를 거쳤다. 일반적으로 IB 월드스쿨이 되기까지 평균 2-3년의 시간이 걸리는데 우리학교는 대한민국 국공립학교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약 2년이라는 최소한의 시간으로 인증 받은 것이라 감회가 남다르다. 이 모든 것은 더 나은 교육을 위해 노력하신 선생님과 학교에 대해 전적인 신뢰를 보여준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교육청의 지원 덕분이다. 올 1월 경북대 사대부초와 사대부중의 IB 월드스쿨을 시작으로 올해 대구 관내 4개교(초1, 고3) 정도의 IB 월드스쿨 인증을 인증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6학년 PYP 전시회 발표 현장

Q. 경북대 사대부초에서 진행하는 IB 프로그램 과정 중 가장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특징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A. 우리학교가 IB PYP를 운영하면서 가장 노력한 부분은 교과 융합의 초학문적 수업 설계와 실행, 평가의 전 과정까지 동학년을 중심으로 학교 전체 교원들이 워크숍 및 연수를 통해 토의와 토론, 깊은 연구를 협력적으로 만들어간 부분이다. 초등학생의 발달단계와 실생활 관심사를 통하여 개별 교과를 융합한 주제를 해결하기 위해 탐구단원(Unit of Inquiry:UOI)을 개발하기 위해 매일 모여 수업을 논의하고 실행해 나갔다. 물론 이전에도 프로젝트 학습 등을 위한 노력을 했지만 동학년의 교사들이 매일 함께 모여서 같이 연구하고 공부하는 문화는 IB PYP를 들여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학생을 가장 중심에 두고 교육활동을 만들어가는 학교 문화로 탈바꿈되었다. 학교 공동체가 한 마음이 되어 움직이기 위해서 학교에서 학부모 대상의 실질적인 연수도 자주 개최하며 더 나은 교육을 위해 마음을 모았다.

IB 프로그램의 수업-평가 방법은 학생들이 교사에게 의존하지 않고 제시된 과제를 혼자 또는 팀별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끊임없이 해결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교사는 이러한 과정을 촉진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칠판이나 교실 앞에서 ‘무엇을 가르치는’ 역할 보다는 학생 개인 또는 그룹을 지원하는 역할을 주로 한다. 교사가 수업을 이끌지 않아도, 쉬는 시간에도, 집에 가서도 학생들이 탐구 학습은 계속 진행된다. IB 교육에서 평가는 학습 설계 단계부터 마칠 때까지 함께 이뤄진다. 즉 수업이 평가이고, 평가가 곧 수업 과정이다. 별도 평가의 부담에서 벗어나 오로지 과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 학교 학생들은 수업과제 뿐 아니라 학교생활과 일상생활에서의 조그마한 일들도 깊이 관찰하고, 불편하거나 문제점이 있으면 스스로 해결하려는 습관이 몸에 베이게 된 것 같다.

Q. 프로그램 진행에 있어 학부모 반응은 어떠한가.

A. 학교가 처음 IB PYP에 대해 설명했을 때, 잘 알지 못하는 외국 프로그램을 들여와 교육을 바꾸어간다고 하니 학부모들의 걱정이 앞섰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 IB PYP가 외국의 교육과정인줄 알고 국가 교육과정을 배우지 않고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오개념을 가지는 학부모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걱정을 전혀 하지 않는다. IB PYP는 수업의 방법과 평가의 틀을 바꾸는 ‘프레임워크’였고 이 틀 속에 국가 교육과정을 녹여내며 우리 아이들이 배워할 내용을 아이들 스스로 깊이 있게 탐구하며 더 적극적으로 배워 현재 자신의 삶에서 실천하고 행동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아이가 집에 와서 ‘학교 생활이 신나고 많은 것을 스스로 할 수 있어서 공부하는 것이 즐겁다’라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늘었다는 이야기를 학부모들로부터 종종 듣는다. 작년 신입생 지원율이 더 높아진 것만 봐도 학교의 교육활동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와 좋은 소문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들 자랑을 좀 더 하자면 학교에서 IB PYP를 접한 뒤 아이가 배울 때의 모습이 전혀 다르다.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이다. 예전엔 교과서나 일부의 자료를 놓고 문제를 해결하거나 문제집을 익히는 모습이 주였다면 IB 교육을 받은 이후 아이는 더 많은 자료를 활용하여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찾아간다. 예를 들어, 누군가를 소개하는 글쓰기를 한다면 소개 대상을 관찰하고 질문 문항을 작성해 인터뷰하기도 한다. 인터넷으로 관련 자료를 찾고, 소개글이 들어간 책을 검토해보기로 한다. 학습할 때의 모습이 완전히 능동적이란 생각이 든다. 탐구 유닛마다 제공하는 별도 통지를 통해 아이들은 어떻게 앎에 다가가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1학년때부터 6학년때까지 단일 교과 뿐 아니라 주제를 중심으로 여러 교과를 통합해 배우니 교과목 간 전이가 더 잘 일어나고 학생들이 배움에 더 많은 관심과 주도성이 일어나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학부모가 시험 성정 등 결과에 더 초점을 맞추어 아이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IB PYP를 맛보고 나서는 결과와 과정이 모두 중요하다는 걸 직접 체험하고 알게 됐다.

Q. 지난해 IB PYP 전시회를 가졌다. 당시 발표한 내용 및 학생들의 반응, 학부모의 반응에 대해 알고 싶다.

A. 2019년부터 6학년을 대상으로 했던 전시회(PYP에서는 Exhibition이라 부른다)에는 학생과 학부모의 주도적인 참여를 중요시한다. 학생이 무엇을 배울까를 스스로 정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서 진행하게 된다. 산발적으로 모여 있는 교육과정 발표회 등을 학습자 주도성을 강조하여 2019년부터 에듀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했는데 수 개월 동안 학생들이 팀별로 주제를 정하고 교사나 지역사회 멘토의 지원을 받으며 탐구한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 IB 교육의 꽃이라 불리는 행사다. 2020년 6학년 학생들은 장애인 불평등 해소, 중구의 도시재생 프로젝트, 여성의 사회적 참여 등 27개 주제로 팀별 활동에 참가했다. 이틀 간 자신들이 제작한 부스에서 후배들을 상대로 학부모들에겐 온라인을 통해 활동 결과를 발표했다. 아이들은 6학년 2학기가 되면 긴 호흡으로 그동안 학습한 탐구주제를 확장하여 팀별로 협력을 하며 전시회를 준비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실생활 및 국제적 감각, 생각을 갖춘 평생학습자로 거듭나는 경험을 하게 되며 과정적인 어려움을 이겨내는 경험을 하게 된다. 또한, 학교의 의사결정은 선생님, 학부모,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풍토가 일상화 되어야 한다. IB PYP 전시회는 이러한 의사결정과 배움의 과정, 결과를 교사 뿐 아니라 학생, 학부모와 함께 고스란히 경험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교육에 대한 신뢰와 자부심이 높아진다. 지역의 한 방송국에서 TBC 다큐멘터리 <학교 미래를 보다>라는 특징 방송을 통해 우리학교의 IB PYP 전시회를 취재했는데 유투브 방송 보기를 통해 살펴보면 학생과 학부모의 반응이 얼마나 뜨거운지 확인할 수 있으니 추천한다.

 

Q. 경북대 사대부초에서 생각하는 초등과정에서 꼭 필요한 교육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A. 교사가 지식의 전달자로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기엔 세상의 지식이 넘쳐나고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원하는 지식을 찾을 수 있다. 학교는 아이들이 잘 배울 수 있도록 무엇을 어떻게 배워 나가야 하는지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탐구하며 배움을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초등학생의 발달단계를 고려해 보았을 때 아이들은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방식으로 ‘배움을 탐구’해 나갈 수 있는 길을 알려 주어야 한다. 가능한 한 학생들의 주변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실생활문제에서 글로벌 이슈까지 관심을 가지고 지식을 찾는 방법, 자신만의 생각으로 살펴보는 방법, 그 결과로 알게 된 나만의 생각과 이를 공동체가 함께 나누는 방법을 찾아가는 평생학습자의 자세를 가지는 교육이 꼭 필요하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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