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번째, <장화 신은 고양이>

박수영 책찌짝찌 독서모임 회원

샤를 페로의 동화는 대부분 교훈이 있다. 샤를 페로의 대표작인 <빨간 모자>는 유혹을 경계하지 않는 소녀의 경솔함과 쉽게 믿는 행동에 대한 경고성 교훈이다. <신데렐라>에서는 어려움 속에서도 기품을 잃지 않는 우아함을 강조하고 가정교사로서의 대모의 역할(시대적인 배경)을 중시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부르주아 가정에서 자란 샤를 페로는 프랑스 동화책의 아버지라 불릴 만큼 어린이들을 위한 많은 작품을 남겼다. ‘교훈’을 직접 넣었다는 것은 어린이들을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요즘에도 어떤 책에는 ‘이 책의 교훈은 000입니다’라고 매우 친절하게 쓰여 있기도 하다.

<장화 신은 고양이>는 3형제 중 재산을 상속받지 못한 셋째가 달랑 고양이 한 마리를 유산으로 받고, 이 고양이가 방앗간 집 막내 주인을 한순간에 후작으로 신분 상승시키고 마침내 공주와의 결혼까지 성사시킨다. 셋째는 자신의 노력 없이 갑자기 얻게 된 부와 명예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고양이가 그 재치로 많은 사람들을 속이며 주인을 그 자리에 올려놓은 행동은 잘한 일일까?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막 들어갔을 때 독서록을 도와주며 책의 한 부분을 그리던 일이 있었다. 엄마인 나로서는 아이가 그 그림을 똑같이 따라 그렸을 때 만족감이 클 것이라 생각해 몇 번 그렸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아이에게 “엄마가 해줄게” 하고는 똑같이 그려주었다. 예쁘게 색칠을 하며 뿌듯해하고 있었는데 “엄마, 이건 엄마가 한 거지. 내가 한 게 아니야”라고 말하는데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어른들은 아이들에 비해 할 수 있는 게 더 많다. 어떤 분야에서는 월등히 잘할 것이다. 그러나 아이가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일들은 아이의 것이 될 수 없다. 좋은 경험도 좋지 않은 경험도 자신이 직접 겪고 얻은 게 있어야 주체적으로 살 수 있다. 나는 그 뒤로 둘째에게도 셋째에게도 엄마가 대신해 주는 숙제는 졸업했다. 잘 못 그려도 내 손으로 그린 내 그림이 아이들에게는 만족감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교훈이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배워서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나 스스로가 삶의 주체가 되어 답을 찾으면 그게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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