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영 변호사

법무법인 혜안

경우에 따라서는 한 순간의 감정에 휩싸여서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그 돈 그냥 갚지 않아도 된다.”라는 말을 했다가 다시 말을 바꾸는 탓에 돈을 갚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 차이가 발생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채권채무관계는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채무면제가 인정된다면

채무면제는 말 그대로 채권자의 의사표시를 통해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하지 않아도 되게끔 해주는 것으로 민법 제506조에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채무면제 인정된다면, 채무자는 갚아주도록 되어 있었던 돈을 당연히 갚아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러한 채무면제가 채권자의 진정한 의사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면, 일방적으로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또한 채무면제를 돌이켜야 할 사정이 갑작스럽게 생긴다거나 채무면제 당시에는 진정한 의사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을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례가 존재하기 때문에, 후회를 할 만 한 채무면제의 의사표시는 쉽게 하지 말아야 한다.

 

채무를 면제해주겠다는 말을 돌이킬 수 있는 경우

하지만 단순히 채무면제 의사를 표시했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면제가 된다고는 할 수는 없다. 일단 채권자가 채무를 면제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이 진의가 아니었고, 채무자 역시 그 의사표시가 진의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민법 제107조에 따라 무효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채무자도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한 거짓이나 농담조의 말과 같은 경우에는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해서 면제효과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채무면제 자체에 사회상규에 위반되는 조건이 연결된 경우, 예를 들어 면제를 해주는 대신 신체를 포기하기로 하거나 범죄행위를 해주기로 약속하는 행위 등이 있다면 사회상규에 위배되어 면제 자체가 무효에 해당할 것이다.

그리고 채권자가 기절한 상태에서 임의로 채무면제각서에 지장을 찍어버리는 경우나 치매노인의 판단능력이 없어진 상황과 같이 의사무능력 상태였다거나, 채권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서 의사표시를 강요한 경우와 같이 사실상 의사표시를 자유의지로 할 수 없는 상태였던 경우에도 무효가 될 수 있다.

추가로 사기·강박·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는 민법 제110조에 따라 취소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사기·강박·착오를 이유로 취소를 할 수 있다.

다만 착오는 단순히 면제의 의사표시를 착오로 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의사표시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는데, 법률행위 중요부분의 착오란 표의자가 그러한 착오가 없었더라면 그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 하고 보통 일반인도 표의자의 처지에 있었더라면 그러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다288232 판결).

 

끝마치며

채무면제는 채무 자체를 사라지도록 할 수 있는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순간적인 감정으로 쉽사리 면제의 의사표시를 하기보다는 신중하게 표시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면제사실이 있었는지 또 그러한 면제가 무효나 취소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분쟁이 일어나는 일도 가끔 있기 때문에, 채무면제 또한 가능한 한 처분문서를 작성하거나 최소한의 대화기록이라도 남겨 입증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의 법무법인혜안 박효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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