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비명

 

장종권

 

떨어지는 별똥별은 소리가 없다.

시드는 꽃 역시 소리가 없다.

 

떨어지는 별똥별의 소리가 없겠느냐.

시드는 꽃의 비명이 없겠느냐.

 

소리는 소리마다 얼굴이 달라서

다만 없는 듯이 시늉하는 것이다.

 

 

 

시 감상

짧은 시. 짧지만 삶의 예지와 철학이 듬뿍 담겨 있다. 모든 추락하는 것들은 소리를 갖고 있다. 다만, 우리는 우리가 듣고 싶은 소리에 익숙해져 있기에 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소리마다 얼굴이 달라서 없는 듯 시늉하는 것과 소리마다 듣고 싶은 것이 달라서 못 들은 척하는 것의 차이는 크다. 살다 보면 때때로 귀 기울이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세상 무엇에서도 귀를 막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천천히 귀를 열고 들어보면 세상의 소리가 선율처럼 들릴 때가 있다. 내가 내 안에서 내는 사랑이라는 음율이다. 더위가 극심하다. 더위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금세 시원해진다. (글/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전북 김제, 성균관대 대학원, 인천예술문학상, 시집 <아산호 가는 길> 외 소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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