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애선
무형문화재 제5호
‘춘향가’ 이수자
현)국립창극단 단원
대한민국전통예술
전승원 이사
판소리보존회 이사

매일 매일 새로워진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다. 어제도 오늘도 별다른 변화 없이 똑같은 패턴으로 습관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대부분의 인생일 것 같다. 내 인생의 첫 변화는 고2때였다. 그냥 일상적으로 학교에 다니다가 처음으로 소리공부를 시작한 게 고2였다.

고향이 진도라 판소리와 민요를 많이 듣기는 했지만 관객이 아니라 내가 내 목소리로 직접 소리를 해 봤을 때의 그 새로움이란? 첫 수업 후 부엌에서 조심조심 소리를 내면서 부지깽이로 장단을 맞추던 그 설렘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소리가 지금 나의 인생이 되었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이 말은 중국 두번째 왕조인 은나라의 시조 탕왕이 세숫대야에 ‘순일신 일일신 우일신(荀日新 日日新 又日新)’, 즉, ‘진실로 나날이 새로워지고 하루하루 새로워지며, 또 날로 새로워지라.’ 라고 새겨서 개국할 때의 첫 마음을 일깨우던 문구라고 한다.

매일 게으름을 피우면서, 매번 반복되는 잘못된 행동을 고치지 않고서는 변화와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긍정적인 마음과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주변의 변화를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과거의 사고에 갇혀서, 나만의 형식을 고집해서는 새로워질 수 없다. 

 나는 우리의 전통 소리가 좋다. 그 내용과 느낌이 하면 할수록 가슴에 와 닿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가끔 트로트를 부르며 시름을 잊고, 클래식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고, 일 년에 한 두 번은 뮤지컬을 보며 눈과 귀를 호강하는 기쁨을 누린다. 세상의 모든 음악은 다 좋다.

나는 몇 년 전부터 국악가요나 신민요 같은 창작음악이나 장르가 다른 음악과 콜라보레이션을 해왔는데 공연 후 되돌아보면, 확실히 나의 전공인 전통 소리에 대한 시각이나 깊이가 더욱 풍성해졌음을 느낀다. 요즘 유행하는 트롯 오디션에서 보듯 가요를 부르는 사람들도 우리 소리를 하게 되면 성량이나 호소력, 감정표현에 있어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가요가 판소리와 만날 때, 판소리와 민요가 서양음악 또는 영상 미디어 등과 결합할 때 생각지도 못한 멋진 하모니와 울림을 주는 것을 우리 모두 경험하고 있다. 앞으로도 나는 적극적으로 새로운 형식의 음악과 다른 장르와의 협연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나는 오십대에 접어든 소리꾼이다. 걸어온 날만큼 앞으로도 가야할 날들이 있다. 내 나이 때 이미 큰 성취를 이루었던 수많은 선생님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나는 오늘도 일신우일신의 자세로 성실하게 노력하고,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열린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구성 : (사)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 고문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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