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윤규 김포문화원장

원주민과 이주민 상생문화 만들어 정주의식 높일 터

향토사 발굴 기반한 ‘김포학’ 연구로 김포 정체성 정립

지난해 말 지난한 길을 걷던 김포문화원이 4월 박윤규 (사)충효예 문화운동본부 부총재를 제12대 김포문화원장으로 추대했다. 임기 안에 뭘 하겠다는 생각이 일을 그르칠 수 있기에 차근차근 욕심내지 않고, 단 정신 하나만은 똑바로 갖고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그는 “지역 문화인이 단결하고 시민이 결집한다면 잠재력이 충분한 김포가 아름답게 변화할 수 있기에 문화원이 힘을 모아 김포의 바른 모습을 그려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Q. 12대 김포문화원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두 달이 넘어가고 있는데 소회 부탁드린다.

A. 갑자기 문화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당황스러웠지만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비상대책위원회의 강력한 추천에 죽기 전에 보람 있는 일 한번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으로 응했다. 수많은 난관을 헤쳐나가야 하지만 이사, 회원, 직원들과 힘을 모아 김포문화원을 새로운 반석 위에 올리면 그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빠른 걸음보다는 묵직하게 한걸음 한걸음 흔들리지 않고 문화원을 운영해 나가겠다. 원장직을 공경과 봉양의 대상이 아니라 봉사와 헌신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김포문화원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으셨는가?

A. 대학 졸업 때쯤 김포에서 해병대에 자원입대해 3년을 있었다. 그러다 1980년 김포로 아주 들어와 농민문학에 시로 등단하면서 문인협회 활동을 시작했다. 그때 나무심기 운동에 참여하고 민방위 강사로도 활동했다. 그러면서 김포문화에 대한 애정이 커져 갔다. 김포를 더 알고자 문화원에 들어왔고 이사와 부원장을 거치기도 했다. 통진향교 교육부장 시절 성균관 유림대학에서 예절을 배운 뒤 지도하고, 시조창을 가르치며 김포시조협회를 만드는 등 일선 활동도 많이 했다. 10년 전 건강에 이상이 와 관심 두던 일들을 중단했다가 이번에 문화원장으로 돌아와 감회가 새롭다. 기회를 줘 감사하다.

 

Q. 김포에서 김포문화원의 위상과 역할은 무엇인가?

A. 김포문화원의 여러 가지 역할이 있겠지만 김포의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김포 정체성은 김포인이 되는 것이다. 이는 김포시민에게 ‘김포사람’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줘 융합된 김포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김포 살던 원주민과 인구가 늘어나며 유입된 이주민 사이에 대화와 토론을 통해 그런 유대감을 키워야 한다. 그런데 지금 그런 채널을 만드는 사람이 많지 않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김포가 외골수 스타일이다. 이를 벗어던지고 외부인의 경험과 문화를 받아들이겠다는 여유와 정주할 것은 유지하는 신념을 갖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고창 풍천에서 나는 장어가 맛있어 ‘풍천장어’가 인정받고 유명해지지 않았나. 염하강과 한강이 휘돌아치는 김포는 인재와 자원이 쌓이는 좋은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아집과 자기만 잘살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서로 어우러질 때 새로운 김포가 만들어질 것이다. 문화원이 원주민과 이주민이 상생하는 문화를 만들어 김포시민의 정주의식, 애향심을 고취하는 역할을 하겠다. 그런 가운데 문화원의 위상도 높아지리라 본다.

 

Q. 4년 임기 동안 문화원 사업 중 가장 집중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A. 오랜 역사 속에서 지방 문화원은 행사, 교육 등 다양한 문화사업을 전개해 왔다. 지금은 많은 기관과 단체에서도 문화사업을 하고 있다. 이렇게 저렇게 겹치는 것을 빼고 나면 향토사가 남는다. 결국 문화원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향토사가 가장 크고 실제로 주력사업이 되어 집중해야 한다. 다만 옛것만 발굴하고 기록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이것을 활용하는 단계까지 올리는 ‘김포학’을 전개하고자 한다. 현재 김포학연구소를 통해 향토사와 현재를 함께 연구함으로써 김포 정체성을 정립하고자 한다. 더불어 문화의식을 확산시킬 사람을 모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소통하는 문화원을 만들고자 한다. 문화원이 나이 많은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이곳도 세대를 이어갈 젊은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뭘 해도 젊은 사람이 낫다. 하지만 나이 든 사람의 경험은 도서관 이상의 가치가 있다. 이를 활용해주면 좋겠다. 문화원이 젊은이들과 부녀,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들며 소통하는 곳이 됐으면 한다. 시민들이 와서 문화를 즐기는 곳이었으면 한다. 그런 차원에서 문화원 강의실을 개방할 생각이다.

 

Q. 김포문화원이 시민에게 다가가는 노력이 더욱 필요할 것 같다.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원이 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가.

A. 시민들이 문화원에 요구하는 상반된 두 가지 의견이 있다. 하나는 향토사 연구에 집중해 달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향토사에 집중하되 이를 활용해 시민들에게 김포를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내 고장을 제대로 알면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더 나아가 사랑하는 마음이 싹틀 수 있다.

 

Q. 문화원 사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예산 확보가 중요하다. 예산 확대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가.

A. 모든 활동은 작든 크든 재원이 필요하므로 예산이 활동력에 큰 영향을 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현 상황을 반전시킬 방안은 없을 것 같다. 시에서 보조금을 주고 있고, 이사 회원 30분이 100만 원씩, 300여 회원이 회원비를 내고 있다. 회원 1,000명 확보를 목표로 문화에 힘쓰고 기부를 통해 모범을 보인 회원을 김포문화원장으로 장례를 치러주는 사업, 문화장학회, 문화행사 초청 등을 통해 회원 배가운동을 할 계획이다.

사업비를 위해 다양한 공모사업을 잘 활용하고 문화원 자생성 강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김포시와 김포시의회의 문화원에 대한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문화재단과 문화원 다 중요한데 문화원 예산이 턱없이 적다. 문화원은 김포의 얼굴이다. 시와 국가, 사회단체에서 함께 공유하고 키워야 할 곳이라는 인식을 넓히기 위해 시장님, 시의회 의원님들, 담당 공무원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한다.

 

Q. 문화원장 취임과 함께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어떤 구상인가.

A. 지금까지의 조직은 인구 10만일 때의 시스템이었다. 50만 시대를 바라보는 현 김포의 위상을 생각하면 달라져야 한다. 기존에는 사무국 아래 문화사업부를 두고 운영했다. 하지만 조직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사무국 아래 문화사업부 외에 경영부를 신설했다. 문화사업부 과장이 공모를 통해 사무국장이 됐고, 문화사업부에 과장과 주임을 신규채용했다. 경영부에는 과장 한 명을 두고 있다. 김포문화원 가족들의 역량이 단단해지면 문화원도 단단해지고 지역과 시민을 위한 활동도 강화될 것이다. 직원 역량강화를 시작으로 임원 역량강화, 회원 역량강화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Q. 김포를 대표하는 역사 인물을 꼽는다면.

A. 물론 중봉선생이다. 하지만 치우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중봉선생을 중심으로 사상과 업적을 기리는 것은 맞지만 목숨 걸고 싸운 다른 조상도 존중했으면 한다. 비슷한 역량을 발휘했으나 역사에 나타나지 않은 분도 조명해야 한다. 또한 싸움에서 이기면 장군이 다한 것 같지만 실제 병사들이 전투한 것이다. 앞장섰던 병사들이 있어 다이아몬드가 빛난 것이다. 그들을 찾아내 분수에 맞게 대접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역사적 평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중봉 외에 다른 김포 인물, 정신을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

 

Q.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은.

A. 문화원장으로서 지역 인사들과의 소통에 주력하겠다. 많은 분들이 함께 고민하면 더 다양하고 발전적인 생각이 도출될 것이다. 문화원으로 관심과 힘을 모아줄 것을 부탁드린다. 뜻이 있는 분들은 문화원을 찾아주시기 바란다. 김포문화원은 김포의 문화 소통의 창이 되고자 한다. 기존의 틀을 한꺼번에 바꾸면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 기존 사업을 조금씩 업그레이드해 나갈 계획이다. 항상 경청하고 연구하는 자세를 유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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