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파초 박정미 영양선생님

제가 몇 년 전에 읽은 책 중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 있습니다. 제목이 좋아서 구입했던 책인데요~ 사실 리뷰도 평점도 그 당시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고 인지도도 많지 않은 책이었는데 제게는 참 인상 깊었습니다. 그 책을 구입하게 된 배경은 제가 학생 수 200여 명 되는 특수학교에서 5년간 근무하다가 김포의 모 초교에서 근무를 시작하며 있었던 일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건강에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여 학교급식을 제공하는 것이 영양교사인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여,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는 식재료들을 학교급식에 사용하도록 노력을 많이 했었습니다.

햄버그스테이크의 좋은 점은 고기를 다진 것에 우리 학생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채소류들을 계절별로 다르게 하여 다져 넣으면 고기 맛에 묻혀서 잘 모르고 먹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브로콜리, 연근, 때론 김치, 단호박, 고구마 등 계절별로 그 안에 들어가는 식재료를 조금씩 바꾸어가며 제공하였습니다.

어느 가을철 단호박이 좋은 계절이니 야심차게 단호박을 넣고 햄버그스테이크를 수제로 열심히 만들고, 과일을 듬뿍 갈아 넣고 소스를 끓여서 제공했습니다. 검식을 해보아도 단호박이 쏙쏙 박힌 것이 식감과 맛이 제 입에는 무척 좋았습니다. ‘아~ 오늘 우리 학생들이 단호박 햄버그스테이크를 맛있게 잘 먹겠다’ 생각하고 학생들을 맞았습니다.

물론 전체의 학생들이 모두 그러진 않았지만 햄버그스테이크를 한 입 먹고 모두 잔반통에 가져다가 버리는 친구들이 제법 눈에 띄었습니다. 얼른 쫓아가서 “오늘 햄버그스테이크를 많이 남겼네~ 왜 맛이 없었니?” 하고 물었더니 “네~ 속에 이상한 게 들어서 맛이 없어요!” 퉁명하게 말하는 6학년 남학생의 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그래서 급식이 끝난 후에 레시피를 분석하여 보았더니 단호박의 비율이 높아서 우리 학생들의 입맛에 단호박 맛이 고기 맛보다 강해서 그랬다고 생각이 되어 단호박 양을 대폭 줄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너무 학생들의 입맛을 몰랐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는 아무리 건강에 좋은 재료여도 비율을 따지며 우리 학생들이 먹기에 어렵지 않도록 대중성을 따라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그 일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학생들의 편식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책을 검색하던 중 만나게 된 책이 바로 <프랑스 아이는 편식하지 않는다> 였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인인데 프랑스로 건너가서 살게 되며 먹는 것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프랑스인들의 식습관의 좋은 점을 배우게 된 이야기들을 적은 책입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문화, 특히 식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뛰어납니다. 우리나라 엄마들은 모이면 수학 점수, 학교 공부 등 학습에 대한 것에 화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한다면 프랑스 엄마들은 모이면 “댁의 자녀는 요즘에 어떤 음식, 어떤 식재료를 먹을 줄 알아요?” 하고 묻습니다. “우리 아이는 요즘 이런 채소(음식)도 맛있게 잘 먹을 수 있어요!” 하고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합니다. 그것이 거의 모든 대화의 주제라고 합니다. 저녁식사는 온 가족이 퇴근 후 함께 모여 식사 준비를 하고 2시간씩 쉴 새 없이 떠들며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합니다. 먹는 것이 인생의 목적인 것 같은 민족처럼 보이기도 해서 저도 책을 읽으며 많이 의아했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비만이 별로 없다고 합니다. 2시간씩 먹으며 식후 디저트까지 먹고 정말 많은 양을 먹는데도 왜 비만이 없을까요? 가공식품, 인스턴트식품을 먹지 않고 자연의 식재료로 계절별 제철 식품을 활용하여 건강하게 조리한 음식을 먹기 때문입니다. 또 어린이들의 경우는 하루 세 번의 식사와 한 번의 간식 시간 이외에는 절대 간식을 먹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 2시간씩이나 천천히 식사를 하니 먹으면서 소화도 잘 되는 것 같습니다. 또 디저트를 먹을 때도 원칙이 있습니다. 가로세로 3×3cm 정도로만 달달한 케이크, 쿠키 등을 식후에 먹습니다. 아무리 맛있어도 과식을 하지 않습니다. 식탁 이외의 장소에서 음식을 먹지 않으며 특히 길거리나 편의점에서 음식을 사 먹지 않습니다. 식사는 반드시 식탁에서만 하도록 가르칩니다. 온 가족이 같은 음식을 먹으며 어린이용 음식은 따로 만들지 않습니다. 우와~ 저는 정말 놀랐습니다. 어릴 때부터 이렇게 식생활을 철저히 가르치고 가정생활을 통하여 올바른 식습관이 자라게 하는 모습에 프랑스인들의 특별한 교육방식을 보며 깊은 감동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철저하게 식습관을 지도하고 가르치지만 아이가 먹는 것을 힘들어할 때는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서 계속 권하지는 않지만 대신 다른 것을 더 주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충분한 애정을 표현하고 늘 격려를 하여서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부모님처럼 먹는 것을 동경하게 되고 새롭게 먹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도록 양육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았습니다.

선생님은 지금 이 시대의 우리나라 먹거리, 식생활 문화가 많이 우려됩니다. 손만 뻗으면 먹을 것이 넘쳐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클릭만 하면 우리 집 문 앞에까지 내가 먹고 싶은 그 어떤 음식도 배달이 되는 나라! 대한민국! 참 위대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현재도 비만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앞으로는 비만인이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선생님이 10여 년 전에 비만 관련 유명한 의사선생님께 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10년 후 한국은 비만인이 30%가 넘을 것이라고 해서 제가 속으로 ‘말도 안 돼’ 했었습니다. 그런데 정확하게 우리나라는 10년 후인 2020년 비만율 35%에 달하게 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우리가 먹는 음식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내 몸이 살이 찐다는 것은 내 몸이 건강하지 않다는 증거입니다. 몸에 좋은 자연식품 위주로 먹으면 우리 몸은 살이 잘 찌지 않습니다. 몸에 좋은 채소·과일의 식이 섬유소, 항산화 물질, 효소, 비타민 미네랄 등의 우리 몸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량영양소는 부족한 반면 살만 찌게 하는 열량을 내는 영양소(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질)의 섭취가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 학생들! 내 몸이 늘 피곤하고 무겁고 살이 찌는 것 같다면 내 먹거리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운동보다 더 중요한 것은 먹는 것입니다. 프랑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식습관 교육을 잘 받아 어른이 되어서도 비만이 되지 않는 그 프랑스인들의 식습관을 보며 우리도 배워보면 어떨까요?

선생님은 학교급식에 이런 건강급식을 실천하고 싶지만 학교급식은 대중적인 입맛을 따라가는 것이 맞는 것이지 않나? 끊임없이 좌절과 고민을 반복합니다. 아무리 건강에 좋아도 우리 학생들은 자기들이 먹고자 하는 음식만 먹으려고 하고 안 먹기 때문입니다. 제 직업적 양심을 지키고자 하는 마지노선이 있습니다. 지나친 가공식품, 냉동식품 위주의 급식, 당분이 지나치게 많은 음식, 트랜스지방, 식품첨가물이 지나치게 많은 음식은 제공하지 않자! 입니다.

되도록 자연식품, 제철 식품 위주로의 식단을 제공하도록 온갖 아이디어를 내보고 머리를 짜내 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비만율이 늘어나는 것이 먹는 것을 제공하는 직업을 가진 저의 마음을 참 무겁게 합니다. 어릴 때부터 좋은 먹거리를 학교에서부터 가르치고 먹여야겠다는 사명감이 늘 학교 현장에서 무너지지 않고 타협하지 않길 다시 한 번 다짐해봅니다. 우리 학생들! 각 학교의 영양 선생님들에게 힘을 주세요!!!

가을에 연근이 제철일 때 연근을 갈아서 넣고 무항생제 한우와 돼지고기, 친환경 채소류를 다져 넣고 만든 떡갈비
마늘이 제철인 초여름에 충분한 양의 마늘을 다져서 오래 볶아 고기, 채소 넣고 수제로 만든 떡갈비! 한국인의 힘은 마늘이 아닐까? 우리 학생들도 잘 먹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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