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발의 차이

이장욱

매일 간발의 차이로 살아가, 문밖과 문 안에서, 침대 위와
꿈속의 망망대해에서, 모퉁이를 돌자마자 급정거한 트럭과
나 사이에서,

나는 아이이자 노인이지. 여자와 비슷하고 구름과도 비
슷해. 눈 내리는 사망시각과 네가 없는 오후 네 시의 사이,
거기서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안 사요, 안 믿어요, 시간 없어!
언제나 그런 겨울.

그 순간 너의 십년 후와 나의 십년 전이 만나는 순간은 온다
눈처럼 온다
무수한 사이를 만들며 온다.

너는 너를 그림자처럼 흘리고 다녔지만
나는 매번 미행에 실패하는구나
눈사람처럼 마음을 켜고
나는 문밖에 서 있었을 뿐인데
안 사요, 안 믿어요, 꺼져버려!

골목을 나오는 순간,
눈송이 1과 눈송이 2가 격렬하게 교차하는 순간을 목격했
다. 간발의 차이로,

트럭이 급정거했다
운전석에서 누군가
십년 후의 나를 빤히 노려보았다.

시 감상
가만 생각해보니 산다는 것은 늘 간발의 차이였다. 만남도 이별도 입학도 취업도, 모두 간발의 차이였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간발의 차이로 쉽게 만나고 쉽게 이별하고 쉽게 입학하고 쉽게취업했는데, 반대편의 누군가는 그 간발의 차이로 반대의 삶을 산다. 당신은? 당신은 지금 그 간발의 차이를 당신에게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 사용하고 있는지? 봄이다. 더 늦은 간발이 되기 전, 또렷하게 나를 되돌아보자.
[글/ 김부회 시인, 평론]

[프로필 ]이장욱 : 고려대 노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현대문학 등단, 시집 <생년월일>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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