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 이야기 7-장기동 ‘책방 짙은:’

 

4층에 책방을 열었습니다. “1층에 있는 줄 알고 한참을 찾았어요.”라는 분들이 가끔 계십니다. 동네책방의 매력은 그런 데에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느 외진 골목 한 귀퉁이나 잘 보이지 않는 구석진 곳, 책방이 있을 것 같지 않은 큰 건물 4층에 자리하고 있어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 같은 것을 좋아하는 마음에는 향기가 있어서 보이지 않아도 퍼져 나가 비슷한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힘이 있는 걸까요. 그런 힘을 믿고서 책방을 열었습니다.

저는 늘 무엇엔가 빠져 살았습니다. 그것이 시였을 때도 있었고, 어느 드라마였을 때도 있었고, 커피였을 때도 있었고, 책과 독서토론, 글쓰기, 책 만들기였을 때도 있었어요. 한때 1인 출판사 등록까지 하면서 책 만드는 재미에 빠져 있을 때, 제가 그동안 쓴 글을 모아서 작은 책을 낸 적이 있습니다. 지금 보면 무모했구나 싶고 부끄러울 정도로 조악한 결과물이지만, 그때 미친 듯이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만은 뿌듯하게 남아있지요. 책방 이름을 고민할 때 무척 오랜만에 그 작은 책을 펼쳐 보았어요. 2018년의 저는 저를 이렇게 소개했더군요.

 

“무엇엔가 빠지면 한껏 짙어진다

...

각각의 짙은 색깔들을 모아

언젠가 햇빛 아래 널어봐야지.”

 

좋아할수록 짙어진, 제 안의 여러 색깔들을 널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책방일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책방을 찾아주시는 분들의 다양한 색깔들도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어요. 그래서 책방의 이름은 ‘짙은:’이 되었습니다. 함께 좋아하고 함께 짙어지는 공간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제 책방 짙은:은 문을 연 지 한 달하고 보름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 마르셀 프루스트의 장편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낭독 모임을 시작했고, 한 권의 책에 대한 독서토론을 세 번에 나누어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초등 고학년 독서토론도 시작했고, 곧 시 모임과 고전 읽기 모임도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현직 교사이자 비전스쿨 애니어그램 강사이신 신재경 선생님의 “우리 아이는 왜 그럴까”를 주제로 한 강연을 필두로 다양한 강연과 행사도 계속 이어질 거예요.

거기에 책방 짙은:은 교육 플랫폼의 역할까지도 욕심내는 중입니다. 스토리텔링 기반의 창의 융합 미술 프로그램과 과학 독서 클래스를 책방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 한 달에 한 번 과학그림책 관련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할 예정이고, 이웃하고 있는 작은 영어학원과 협력하여 영어 그림책 관련 원데이 클래스도 계획 중에 있습니다. 그 외에도 아이와 어른들을 위한 여러 교육 프로그램들이 책방을 물레 삼아 날실과 씨실처럼 교차하면서 아름다운 천으로 짜여지길 기대해 봅니다.

이 모두가 책방을 찾아주신 손님들이 먼저 제안해주시고 참여해주신 덕분입니다. 놀랍지 않나요. 저는 그저 공간을 만들었을 뿐인데 벌과 나비들이 꽃을 찾아 날아들 듯 저절로 사람들이 모여서 좋아하는 것들을 함께 가꾸어 나갑니다. 책방은, 그런 곳이네요. 누군가가 무엇이든 하자고 하면 할 수 있는, 하게 되는, 마법 같은 곳.

책방 짙은:은 늘 기다리겠습니다. 누구든 와서 손을 내밀고 손을 잡아주세요. 책방 구석구석에 다양한 색깔들을 칠해주세요. 동네 사람들이 언제든 편하게 들렀다 가는 참새 방앗간 같은 공간, 언제든 수다 한 바가지 늘어놓을 수 있는 공간, 책의 아름다운 물성을 직접 느끼고 고를 수 있는 공간,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펼쳐놓고 나눌 수 있는 공간. 우리 동네 김포 장기동에는 책방 짙은:이 있습니다.

 

책방 짙은:

김포시 김포한강2로 76, 프레즌스빌딩 4층

0507-1385-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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