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 가정 “가난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회적 편견”

▲ 2004년 김포시 저소득 모.부자가정 현황
▲ ◇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들은 지난 5월28일 오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최근 이혼율 증가에 따른 여성의 사회적 위치 확립을 위한 ‘한부모가족 네트워크 발족식’을 가졌다.
여성재취업의 어려움, 자녀 방과후 교육부재 등 문제 산적

한부모는 배우자와의 이혼 및 별거, 사별 등으로 인해 배우자 없이 혼자 자녀를 키우는 아버지 또는 어머니를 이르는 말이다. 현대사회는 이혼의 증가로 인해 한부모가정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증가추세와는 달리 한부모가정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아직 거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부모가정은 대가족, 핵가족, 입양가족, 무자녀가족, 재혼가족, 혈연관계로 맺어지지 않은 가족 등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가족구성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다양한 가족형태가 일반화되어가고 있는 요즘도 아직 한부모가정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과 편견이 남아있다.
한부모가정은 배우자와의 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심리적인 갈등

상태에 놓여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갈등상황은 한부모가정이 발생한 후 1∼2년 안에 거의 사라지고, 가족의 지지와 사회의 지원 속에서 한부모가정 구성원들은 현실에 적응해 나가게 된다.
특히 이혼율이 급증하는 추세인 이러한 시점에서 가족문제 상담가들은 “한부모들이 부부의 이혼으로 인해 상처받았을 자녀에 대한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 이혼이 가족 구성원 모두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 선택이었음을 직시하고 자녀들을 당당하고 자긍심이 높은 자녀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한부모가 당당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중 저소득 모·부자가정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과 김포시의 실태를 알아본다.
김포시 한부모가정 지원액 크게 미흡

모·부자가정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강화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한부모가정에 대해 만족할 만한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모·부자가정 선정기준을 보면 한부모가정 선정 기준이 너무 까다롭고 현실성이 없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선정대상자의 소득인정액이 낮게 책정되어있다. 가구원수별 소득인정액 기준을 보면 2인가구의 경우 84만원이하로 책정되어 있는데 이는 84만원 이상∼1백만원 선 안팎의 수입을 갖고 있는 한부모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어린 자녀의 교육비만도 16∼20만원정도가 소요된다고 보면 한 가구의 생활비로는 너무나 부족한 금액이기 때문이다.
또한 수입의 종류에 생활 필수품인 자동차(1500cc)까지 포함되어 있으며, 한부모의 소득이나 재산만으로 책정하는 것이 아니고 부양의무자(부모, 친척)로부터 도움받는 것까지 소득으로 인정하고 있어 수급대상자가 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러한 부분을 수정,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8세 미만의 자녀를 양육하는 저소득 한부모 가정의 소득인정액 기준을 살펴보면 ▲2인가구 : 84만원 ▲3인가구: 111만원 ▲4인가구: 138만원 ▲5인가구: 156만원 ▲6인가구: 176만원 등이며, 복지급여는 김포시의 경우 ▲자녀학비: 중·고생일 경우 수업료 및 입학금 분기별로 지원 ▲아동양육비: 6세미만 아동 월2만원 ▲학습재료비: 초·중·고생 매월 1만4천원 ▲신입생교복비: 중·고생 신입생 반기별 10만원 ▲모자가정 취업기술교육비: 지원액 월 10만원 ▲생활필수품 지원 반기별 3만원 등으로 현실적으로 큰 도움이 못되는 형편이다.


2004년 김포시 저소득 모·부자가정 현황

김포 저소득 모(부)자가정 121가구 연 1억96만원 지원, 월 7만원꼴
올 김포시의 저소득 한부모가정 지원예산액은 1억96만6천900원(국·도·시비 포함)으로, 121가구별로 지원액을 나누면 연 83만4천437원이 되고 이를 월별로 나누면 가구당 약 7만원이 지원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같은 법정수혜대상자인 기초생활보장대상자의 1인가구당 월 평균 지원액 30여 만원에 비해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김포시 복지과 관계자는 “정부에서 정한 지원기준이 있기 때문에 저소득 한부모가정에 충분한 도움을 못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대부분의 한부모들이 생산라인과 일일노무직에 종사하고 있어 긴 근무시간에 비해 적은 임금으로 겨우 생활을 해나가고 있으며 특히 모자가정인 경우 여성들의 취업이 어렵고 남성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기 때문에 부자가정보다 형편이 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어린 자녀가 있는 한부모들의 경우 마땅한 보육시설이 부족한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원인이다.
6세미만은 보육료가 면제·감면되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학원 등 사교육비 지원이 안되기 때문에 방과후엔 아무도 없는 집에 가서 혼자 놀기 일쑤다. 방과 후 놀이방이 있지만 교육시설이 아닌 맡아주는 정도의 기능밖에 못하기 때문에 학원에 다니는 또래 친구들에 대한 자격지심 등으로 방과 후 놀이방엔 잘 가지 않으려 한다는 것. 자칫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도 있어 이에 대한 대책도 시급한 실정이다.

한부모가정 자녀 방과후 교육
심리안정 등 필요

운양동에 사는 박모(41)씨. 초등학교 5학년과 4살 난 막내 등 두 딸을 둔 모자가정이다.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린 남편은 이혼수속도 없이 집을 나가 모자가정으로 지원 받을 수도 없는 상태. 남편으로부터 한 번도 양육비를 받은 적이 없는 그녀는 3개월 전부터 집 근처 과자공장에서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포장하는 일을 하며 월 60만원을 받고 있다.
어린 딸을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직장 구하길 주저하다 그나마 저축해놨던 돈이 바닥을 보이면서 수소문 끝에 구한 과자공장 일자리도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 3개월 째 임금이 체불되고 있어 여태까지 한 번도 월급을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당장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옮기면 밀린 임금 받기가 더 힘들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아이한테 들어가는 돈과 생활비 등은 현재 마이너스통장에서 야금야금 빼먹고 있지만 다른 대책이 없다. 박씨는 “빨리 밀린 월급이 나와야하는데 회사 사정이 어려워 큰일”이라며 “갑작스런 남편의 가출로 힘겨운 상황인데다 아무 경력도 없고 나이가 많다보니 안정된 직장을 구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힘들다. 아무 대책도 없고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4살 난 딸이 잠결에 아빠를 찾고 큰딸은 학원을 못 보내는 집안형편을 눈치채고 묵묵히 엄마 대신 어린 동생을 돌보는 것도 박씨는 가슴이 아프다.
서울 송파구 소재 한부모가정연구소 황은숙 소장은 “한부모가정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 사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심리적인 갈등상태에 놓여있다”며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이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거나 가정을 떠난 한부모에 대한 그리움에 가슴 아파하기도 한다. 이러한 자녀들에게 일터에서 돌아온 한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와 즐겁게 놀아주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한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있어줄 시간이 부족해 늘 자녀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지만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고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아니다”면서 “긴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자녀와 상호작용을 하며 지내느냐가 중요하다. 적은 시간이라도 자녀와 서로 눈을 마주보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하루의 일과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등 의미있는 시간을 보낸다면 자녀의 정서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단체 프로그램 참여 등
적극적 활로 찾아야

한부모가족에 대한 지원사업을 가장 활발히 펼치고 있는 여성단체인 한국여성민우회는 지난 5월28일 한부모가족 네트워크 발족식을 갖고 그간 개별 단체들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했던 한부모 프로그램의 운영실태 파악과 정보공유 및 효율적인 한부모 가족 지원체계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한부모가족 삶의 경험과 정보 공유, 한부모가족 삶의 문제(경제적, 심리적, 사회적 영역 등)에 대한 공동 대응, 한부모가족 관련 제도개선 및 정책제안의 구심점으로서의 역할과 의미를 가지고 활동을 펴 나갈 것을 다짐했다.
또한 인천여성민우회는 ‘여성한부모 당당한 삶을 찾아 떠나는 단독비행’이라는 제목으로 6월19일부터 7월17일까지 ‘MBTI(성격유형검사)를 통해 본 나에 대한 이해’‘인간관계훈련 - 즐겁고 당당하게 나 드러내기’‘한부모로서의 삶 나누기’‘집단미술작업을 통한 치유’ ‘행복한 가족 만들기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자녀 프로그램, 강화유적지 탐방, 갯벌 체험)’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웃고 울고 이야기하면서 위안과 힘을 얻고 사회적 편견을 극복, 건강한 가족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김포여성민우회도 매년 한부모가족 모임 행사를 열어 한부모들의 자존감 상실 회복과 자녀와의 갈등 치유 등에 힘쓰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홈페이지에 별도로 마련된 여성한부모가족을 위한 사이버 공간 ‘새로짓는 우리집’은 한부모 140명의 목소리를 담아서 정리한 『한부모 인권선언』에서 사회, 학교, 부에 바라는 제안서를 정리했다.
◇이웃 또는 사회에 바란다
1. 누구나 한부모가족이 될 수 있음을 알자 2. 모든 가족은 정상가족이다. 한부모가족도 건강한 가족임을 알자 3. 결손가족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자 4. 한부모가족 자녀를 무언가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바라보는 편견에서 벗어나자
◇정부에 바란다
1. 경제적 자립 지원체계를 마련하라 (주택문제 해결, 금융지원 현실화, 직업훈련 및 소개 확대) 2. 자녀 양육비 및 교육비 지원을 현실화하고 확대하라, 탁아시설 및 방과후 프로그램 확대 지원하라 3. 자녀의 복리를 우선으로 친권이나 양육권을 부여하고, 양육비 지급을 제도화하라 4. 호주제를 폐지하라 5. 동사무소나 구청직원들의 한부모가족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도록 의식 교육을 하라 6. 한부모 가족 지원을 위한 종합적인 정보 및 상담체계를 지원하고 제도화하라
◇학교에 바란다
1. 교사가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교사연수에 내용을 첨가하여 교육하라 2. 교과과정에 다양한 형태의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이에 대한 적절한 교육을 통해 한부모가족 자녀가 또래에게 놀림을 받지 않도록 하라 3. 통신문이나 보호자 날인이 필요한 경우, 엄마 이름을 쓰든 아빠 이름을 쓰든 이상하게 보지 말자 4. 가정환경조사서를 작성할 때는 비공개로 작성하라.

/강민주기자 jk@i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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