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환경을 고민하며 실천하는 사람들③

KT 광화문사옥, GS타워강남 등 사내 카페, 탕비실 다회용기 제공

주황색 멋스런 용기 디자인 눈길... 대여, 회수, 세척 시스템

축제 후 펼쳐진 쓰레기 더미 보며 창업 아이디어 떠올려

▲스타트업 트래쉬버스터즈를 함께 창업한 김재관 이사, 곽재원 대표, 최안나 이사, 곽동열 이사

 

“당신은 하루에 몇 개의 일회용품을 이용하는가?”

환경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나 의미 있을 이 질문이 이제 우리 모두에게 던져졌다. 세계는 코로나19로 ‘기후위기’를 절감했고, 이대로 가다간 지구가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한다는 인식을 공감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 선언’ 등 전 세계적 움직임도 시작됐다. 산업의 변화, 친환경에너지 전환 등 목표를 향한 다양한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편리함 때문에 구체적인 실천이 미미한 수준이다. 텀블러를 이용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 하지만 점심 식사 후 저마다 플라스틱 커피 컵을 들고나오는 직장인의 모습은 아주 익숙한 풍경이다. 오히려 코로나19로 빈번해진 음식배달로 수없이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쏟아내고 있다. 나빠지는 환경은 걱정스럽지만 개인적인 실천은 미루겠다는 것이다.

개인 차원이 아니라 기업, 단체, 지자체 등이 나서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일회용품 대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트래쉬버스터즈에 주목하는 이유다. 이 회사는 일회용품을 다회용기로 대체해 일회용품 쓰레기를 줄여보자는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해 다양한 사업 모델을 펼치고 있다. 급기야 지난 15일 KT 광화문 사옥 내 카페에 다회용 컵 렌탈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 전 주에는 GS타워 강남에서 시범사업을 했다.

 

▲GS타워강남 시범사업에 선보인 탕비실에 제공된 다회용 컵 

 

 

얼핏 이해 가지 않는 사업 과정은 이렇다. 사내 카페에서 일회용 컵 대신 이 회사가 제공한 다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준다. 직원들은 사용한 컵을 각 층에 비치한 전용 수거함에 넣으면 트래쉬버스터즈가 컵을 수거하고 세척한다. 그리고 다시 카페에 비치한다. 이 과정을 반복해 한 번 사용하고 쓰레기로 버려졌을 일회용품이 다회용품을 이용함으로써 그만큼 쓰레기 발생을 막아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것이다. 카페는 일회용품 비용으로 이 서비스를 이용하니 따로 비용이 들지 않는다. 쓰레기 처리비용이 절약되니 오히려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기업의 ‘ESG 경영’과 맞물려 사회적 가치 창출 도모

트래쉬버스터즈 관계자는 “다회용 렌탈 서비스는 기존 사내 카페 혹은 탕비실 등에 적용 가능한 모델이다. 전용수거함을 설치할 공간만 있다면 바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이용자들에게 재미를 불어넣기 위해 다회용 컵을 사용할 때마다 버튼을 눌러 일회용품 쓰레기를 줄인 개수를 전광판에 누적하는 ‘버스팅 스코어’ 장치도 옵션으로 선택 가능하다”고 전했다.

최근 기업경영의 핵심 키워드가 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주목받으며 기업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과 행동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KT도 ‘노사공동 ESG 경영’을 선언하고 사내 카페에 일회용 컵 쓰레기 제로 솔루션을 도입했다. 트래쉬버스터즈 홍보마케팅팀은 “하루 약 1,000개 이상의 일회용 컵 감소 효과와 탄소배출 저감이 예상된다”며 “앞으로 다회용 컵 및 다회용기 렌탈 시스템이 제공된다면 높은 사회적 가치 창출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회용 컵 수거대
▲수거 후 세척한다

 

 

유해물질 없는 친환경 소재 사용해 다회용기 제작

하지만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반복해 사용하는 다회용 컵에 대한 위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 쓰던 걸 다시 사용하는 게 꺼림칙하지 않을까? 트래쉬버스터즈는 “수거된 컵들은 안심할 수 있는 위생 시스템으로 관리한다. 총 3단계의 세척 및 건조 과정 후 자외선램프와 열풍 소독을 거친다. 오염도 테스트 결과 식품 안전 기준인 200RLU보다 낮은 19RLU로 측정된 바 있다”며 컵 위생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소재 또한 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소재인 ‘BPA FREE’인 PP재질이다. 하지만 이 다회용기 역시 플라스틱이다. 여러 번 사용한다는 것만 다를 뿐. 트래쉬버스터즈는 “플라스틱인 게 문제가 아니라 버려지는 것이 문제다. 일회용은 사용 즉시 버려지는 것에 비해 이 다회용기는 300~400번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수명을 다한 용기는 분쇄해 다시 새 제품으로 만든다”며 “플라스틱이 버려지지 않고 순환할 수 있게 한 지속가능성 덕분에 쓰레기 양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황색으로 멋지게 디자인한 다회용기

트래쉬버스터즈는 축제기획자 곽재원 대표, 브랜드 컨설턴트 김재관 이사, 디자이너 최안나 이사, 설치작가 곽동열 이사가 모여 창업한 회사다. 서울시 축제를 기획했던 곽재원 대표는 축제가 끝나고 난 뒤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일회용 쓰레기 더미를 보고 죄책감을 가졌고 쓰레기 없는 깨끗한 축제를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냈다. 축제에 참가하는 이들에게 트래쉬버스터즈가 준비한 다회용기를 대여하고 이용한 뒤 반납하는 방식으로 일회용품 쓰레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사업 시작 후 축제에 참여한 부스 모습

한 해 1만5,000개 정도 진행되는 축제 때 대부분 일회용품을 이용하는데 90%가 재활용되지 못하고 일반쓰레기로 버려진다. 이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면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 회사는 다회용기 제공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재미있고 세련되고 멋스런 디자인으로 용기를 만들고 2019년 9월 야심차게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하며 행사가 모두 취소되는 바람에 다회용기를 선보일 기회를 잃고 말았다.

첫 축제 참가 때 일회용 쓰레기 98%를 줄인 경험을 맛본 트래쉬버스터즈로서는 아쉽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다회용기는 축제 말고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많았다. 영화관 야구장, 장례식장 등 일회용품이 사용되는 장소는 다양하다. 도시락 배달도 있다. 이에 트래쉬버스터즈는 기업에 도시락을 배달하는 위잇딜라이트와 손잡고 단체도시락 다회용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도시락업체로서도 매일 버려지는 일회용 플라스틱보다 다회용기가 환경보호와 비용 면에서 더 좋은 선택이 됐다.

현재 회사 내 카페·탕비실 다회용기 제공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는 트래쉬버스터즈는 지난해 친환경 사회적기업 육성 프로그램인 ‘LG소셜캠퍼스’ 10기 기업에 선정되며 지자체, 기업 등과의 파트너쉽을 확대해 집중하고 있다. 일회용품이 쓰일 수많은 상황과 장소에서 주황색 트래쉬버스터즈 다회용기가 사용되는 이들의 ‘일회용품 제로’ 꿈이 이뤄지길 바라본다. 상담 문의나 예약은 홈페이지 trashbusters.kr/이메일 hello@trashbusters.kr/전화 02)6010-1164 등으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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