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환경을 고민하며 실천하는 사람들② 김포아이쿱생협 이명주 이사장

‘No플라스틱’ 캠페인 통해 플라스틱 안 쓰기 전개

미세플라스틱 없는 소금, 종이팩 생수 등 개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위해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 추진

 

지구의 기후위기 비상상황을 인식하는 국가와 단체들이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구 존재 자체가 위험해지는 지경을 막기 위한 약속인 ‘2050 탄소중립’은 산업 전반의 변화를 비롯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고 실행해야 하는 큰 목표다. 많은 부분에서 국가의 정책 결정이 필요하고 개인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미미하다 할 수 있겠지만 실행단계에서 결국 ‘개인의 선택’ 문제로 귀결된다. 지구를 살리기 위한 행동을 할 건인가, 아닌가 하는.

아이쿱생협은 지난해 11월 ‘소비자기후행동위원회’를 결성하고 죽어가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전보다 더 강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 위원회는 9개의 결의문을 정하고 30만 아이쿱생협 조합원들과 함께 캠페인을 진행하며 환경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미래 어떤 지구를 물려줄 것인지는 소비자의 행동과 실천에 달린 것이며 개인들의 실체적인 힘을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코로나19 발생과 길어진 장마 등을 겪으며 아이쿱생협은 기후위기에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실천을 캠페인으로 진행하며 지구를 살리기 위한 운동을 선구적으로 하다 보면 더 많이 확산되고 공유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자기후행동위원회에서 정한 9가지 결의

 

가치와 신념 실천하기 위해 봉사 활동 시작

10년 전 아이쿱생협에 가입해 활동가로 봉사하다 작년 김포아이쿱생협을 이끌게 된 이명주 이사장은 소비자기후행동을 조합원에게 권유하고 실천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사무실과 매장, 밴드 등에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해 아이쿱생협은 플라스틱을 줄이고, 대체하고, 다시 쓰는 방법에 집중했다. 하지만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그렇다면 플라스틱을 최대한 안 쓰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자연드림 매장에서 판매되는 소고기 받침 트레이, 선물용 상자 손잡이 등의 플라스틱을 종이로 바꾸고 도시락용 김 받침 플라스틱 트레이를 없앴다.”

아이쿱생협의 No 플라스틱 실천은 생수병에도 적용됐다. 생수를 담는 페트병은 현재 재활용도가 높아 올해부터 따로 수거하고 있다. 하지만 이 페트병 역시 프라스틱 오염의 주범이며 그 안에 든 물에 대한 미세플라스틱 염려를 지울 수 없게 한다. 이에 아이쿱생협은 플라스틱 대신 재생가능한 종이팩과 사탕수수 기반의 식물성 뚜껑을 사용하는 용기를 제작, 이번 주 해양심층수를 담은 ‘기픈물’을 출시한다. 종이팩 회수를 위해 물을 다 마신 종이팩을 가져오면 20원을 돌려주는 재활용보증금 제도도 시행한다.

 

▲건강한 먹거리를 구입할 수 있는 자연드림 장기동 매장

 

“미세플라스틱 없는 소금도 개발했다. 조합원 중 한 분이 소금에도 있을 미세플라스틱을 제거한 제품을 원한다는 제안을 했고, 작년 개발을 시작해 미세플라스틱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소금을 판매하게 됐다. 또한 옷을 세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물이 가장 큰 미세플라스틱 오염물이라는 사실에 세탁기에 장착해 미세플라스틱을 필터링해주는 저감장치 ‘세이브드 오션’도 개발했다.”

아이쿱생협은 소비자의 실천만을 권하는 캠페인만이 아니라 연구를 통해 바꿀 수 있는 부분들을 선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세이브드 오션은 출시되는 세탁기의 한 부품으로 장착되어 나온다면 얼마나 많은 물이 미세플라스틱 없이 하천으로 흘러갈 수 있을지 상상만으로도 흐뭇해진다. 기업 입장에서도 ‘2050 탄소중립’을 고려했을 때 수출을 위한 기업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될 터다.

소비자기후행동이 올해 중점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캠페인은 ‘소비제한 표시제’ 도입이다. 보통 식품을 구입할 때 표기되어 있는 유통기한은 ‘제품의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을 말한다. 생산자 중심의 표시인 셈이다.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언제까지 소비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표시한 기한’이다. 이 캠페인은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라 보다 광범위한 활동이 필요하다.

“우리는 유통기한이 지나면 먹을 수 없다 판단하고 버린다. 이렇게 제조 유통과정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전체 음식물쓰레기의 60%를 차지한다. 사실 식품은 유통기한보다 더 오래 먹을 수 있다. 이에 이 캠페인은 식품 안정성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전제 아래 식품이 쓰레기로 버려지지 않도록 기간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소비제한 표시제’는 식품의 안정성과 환경문제를 함께 추구하는 활동이다.”

 

▲소비제한표시제 도입을 위해 진행 중인 <앵그리푸드> 캠페인 


조합원 밴드로 멋진 지구인 실천단 ‘멋지단’ 운영

101개 지역 아이쿱생협 중 하나인 김포아이쿱생협은 2003년 500명 회원의 출자로 시작됐다. 현재 2,500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이중 1,000여 명이 김포아이쿱생협 밴드에 들어와 소비자기후행동을 위한 작은 실천을 행동에 옮기고 있다.

“멋진 지구인 생활 실천단인 ‘멋지단’을 진행하고 있다. 사실 지구를 살리기 위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아주 사소하고 간단할 수 있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고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며, 안 쓰는 가전 플러그를 뽑고, 전기밥솥 보온 기능을 끄는 것만으로도 탄소를 감축시킬 수 있다.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않는 행동이다. 그런데 이를 누군가와 함께하면 달라진다. 밴드를 통해 서로 독려하고 인증하면서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멋지단은 이런 실천활동을 하면 얼마큼의 탄소가 감축되는지 알려주면서 쉬운 단계에서 냉장실 60%만 채우기, 치즈 100g 덜 먹기 등 실천 단계를 올리고 궁극엔 일주일에 한 번 채식을 실천하는 단계까지 간다. 매달 주 1회씩 총 네 번의 실천 인증을 댓글로 달면 스탬프를 받게 되고 스탬프가 네 개 이상이면 ‘멋진 지구인 자격증’과 ‘착한 지구인 꾸러미’를 받게 된다.

“4월은 새내기 미션을 5월과 6월엔 고급 미션이 진행된다. 현재 매일 207명의 회원이 밴드에 접속해 147명이 댓글을 달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김포시민들이 소비자기후행동에 동참해 탄소배출을 줄이는 작지만 의미 있는 실천을 행할 수 있도록 더 많이 알리고 설득하려고 한다.”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