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파초 박정미 영양선생님

벌써 2021학년도 한 달이 지났네요. 올해는 작년보다 많은 학생들이 등교하게 되어 좋습니다. 우리 학교의 경우는 1, 2학년이 매일 등교하고 나머지 학년이 격주로 등교하니 전년도보다 1/3이 더 늘어났습니다. 이제 백신을 맞기 시작하고 있으니 곧 더욱 좋은 날이 올 것을 봄에 활짝 핀 개나리, 목련을 보며 희망의 씨앗을 마음속에 품어봅니다.

올해부터 급식의 달라진 점은 원격수업 시 급식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도 급식을 제공할 수 있도록 바뀐 것이 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긴급 돌봄 학생과 원격수업 시 탄력적 급식 운영 학생들에게 매일 학교급식을 제공하는데 인원수는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인근 학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80여 명~백여 명의 학생들까지도 급식을 제공하는 모습을 보며 늘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학생들에게 학교급식을 제공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인데 방역의 기본은 모이기를 줄여야 하는 것이 기초가 되어야 하기에 갈등이 됩니다.

우리 학교는 교실 급식을 하고 있기에 교실별로 급식이 이루어져서 그나마 방역에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식당 급식을 하는 학교들은 칸막이 설치, 거리 두기 등을 실천해야 하기에 전체 학생 등교 시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현실을 보게 됩니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학교급식은 하루 한 끼의 먹거리를 제공하는 이상의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학교급식은 주어진 무상급식비 안에서 최상의 재료(high quality)를 사용합니다. 선생님 집에서도 이렇게 좋은 식재료를 매일 사용하지 못합니다.(웃음) 친환경 농산물(쌀, 잡곡, 채소, 과일), 무항생제 1등급 육류, 국산 재료 우선 사용(두부, 콩나물, 도라지 등), 전통식품 인증 양념류(된장, 고추장 등). 우리 학생들이 급식실에 와서 들어오는 급식품을 보기만 해도 학교급식에 대해 인식이 많이 바뀌게 될 것입니다.

성장기에 이렇게 양질의 좋은 식품으로 만들어진 학교급식을 매일 먹는 것은 성인기 건강의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직업의 중요함을 알기에 업무적으로 많이 지치고 힘든 일이 많음에도 늘 그 마음을 놓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우리 학교에는 긴급 돌봄 학생과 탄력적 급식 운영에 참여하는 학생이 하루 네 명 정도 됩니다. 학급용 배식차에 4명분의 급식을 담는 일은 조리사님들에게 어려운 일입니다. 식당 급식은 방역에 초점을 맞추는 급식 운영으로 애를 쓰고 있다면 교실 급식은 적은 인원(3명~28명분)의 급식을 분배하고 운반하는 일이 수고스러운 일입니다. 또 적은 양의 급식을 담으면 식는 속도도 빨라서 우리 학생들이 차가운 급식을 먹는 것도 염려되는 일입니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조리사님들과 상의하여 뚜껑이 있는 깊이감이 있는 식판을 구입을 했습니다. 거기에 급식을 담아서 1인 분량씩의 급식을 교실로 직접 가져다줍니다.

우리 학교에는 조리보조로 일하시는 분이 한 분 더 계십니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으로 하루 4시간씩만 근무합니다. 특수학교 전공과를 졸업하고 우리 학교가 첫 직장이 되었습니다. 긴급 돌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급식은 언니, 누나 격인 조리보조가 직접 담아서 교실에 가져다줍니다. 어쩌다 선생님도 같이 급식을 들고 올라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 학생들이 급식이 왔다고 손뼉을 치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저는 이런 모습을 보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습니다. 우리 학생들에게는 학교가 이제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닌 맛있고 건강한 급식을 먹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 된 것 같습니다. 우리 조리보조에게도 급식을 나누어주는 일은 기쁨이 되는 것 같아 보입니다. 늘 웃음을 띠며 아이들이 귀엽고 예쁘다 말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함께 기쁨을 느낍니다.

예전에 어떤 학교에서 학생이 그려놓았던 포스터가 생각납니다. 제가 학교를 옮기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는데... 복도를 지나다가 보았던 포스터. <급식은 사랑이다> 너무 가슴 뭉클해서 저는 그 그림을 그린 학생을 찾아서 교실로 갔었습니다. (웃음. 쉬는 시간에 갔습니다.) 그래서 “왜 ‘급식이 사랑’이라고 표현했니?” 하고 물었더니 5학년 학생이었는데 제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급식을 먹으면 사랑이 느껴져요.” 정말 감동했었습니다.

먹는 것을 나누는 일은 사랑을 나누는 일입니다. 그 먹는 것을 위해 누군가는 잠을 설치기도 하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식품을 운반을 하고 또 과도한 업무로 몸이 아프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의 땀과 노력이 깃들인 것입니다. 그런 사랑의 모습들이 학생에게 전달되었다는 것은 정말 가슴 벅찬 일입니다. 저는 늘 그 마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한 끼 먹는 것 이상의 가치가 학교급식에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 사랑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오늘 하루도 우리 조리사님들과 또 사랑스러운 조리보조님과 열심히 뛰어보겠습니다. 우리들의 이 마음이 급식을 먹는 우리 학생들에게 매일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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