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목사의 자전적 에세이 12

박영준

김포중앙교회 원로목사

서울장신대학 1학년 재학 중에 서울 강동구 마천중앙교회에서 청년회와 아동부교사 그리고 찬양대원으로 열심히 봉사하던 중 담임이신 안문혁 목사님께서 “박 선생은 사역지로 나가도 넉넉히 잘할 수 있겠는데 나가보지 않겠소?”라고 하셨다. 조금은 두려웠지만 이왕 가야 할 길이니 나가보자는 생각으로 가겠다고 대답을 했다. 소개를 받아 간 곳이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희성교회였고 그곳에서 어린이들을 지도하면서 어린이 성가대를 만들어 지휘도 하고 설교도 하면서 1년 동안 사역을 했다.

담임이신 김종구 목사님은 영락교회에서 아동부 담당으로 사역하시던 분이어서인지 메시지가 아주 단순하면서 산뜻했다. 1년을 봉사하다가 연말에 서대문구 홍제동에 있는 홍광교회에서 봉사하는 친구가 와서 도와달라고 하여 자리를 옮겨 다시 어린이들을 지도했다. 그곳에서도 어린이 성가대 지휘를 하고 강단에 올라가 설교를 했다. 이전 교회는 아동부교사가 십여 명이었으나 홍광교회는 50여 명이나 되는 큰 교회였기 때문에 교사 관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했는데 다행히도 교사교육이 잘되어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장년부 예배시간에는 찬양대 베이스 파트를 맡아서 봉사했다.

그러던 중 이제는 중·고등부 학생들을 지도해야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며 기도하던 중 동대문구 답십리에 소재한 신흥교회에서 중·고등부 지도자를 구한다는 소식을 지인을 통해 듣고 다시 자리를 옮겨 봉사했다. 그동안 아동부 지도는 어린이 지도보다는 교사를 지도하는 일에 더 관심을 가졌으나 중·고등부는 내가 직접 학생들을 지도해야 했다. 사춘기 학생들의 지도자로서 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교회 규모는 홍광교회보다 작지만 내 업무가 훨씬 많아졌다. 하지만 마천동 집에서 다니기는 훨씬 가까워져 봉사하기가 가벼워진 것 같았다. 그렇게 교회의 교육부 봉사를 하면서 받는 사례비로 각종 책을 구입하고 교통비로 사용할 수 있었으니 감사했다. 그동안 재학 시절에는 여러 교회를 다니며 다양한 목사님들을 만나 지도받으며 좋은 경험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학업을 마칠 때까지 한 곳에 머물러야겠다고 생각을 바꾼 뒤 열심히 최선을 다해 봉사했다.

신흥교회 봉사 4년차가 되던 1977년에 장로회신학대학교를 마치고 나의 영적 아버지이신 김홍준 목사님께서 소개해 주시는 영등포노회 소속인 여의도제일교회로 자리를 옮겨 봉사하게 되었다. 이 교회는 영등포 영문교회에서 목회하시던 조성국 목사님께서 개척하는 교회로 비록 성도는 150여 명이지만 경제적으로 든든한 분들이 있어서 재정적으로 별로 어려워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앞으로 나도 개척해야 할 것이니 좋은 경험을 쌓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봉사했다.

낮에는 성도들의 가정을 돌아보며 전도했고 주일에는 아동부 중·고등부·청년부 등 꿈나무들을 지도해야 했다. 처음 부임했을 때에는 유치원을 빌려서 예배시간에만 사용했는데 3개월 정도 지나 2층 상가 80평 정도를 구입해 예배드렸고, 또 3개월 정도 지나 다시 옆에 있는 40평 정도를 더 구입해 교육관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여름 행사를 다 마친 초가을에 장로 가정의 소개로 아담하고 예쁜 아가씨를 만나 교제하다가 그해 11월에 결혼했다. 연말이 되어 작은 교회에서는 결혼한 내가 부담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도하던 중 이듬해인 1978년 1월, 친구의 소개로 동대문구 이문동에 있는 중랑제일교회로 교회를 옮기게 되었다.

여기서는 부교역자로 봉사했다. 담임목사님은 외부활동을 많이 하셔서 성도들을 돌보는 심방과 성도들 관리하는 일 등 각종 대소사 행사를 관리해야 했으니 업무가 많았다. 이 모든 일들이 담임목사나 교회를 위한 일이라기보다는 나를 일꾼 삼아주신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했다. 그동안 재학 시절에는 어린이들과 중·고등학생·청년들을 지도하는 일에 전념하면서 나 스스로를 단련하며 많은 것을 배우는 기회였으니 감사하다.

우리의 선각자 도산(島山) 안창호(安昌浩) 선생께서는 이렇게 외쳤다. “낙망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 젊은이들을 옳게 자라도록 바로 키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젊은이는 오대자본(五大資本)을 갖는다고 했다. 첫째는 시간의 자본으로 젊은이는 짧은 과거와 긴 미래를 가지고 있기에 성장과 발전을 위하여 시간을 창조적으로 활용하고 생산적으로 써야 한다. 둘째는 정력(精力)의 자본이다. 젊은이는 왕성한 생명력과 발랄한 정력을 가졌기에 기력이 넘쳐흐르고 그 왕성한 생명력을 건설적 목적에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는 감격성(感激性)의 자본이다. 감격은 젊은이의 특권이요 자본으로 깊은 감격을 느낄 때 새로운 자각이 생기고 진지한 결단을 내리게 된다. 이 감격이 새 인간을 만들고 새 사람을 낳는다.

넷째는 성장력(成長力)의 자본이다. 젊은이는 발랄한 성장력을 갖는다. 성장은 젊은이의 특색이요, 청년의 자랑이다. 젊은이는 심신이 강건하게 성장해야 한다. 신체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격적 성장이 더 중요하다. 다섯째로 이상(理想)의 자본이다. 젊은이는 이상을 가져야 한다. 산다는 것은 꿈을 갖는 것이요, 뜻을 세우는 것이요, 비전을 품는 것이요, 목표를 확립하는 것이요, 사명을 지니는 것이다.

어린이와 학생들을 키우는 일, 즉 꿈 땅을 키우는 일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지난날의 시간들은 보람 있는 기회였다. 이들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다음 세대를 짊어질 꿈 땅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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