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형
안동대학교
(철학)명예교수

요사이 나는 드론을 날리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아직은 ‘초경량비행장치 멀티콥터 조종자 비행 자격증’ 준비생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손바닥만 한 드론을 띄워 온갖 경치를 찍고, 수십 킬로에 달하는 기체를 띄워 장애물 없는 공중으로 불쑥불쑥 물건을 실어나를 일을 생각하면 신이 난다.

하지만 현재 내 수준으로 이런 꿈의 실현은 요원하다. 우선 드론을 조종하는 기술을 익혀 일단 조종사 비행 자격증을 따는 것이 나에게는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무인기(드론을 가리키는 우리말 표준어) 조종사 비행 자격증 시험은 이론과 실기가 있다. 이론시험은 지난 연말 단번에 통과했지만, 실기시험은 두 번이나 떨어졌다. 해서 4월 중순에 세 번째 실기시험에 도전한다. 딸과 아들은 ‘평생 손기술과 무관하게 살던 아빠가 두 번 정도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위로했지만, 연이은 실패에 내 자존심은 금이 갔다. 냉정하게 돌아보면, 기술을 연마하는 일은 기술 자체의 습득에 집중해야 하는데, 나이와 과거의 직책을 생각하면서 평정심을 잃는 바람에 나는 연거푸 쓴잔을 마셨다.

꼭 집어 변명을 하자면, 나의 직업적 습관이 무인기 조종을 방해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철학 교수로서 평생 반성하는 사고를 높이 평가했다. 반성하는 사고는 그 자체로 바람직한 사고 활동이다. 반성 없는 삶은 동식물의 삶이고 동시에 비인간적인 태도라고 경멸까지 했었다.

반성하는 태도란 사실, 불필요한 오류를 없애고 바람직한 목적을 성취하는 데 더없이 필요한 사고 활동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런 좋은 태도도 모든 맥락에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반면에 무인기를 날리는 순간부터 반성하는 사고는 비행을 망치는 역행적 태도가 된다. 우리 드론교육원장은 내 비행기를 날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지적을 했다. 흔히 교육원생들은 한번 잘못을 저지르면 그것을 반성할 때 반드시 더 흔들리고 결국 비행에 실패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이 내 경우 유독 더 심하다는 것이다. 나를 지도할 때, “조금 전 잘못은 잊어버리세요, 제발!”,“그리고 앞만 보세요, 좀!”이라는 말을 그는 수없이 반복했다. 특히 원주 비행을 할 때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로 해대는 바람에 나는 자존심이 상했다. 

다행히 첫 시험 실패 후 내 비행은 이 증세가 완화되어 많은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두 번째 시험 직전 2~3일 동안 이 반성 증세는 다시 나타났다. 결국 둘째 시험도 실패했다. 그러고 나니 스스로 주눅이 들어 원장의 지도를 꺼리게 되었다. 

보다 못해 동년배의 합격자가 나에게 아픈 충고를 하였다. “과거의 낙방을 잊고, 오로지 합격한다는 생각만으로, 원장의 철저한 지도를 받으시오!” 도리가 없다. 무인기 조종사가 되려면 반성하는 사고를 내려놓고 단순히 앞의 지점만 보고 전진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조종사 면허증 취득을 꿈꾸면서.비행하는 틈틈이 생각이 떠올랐다. 이런 잘못은 무인기 조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반성하는 사고를 잘못되게 적용하면 엉뚱한 과거풀이에 얽매여 실패에 이른다. 개인을 넘어 국가와 사회를 퇴행, 실패하게 만든 경우가 바로 오늘 한국사회의 정치적 단면이다. 현 정부는 과거의 적폐청산을 기치로 불필요한 반성적 사고에 매달려 사람들을 갈라치는 한편, 자기들 스스로는 부패에 빠져 국가 기강을 무너뜨린 결말을 맞고 있다.

만약 올바른 목표를 세우고 발전적인 전략을 개발하여 여야와 좌우를 아우르는 진취적 사업을 폈더라면 오늘과 같은 공직사회의 기강 해이는 없었을 테고, 더 긍정적인 국가 분위기가 조성되었을 것이다.이제 내 무인기 조종은 제법 좋아지고 있다.

방금의 실수와 다른 사람의 부족한 비행을 눈여겨보는 대신, 더 나은 비행의 지점을 찾아 신속히 대응하는 기술 향상에 생각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4월의 실기시험이 기다려지기까지 한다. 긍정적인 결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정치도 보궐선거를 거치며 여야의 균형이 잡히고 그래서 정부는 합리적인 민의를반영하여 더 나은 국민통합과 돌봄을 실천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나의 무인기 조종이 원활해지고, 동시에 한국 사회가 정치적 안정 상태로 돌아가는 시간을 빨리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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