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안방송작가
EBS 아이의 사생활,
EBS 질문 있는
특강쇼 ‘빅뱅’ 등
집필

‘정인이 사건’, ‘구미 여아 사건’... 이제는 듣기만 해도 화부터 치밀어 올라 결국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한숨으로 마무리 되고 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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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뇌이고 싶지 않지만, 마주해야만 하는 우리의 아픈 현실이자 손가락들이다. 그래서인지 길을 건너고, 놀이터에서 뛰어 노는 평범한 일상을 즐기는 아이들이 더욱 귀하게 느껴지며, 감사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의 변화는 아닌 듯하다. 

부모가 되기 전에는 ‘아이’라는 인격체가 건네는 무게감을 실감할 수 없었다. 그래서 「EBS 인간탐구 대기획 아이의 사생활」을 제작하면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부모가 되는 방법을 터득해야겠다’는 멋모르는 생각을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이지 않
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용감하고, 대범한 생각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된 지금. 많은 부모님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 하는 ‘한 인간을 키우는(성장시키는) 일은 너무나 어렵다’ 를 하루하루 실감하며 감사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사고가 멈추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찰나의 순간이 찾아왔다. 

‘대한민국 육아 멘토’라 불리는 오은영 박사의 조언 “아이는 항상 부모를 용서한다.”우리는 삶의 참 많은 곳에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런데 부모와 자식 사이는 역지사지의 사각지대인 듯하다. 아무리 여러 번 아이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받아들이기를 연습하더라도, 갑작스러운 사건 앞에서는 또 금방 어른의 본성이 튀어나오고 마니 말이다. 그리고 부모는 그때의 자신을 후회한다. 

이 세상 모든 아이에게 부모는 신(神)이다. 더 나아가 생명 그 자체다. 즉, 아이에게 부모는 절대적인 존재라 아이는 본능적으로 자기 스스로를 위해(좀 더 정확히는 생존을 위해) 부모를 용서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사랑을 잃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부모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부모를 사랑한다. 그래서 부모가 아이 손을 놓아도 아이는 금세 다시 잡는 것이다. 금방 용서해 준다. 이렇게 표현되는 아이의 용서가 우리 어른을 죄책감에서 구원해준다. 아이의 용서는 참으로 위대한 힘을 가졌다.

독일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탄생성’을 이야기하면서, 인간이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용서의 능력’ 덕분이라고 했다. 어쩌면 아이의 용서 덕분에 부모는 늘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구성 : (사)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 고문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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