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이야기4-북변동 게으른정원

김포 동네 곳곳에 생겨나고 있는 작은 책방. 각기 다른 독특한 색깔로 이웃과 소통하고 함께하며 ‘문화도시 김포’를 만들어가고 있다. 동네책방이 건네는 사람, 책 이야기를 싣는다.<편집자 주>

 

 

많은 분이 물으십니다. 어떻게 연고도 없는 김포에 와서 책방을 차리게 되었는지를요. 아마 그 시작은 외로움이었을 겁니다. 문화의 중심지였던 서울 광화문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저는, 김포에 온 후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외롭고 쓸쓸하게 느껴졌었어요. 단순히 술을 마시고, 커피를 즐기는 것 이상으로, 어떤 따뜻한 ‘문화’를 가진 공간이 무척이나 그리웠습니다.

김포에 와서 지인과 함께 시작한 가구공방 ‘소년과나무’와 ‘소녀서가’를 운영하면서, 제 삶은 거의 일에 대한 성과를 내는 것, 하루빨리 자리를 잡는 것이 급급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루를 올나잇해서 일하기도 하고, 집은 엉망이 되고, 제 몸도 잘 돌보지 못하던 때가 있었어요. 아웃풋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야 하는 만큼 저 또한 쉬면서 인풋을 얻을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을 통해 받는 에너지와 위로도 있었지만요. 결국, 가장 확실한 것은 책을 통해 오롯이 온전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거였습니다. 잠깐 멈추어서 숨을 쉬고, 돌아보고, 생각하는 시간이요.

아무쪼록 그렇게 모든 것을 쏟아내면서 일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모든 것을 소진해버리고 말았죠. ‘이 정도면 할 만큼 한 것 같다’라고 느껴지던 때, 서울로 이직을 할까 혹은 내 일을 시작해볼까를 고민하던 때, 우연히 북변동 골목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이태원 뒷골목 같은 어둑어둑하고 오래된 느낌의 동네. 사람들이 모두 떠나간, 그래서 본래의 빛을 잃은 듯한 동네. 이 동네가 가진 오묘한 느낌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역시나 월세는 저렴했고요. 저는 생각했어요. 이 정도의 고정비라면, 도전해볼 만하겠다고. 그때 제 마음속에 가졌던 뜨거운 마음은 두 가지였어요. ‘이제는 나를 200% 쏟아도 아깝지 않은 일을 하자’와 ‘김포에 있는 나처럼 외로웠던 사람들을 위한 정말 따뜻한 이야기와 문화가 가득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라고요. 물론, 다들 걱정했습니다. ‘이런 동네에, 그것도 카페도 아닌 책방을 연다고?’

하지만 결국 저는 상가를 계약하고 두 달간 열심히 직접 공사를 했고, ‘게으른정원’이라는 이름을 짓고 책방의 문을 연 지 이제 7개월이 넘어갑니다. 손님들에게 책이 주는 아름다운 문장과 위로, 따뜻한 가치를 전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찾아와주시는 발걸음과 단골손님도 많이 늘었고요.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고정적인 수익도 안정적으로 벌고 있고, 그래서인지 주변 사람들의 말로는 제가 많이 행복해 보인대요. 네. 저는 지금 가꾸어가고 있는 이 정원이라는 공간과 저의 삶을 무척이나 애정하게 되었어요.

요즘은 20~30대의 청년들과 한 주에 한 번 치유의 글쓰기 모임 ‘진지한마들렌’과 독서모임 ‘꿈꾸는마들렌’, 그리고 일요일 아침 7시마다 함께 라베니체에 모여 러닝을 하는 러닝클럽 ‘달리는마들렌’이라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작업실이 필요한 아티스트들에게 공간을 제공해주는 ‘나작게작(나의 작고 게으른 작업실)’도 시작하게 되었고요.

며칠 전, 단골손님이 건넨 쪽지에 ‘제가 갈 곳이 있다는 게 참 행복했어요’라고 적힌 문장을 보며 뭉클했어요. 제가 정말 외롭다고 생각했던 김포에서 이제는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워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부지런히 좋은 책과 문장을 많이 소개하면서 정원을 가꾸어가고 싶어요. 언제든 와서 게으르게 있어도 되는, 혼자 있어도 충분한, 그리고 낯간지럽고 부끄러운 사랑과 꿈 이야기를 마음껏 나눌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존재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저와 함께, 게으르고 느리게- 그렇게 천천히 물들어갈 정원을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이렇게 따스해지는 봄날, 사뿐히 걸어 정원으로 놀러 오세요.

 

게으른정원

김포시 북변중로 51-1, 2층 파란문(해동1950카페 옆 건물)

0507-1359-3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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