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주
김포시 학교급식
모니터링단 단장

토요일 아침, 평소와는 다른 느긋함으로 쉼표를 찍고 싶은 주말이지만 김포시 관순로 26번길 43, 김포몽실학교에서 ‘우리가 하고 싶은 것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자!’라는 슬로건 아래 모인 지역 청소년들이 새 학기를 준비하고 있다.

 신도시라는 이름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가는 마을에서 청소년들이 갈만한 공간은 얼마나 될까? PC방, 코인노래방, 만화방, 영화관, 카페 정도로 돈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는 소비의 공간들이다. 비가 오면 잠시 쉬어 가고, 시험기간에 너무 고단하면 잠깐 눈도 붙이고, 아무것도 안 해도 누가 뭐라 하지 않고, 그러다가 흥미로운 무언가가 떠오르면 손 번쩍 들고 다가갈 수 있는 공간, 몽실학교가 바로 그런 곳이다.

‘즐겁게 배우고 실천으로 지역과 나누는 모두의 김포몽실학교’의 줄임말 배나몽 프로젝트에서 나는 ‘그냥 샘’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냥’은 청소년들이 습관처럼 입에 붙인 말에서 가져온 나의 별칭이다. 그냥 샘 혜주는 이곳에서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라는 어린이, 청소년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위, 아래가 아닌 서로 둥글게 연결되어 있다는 ‘평등 관계’로 지역 청소년들과 만나고 있다. 한 때는 세 아이의 엄마이자 학부모로서 활동을 했지만 지금은 길잡이교사로 지역청소년들의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새롭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한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춰버린 지금이지만 이 가운데서도 우리 아이들은 학교급식 생산자 농부를 걱정하며 채소 소비를 높이기 위한 인형극을 만들었다.

역사는 교과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실현되어야 한다며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에서 진지한 토론을 하고, 달달한 간식 꾸러미를 만들어 코로나19 방역에 애쓰고 있는 김포보건소를 방문한 활동 등 청소년들은 계속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들의 도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학부모에서 자원활동가, 길잡이 교사, 그리고 그 다음의 미래에 대해서도 용기를 내어 도전을 하게 된다.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야 행복하다. 아이도 어른도 마찬가지다. 하고 싶은 것을 하다가 생기는 문제는 사람을 성장시킨다. 실패를 딛고 일어서면 더 큰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

길을 잃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때 모두가 모두로부터 배우는 시간은 낯설지만 그 배움은 절대 잊혀지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못된 짓은,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설득하고 방해하고 악담하고 훼방하는 것이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고 행할 때 존재한다. 하고 싶은 것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자.”

 

<구성 : (사)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 고문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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