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바보이반>

박수영 책찌짝찌 독서모임 회원

삼형제 중 막내인 이반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전 재산을 받고도 형들이 필요할 때 재산을 절반씩 나누어 준다. 남은 것이라곤 늙은 말과 허름한 집 한 채뿐이지만 열심히 땀 흘려 농사를 지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사이좋은 형제의 모습을 시기한 마귀들은 형제들을 갈라놓으려 하고 첫째 형과 둘째 형은 모두 마귀에게 보기 좋게 넘어가 또 다시 이반을 찾아온다.

남은 것은 하나도 없었으므로 그저 묵묵히 자신이 할 일을 하는 셋째 이반은 마귀의 방해에도 끄떡없다. 결국 이반은 세 마리 마귀를 모두 잡고 마귀들이 가지고 있던 마술을 배워 그 나라 임금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그래도 이반이 하는 일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 백성들 모두 땀 흘려 일하고 일한 만큼 먹고 살게 되니 대장마귀가 돈을 아무리 뿌려도 전혀 흔들림이 없다.

대장마귀는 “이 나라 백성들은 손으로 일하는 것만 최고인 줄 알아요. 머리를 써서 일을 하면 훨씬 잘 살 수 있는 것도 모르고…”라고 말한다. 하지만 땀 흘려 일하는 것은 바보짓이라던 대장마귀는 망루 위에서 발을 헛디뎌 땅에 머리를 처박고 만다.

땀 흘려 일하는 것만큼 정직한 것은 없다. 그래서 <바보 이반>의 작가 톨스토이 역시 농사를 지으며 살고자 무던히 노력했지만 그러기엔 그의 글재주가 너무나 탁월했다.

머리를 쓴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때로 어떤 일은 너무 머리를 굴리다가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나의 경우는 로봇청소기가 그렇다. 손이 좀 편하자고 로봇청소기를 하나 장만했지만 그 청소기를 돌리기 위해서는 바닥에 놓인 것들을 깨끗하게 치워 놓는 것이 우선인데, 고만고만한 아이 셋 있는 집에서는 바닥 치우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로봇청소기도 물을 채워 놓거나 필터도 제때 청소해 주어야 하고 책꽂이에 책 넣듯이 어딘가에 쏙 들어가면 좋겠지만 청소기를 두는 공간도 따로 필요하다.

결정적으로 청소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로봇청소기로 도움을 받긴 해도 결국엔 사람 손이 닿아야 한다. 몸이 좀 편하고자 했더니 청소기 사느라 돈 쓰고 청소기 관리하느라 애쓴다. 사람 손이 가야 하는 것은 그 똑똑한 로봇도 필요 없다.

바보 같아 보이는 것들이 때로는 진가를 발휘할 때가 온다. 그저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는 사람에게 당할 자는 아무도 없다. 하다보면 결과는 나오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땀을 흘린다는 것은 노력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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