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진은영

 

별들이 움직이지 않는 물 위를 고요가 흘러간다는 사실
물에 빠진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
오늘 밤에도 그 애가 친지들의 심장을 징검다리처럼 밟고
물을 무사히 건넌다는 사실

한양대학교 옆 작은 돌다리에서 빠져 죽은 내 짝은 참 잘해줬다, 사실은
전날 내게 하늘색 색연필을 빌려줬다
늘 죽은 사람에게는 돌려주지 못한 것이 많다, 사실일까
사실 나는 건망증이 심하다

죽은 사람에게는 들려주지 못한 것도 많을 텐데
노래가 여기저기 떠도는 이유 같은 거
그 사람이 꼭 죽어야 했던 이유 같은 거
그 이유가 여기저기 떠도는 노래 같은 거
사실을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 짝은 입을 꼭 다물고 건져졌다는데
말할 수 없다
그 애가 들려주려던 사실
어둠의 긴 팔에 각자 입 맞추며 속삭였다
산 사람대로 죽은 사람대로 사실대로


시 감상

봄이 왔다. 아직 목련은 개화하지 않았다. 남녘부터 온 봄의 전령이 한 두 주쯤이면 지천으로 만발할 것이다. 목련이 켠 봄의 등불이. 요즘 전국을 강타하는 3살 여자아이 사건이 있다.
뉴스에 의하면 어머니가 아닌 언니라고 한다. 외할머니가 엄마라고 한다. 
이 무슨 일인가? 사실을 알고 싶다. 이유도 알고 싶다. 무엇보다 사실대로 사실을 알고 싶다. 산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라는데, 우린 정작 무엇을, 왜, 어떻게 사랑하고 있는지? 이 봄에 도도하게 핀 목련을 본다면 나는 사실대로 살고 있는지 묻고 싶다.
산 사람대로 죽은 사람대로 사실대로라는 말이 필요한 날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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