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볼을 보는 시간

                                  김완수

경로당 앞 볕 좋은 공터에서
노인들이 게이트볼을 하고 있다
느린 일은 물리지 않는지
구부정한 풍경(風景)에 권태는 없다
나는 낯선 속도에 붙들린 구경꾼
느슨한 규칙이 내 권태를 깨는데
이따금 둔탁한 소리 들린다
유대의 공끼리 부딪치는 소리
늙는다는 것은 한편이 되는 일이고
노년엔 서로 편 갈리지 않아
한낮의 경기(競技)에 긴장이란 없다
승부가 긴 해처럼 늘어질 때
나는 내 하루의 노후(老後)를 깨닫는다
차가운 배경 속 쓸쓸한 정물
또 딱 하는 소리 들리고
녹슨 웃음이 잔물결처럼 일자
내 훗날이 비친다
나는 급히 유대의 영역을 벗어난다


시 감상
 살다 보면 인정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나는 늘 청년이며 밤새워 토론하거나 설악산 대청봉도 지금 갈 수 있다. 게이트볼을 하는 노인분들을 보면서 나는 다만, 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분들의 유대에 속하지 않는 다른 유대를 갖고 있거나 다른 세계를 살고 있거나, 혹은 곧 다가올 그들만의 유대를 홀로 두려워하거나. 삶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간다고 한다.

어쩌면 익어간다는 말속, 속내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는 말과 같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익어간다는 것이다. 내가 내게 익숙해지고 좀 더 겸허해지고 좀 더 깊어진다는 것이다. 유대의 영역이라는 시인의 말이 못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김완수 : 전남 광주, 농민신문, 광남일보, 전북도민일보 신춘 당선, 시집(꿈꾸는 드러머) 동화집 (웃음 자판기)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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