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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흔든 한 문장 >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이 숨어져 있기 때문이다.' - 생텍쥐페리 《어린왕자》 -
조소영
시인, 전문낭송가

액운을 몰아내고 명과 복을 받아드린다는,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이자 봄을 알리는 입춘, 동장군이 시샘이라도 하듯 아침나절이 춥다. TV에서는 낮부턴 풀리면서 눈이 올 거라는 일기예보가 흘러나오고, 나는 다시 여느 때처럼 아침을 맞는다.

 팬데믹 상태가 된 세상, 우리는 늘 평화를 꿈꾸지만 삶은 녹록지만은 않다. 그래도 사람들은 각기 휴식을 찾아서 각박한 일상을 잠시 벗어나 산과 바다를 찾는다. 어느 땐 사랑하는 가족과 가까운 인연과도 이별을 하기도 하고 병마와 싸우기도 하며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길 수 있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내게도 견디기 힘겨웠던 날들이 있었다. 오랫동안 병안으로 누워계시던 시어머니와 남매를 보살피며 직장 생활로 숨 가쁘게 지나온 시간, 그 안에 갑자기 몰아닥친 경제적 위기, 급기야 몸과 마음의 병까지 얻게 되었다.

<어린왕자>에서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 내겐 힘겨웠던 그 시간들이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사막이었으며, 그때 내게 위로가 되어 준 것은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시였다.

잠 못 이루던 날들, 시는 지친 삶의 쉼표가 되어 앞으로 살아갈 힘과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괴로움을 떨쳐 버릴 수 있게 해주었다. 지난 실패와 힘들었던 날들은 경험과 교훈이 되어 살아가는데 중심을 잡아 주었고, 인고의 시간이었지만 빛과 소금처럼 자양분은 여백에 한자 한자 농익어 내려 진심을 담으니 불덩이 같았던 답답한 가슴도 차츰 고요해지면서 돌배꽃 같은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숱한 밤을 시의 먹이로 보낸 시간 앞에 어느 날부턴가 기쁨과 환희로 넘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니 시가 바로 사막 한가운데 숨겨진 나만의 샘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 기쁨과 희망이 있었기에 마침표 없는 시인의 길을 소박하고도 묵묵히 가고 있다.

 어느 사이 눈발 날리는 입춘의 오후 다섯 시, 소소한 일상의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갖고 그 안에서 마음에 안정을 찾고 몸과 마음을 단련시킨다. 삶은 늘 평화로울 순 없지만 누구나 희망을 갖고 살아가기에 추운 겨울도 견뎌내며 또 눈이 녹으면서 봄을 데려오는 것이다. 곧 코로나 백신이 나오면 사회적 거리두기도 풀리고 쩡쩡 얼어붙었던 땅도 풀릴 것이다.

그러면 봄의 뿌리도 꿈틀거릴 것이니 설레는 마음으로 봄을 기다린다. 숨 한번 크게 고르는 2월의 문턱에서 문 밖에 방목해 놓은 대지도 봄의 기운으로 치장을 하고 유년의 나뭇가지에 매어 놓은 푸른 꿈도 움이 틀 테니 햇살 비껴난 응달에 은빛 날개들도 툭툭 털고 일어날 것이다.

또 머지않아 흙 묻은 신발에도 봄까치꽃, 제비꽃, 민들레꽃이 따라오겠다. 그리고 황량한 사막 같은 힘겨운 삶에도 누구나 위로가 되는 가슴속 신비로운 샘 하나 있으면 좋겠다.


 <구성 : (사)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 고문 이재영>

이재영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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