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파리대왕>

박수영

책찌짝지 독서모임 회원

<파리대왕>은 소년들의 모험소설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본성과 사회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과거의 핵전쟁 직후 영국 소년들의 대피를 위해 운항 중이었던 비행기가 격추되며 아이들은 비상탈출을 하게 된다. 어른들은 한 명도 없이 스무 명 남짓한 아이들만 있는 섬은 어른 사회의 축소판이다.

다섯 살에서 열두 살 소년들이 외딴 섬에 떨어졌고 처음엔 거수를 통해 우두머리도 선출하고 발언은 소라를 들고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제법 그들만의 규칙을 만들어간다. 지도자로 선출된 랠프는 하루빨리 구조가 되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봉화를 올리기로 한다. 그리고 비가 오는 것을 대비해 오두막 짓는 일에 열중하려 하지만 사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잭과 대립하게 된다.

지도자 선출에서 랠프에게 밀린 잭과 그의 사냥패들은 멧돼지를 잡아서 크게 위세를 떨친다. 랠프의 지도력이 약화되자 랠프를 옹호하던 돼지라는 별명의 근시 소년이 잭에게 뺨을 맞고 그 바람에 안경 한 알이 깨지고 만다. 랠프는 다시 회의를 소집하여 봉화의 관리 철저와 오두막의 필요성을 강조하나 잭을 우두머리로 한 사냥패들은 이에 반대한다. 그때까지 소라를 쥔 사람이 발언권을 가졌는데 그러한 습관이 잭에 의해서 무시된다.

결국 잭과 랠프는 결별하여 각각의 진영을 만든다. 사냥패는 점점 포악해지고 사냥을 하고 나면 자신들만의 의식행사를 하는데 랠프가 고기를 얻으러 오자 더욱 흥분하여 비가 오는 날 광기어린 춤을 추고 섬에 함께 떨어진 사이먼을 살해하고 만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돼지라는 별명의 근시 소년을 죽이고 결국엔 랠프를 죽일 생각으로 섬에 불을 질렀다가 랠프가 거의 다 잡혔을 즈음 연기를 보고 섬으로 온 해군 장교를 만나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다.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알 수 없는 파리대왕. 파리는 프랑스 파리인가, 여름철 반갑지 않은 똥파리의 파리인가... 한참을 읽고 나서야 등장하는 파리대왕은 사냥패들이 산에 있을지 모르는 괴물을 위해 남겨놓은 돼지머리이다. 파리들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돼지머리를 가득 메워 마치 파리들의 큰 덩어리, 파리 중의 대왕파리와도 같아 보인다.

파리대왕은 비이성적이고 정의롭지 않은 집단의 힘이 커졌을 때 얼마나 사회가 위태로울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사냥패는 규칙과 질서를 저버리고 폭력과 억압으로 이루어진 집단이다. 그래서 사냥패들의 행동 결과는 곧 악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파리대왕은 말한다. “나 같은 짐승을 너희들이 사냥을 해서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참 가소로운 일이야! - 중략 - 넌 그것을 알고 있었지? 내가 너희들의 일부분이란 것을. 아주 가깝고 가까운 일부분이란 말이야. 왜 모든 것이 틀려먹었는가, 왜 모든 것이 지금처럼 돼버렸는가 하면 모두 내 탓인 거야.”

인간에게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 선한 것과 악한 것 중 어떤 것을 더 자주 선택하느냐에 따라 선한 사람이 되기도, 악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파리대왕의 말에 ‘나’ 대신 ‘악’을 넣어도 말이 된다. 악을 택하고 좋은 결과를 얻기는 힘들다.

선을 지향하는 것이 개인의 삶을 더욱 행복하게 할 수 있듯이 사회에도 악을 따르는 사람들보다 선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야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 사회문제에 무관심하면 안 되는 이유인 것이다. 사회문제는 곧 나의 일이기도 하고 개인의 힘만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여럿이 연대해야 가능한 일이므로 우리는 사회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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