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게임·스마트폰 등 디지털미디어에 얽힌 이야기 공모전 출품작>

나는 프로 전업주부다.

나는 대학 졸업하고 중국과 관련된 회사에 취직하여 중국 주재원으로 파견돼 중국에서 근무했으며, 이후 한국에 귀국해서는 독립하여 작게나마 개인사업을 영위하고 있었기에 나에게 있어서 중국은 직장생활의 시작이자 가장 큰 밥벌이 수단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전체가 셧다운이 되었고 개인사업도 매출이 “0”인 상황이 계속되었으며 그로 인해 한때 사장님 소리는 듣던 나는 원하지 않는 백수가 되어 집에만 있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다행히도 아내가 다니는 회사는 코로나19의 영향이 덜해서 계속 출근을 할 수 있었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나는 자연스럽게 가사를 전담하게 됐다.

아침에 눈을 떠서 밥을 안치고 냉장고에 넣어둔 반찬을 꺼내어 각자 먹을 만큼 덜어서 식탁에 놓은 후, 개인 앞접시와 공용집게, 공용국자를 챙기며 생활방역에 신경 쓰는 내 모습이 왠지 낯설다. 한때 찌개냄비에 숟가락 담으며 먹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나였기에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음료 전용 냉장고에는 아이들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을 정도의 작은병의 생수를 가득 채워놓았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컵을 반복 사용하는 습관을 좀 바꿔보려는 생각에 시작했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컵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쇼핑은 오로지 인터넷으로만 하고 있다. 사실 비밀인데 아침 차리기 귀찮은 날에는 저녁에 슬쩍 김밥 같은 것을 로켓배송으로 주문해서 아침에 식탁에 올리기도 한다. 또한 부득이 마트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가능하면 사람이 없는 오픈 시간에 맞춰서 다녀오곤 한다.

회사에서 하던 회식과 가족과 함께 하던 외식은 맛집에 가서 포장해 오는 것으로 대체된지 이미 오래다.

더불어 하루가 다르게 요리실력이 늘어간다. 처음에 백종원 유튜브 보면서 버벅거리면서 따라하던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거짓말 좀 보태면(?) 장금이도 울고 갈 실력이라 생각한다. ^^;

뿐만 아니라 세탁이 끝나고 건조된 세탁물을 가족 구성원별로 완벽하게 구분해서 각자의 서랍장에 수납까지 완벽하게 할 줄도 알게 됐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프로주부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사? 그거 뭐 어렵겠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막상 시작하고 보니 온라인 수업으로 등교하지 않는 아이들 세끼를 챙기는 것부터 어려움에 직면했다. 우선 급한 마음에 라면이나 냉동볶음밥 등 인스턴트식품 위주로 먹이긴 했으나 계속해서 이것만 먹일 수는 없기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대로 일상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레시피를 알려주는 백종원씨의 유튜브를 구독하고 그 레시피를 따라 해봤지만 처음엔 너무 오래 걸리고 먹고나면 치워야 하고, 다 치우고 났는데 시계를 보니 또 저녁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고 “나 도대체 청소기는 언제 돌리지?”, “세탁기, 건조기도 돌려야 하는데?” 하며 “멘붕”이 오기도 했다.

수차례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 이제는 프로주부로 자리 잡았고 그 때문인지 아이들과 대화가 부쩍 많아졌다. 덕분에 요즘 아이들이 무엇이 재미있는지 그리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알게 되었고 서로 함께 공유하고 또 지원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 외신을 통해 몇 개 국가는 백신 접종을 시작했으며 국내 언론에서는 치료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코로나19가 얼마나 더 긴 시간 이어질지 불확실하지만 언제가는 종식될 것으로 믿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 경제활동의 일선에 서게 되더라도 지금의 프로주부 경험을 잊지 않고 가족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자상하고 가정적인 프로비지니스맨으로 거듭날 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저녁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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