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성냥팔이 소녀>

박수영

딥인더북 독서모임 회원

덴마크 출신의 동화 작가인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는 눈 내리는 겨울이면 생각나는 이야기다. 어린 시절 매우 가난했던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작품을 썼다고 한다. 함께 독서하는 ‘딥인더북’ 엄마들과 나눈 공통된 이야기는 성냥팔이 소녀의 비정하고 무능한 아버지, 소녀를 지나친 사람들, 소녀가 원했던 삶에 대한 것들이었다.

첫 번째 성냥을 켰을 때 보인 먹음직스러운 음식, 음식을 담은 화려한 그릇들. 두 번째 성냥을 켰을 때 본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장식과 선물들. 세 번째 마지막 성냥을 켰을 때 자신을 따뜻한 눈빛으로 안아준 할머니의 모습. 모두 안정된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따뜻한 집에서 먹는 맛있는 음식과 즐거움을 더해 주는 삶의 여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를 믿고 사랑해주는 가족의 존재였을 것이다.

질문으로 공부하는 하브루타 모임이므로 나는 상상질문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됐다. 하나는 ‘만약 소녀가 2020년 12월 우리나라 서울이라는 곳에 살고 있는 10살 아이의 모습이라면 어떻게 돈벌이를 하고 있을까’이고 다른 하나는 ‘만약 소녀가 어린 시절을 힘들게 겪어내고 어른이 되었다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이다.

살면서 한 번쯤 작거나 큰 사고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때가 있고 누구나 공평하게 노인이 된다. ‘노약자’는 싫든 좋든 한 번 이상 겪게 되는 과정이다. 내 경우만 보아도 어릴 때는 보호자가 있어야 하는 유아기와 아동기, 청소년기를 거친 약자였고 성인이 된 후에도 아이를 세 명 낳았으니 적어도 세 번은 임산부로 약자였고, 가끔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생기면 환자로서의 약자이고 20~30년 뒤에는 나이든 노인의 모습으로 약자가 될 것이다.

유아기를 거쳐 청소년기에는 무엇보다도 좋은 어른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이가 지식과 정보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른들을 ‘보고’ ‘배운’ 것이 살아가는 데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아이들의 가장 가까운 어른인 부모가 함부로 살면 안 되는 이유다.

<성냥팔이 소녀>는 빈손으로 돌아오면 매질을 하는 아버지처럼 때로는 모진 모습으로 아이를 대할 때가 있었는지 마지막 성냥을 켰을 때 만난 할머니처럼 나를 따뜻하게 해주는 사람이 주변에 있는지 등을 생각해보게 되는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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