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형
안동대학교(철학)명예교수

나는 이번 주부터 드론 날리기를 시작했다. 지난 9월에 드론을 배우겠다고 마음먹고 교통산업공단에 원서를 내고 11월 초에 이론시험을 통과했다. 그간 학회발표 때문에 미뤄둔 실기시험을 내년 3월까지는 끝내기로 계획을 세웠다.

내년 3월부터는 현재 드론 자격증 취득 조건이 세분화 되어 까다로워진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70을 바라보는 내 또래의 사람들이 적지 않게 이런 시도를 한다기에 격려도 되고 도전도 되어 이 길에 나섰다. 하늘을 나는 드론을 몬다는 것은 비행기 조종사가 되는 것을 뜻하므로 여간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곧 ‘드론택시’도 나온다니 미래사회를 주도하는 느낌이 들어 어깨가 으쓱해진다.

내가 드론을 무인기라고 쓰는 이유는 ‘드론(수벌)’이라는 단어의 부정적 이미지도 문제지만 ‘무인 항공 비행기’라는 원뜻의 번역어로 국립국어연구원이 <무인기>를 추천하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우리사회에 무인기가 활약하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고, 나라 차원에서 필요한 인력 대비 전문종사자가 가장 부족한 분야가 바로 무인기라는 예측보도도 있었다.

무인기의 등장은 사실 단순히 마차가 자동차로 바뀌는 속도 상승과는 다른 차원의 발전이다. 그것은 공간적 차원의 비약이 있기 때문이다. 그 비약의 차이는 어떤 것인가를 한번 짚어 보자.점을 이은 것을 선이라고 한다. 점은 사실 이론상으로는 존재하는 것이나,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무엇이다.

독일철학자 바이힝거에 따르면 점이란 그래서 ‘마치 있는 것 같으나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점이 눈에 들어올 정도의 크기로 존재하는 순간 그것은 면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점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무것도 없다면 점이란 없겠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이 이어지면 이것은 선이 된다. 선은 굵기는 없는 것처럼 최소화시켜도 어쨌든 점을 이어놓은 길이(선)는 존재하는 그 무엇이다. 실오라기나 머리카락은 좌우간 존재하는 선이다. 그리고 선이 두 개 이상 모이면 이것은 면이 된다. 면에서 어떤 것들은 각각의 특징을 가지므로 비로소 서로 구별된다. 빨간 면과 파란 면이 다르고, 세모 쪽지와 네모 조각은 다른 것이다. 면에서는 크고, 작고, 빠르고, 여러 개가 되면 그것으로 구별이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우리가 평면에서 꾸며 온 삶이나 활동은 매우 다양하게 보여도 결국 그것의 특성이나 가치 기준이 크기나 빠르기 혹은 무게에 의해 좌우되었다. 비중이 무거운 금이 높은 값을 받았고, 단단한 금강석이 최고가를 누렸다. 또 빠른 기차의 승차 요금이 비쌌고 많은 교육을 받은 사람의 임금이 단연 많았다. 동일한 면에서 우선순위란 바로 이런 것으로 평면적인 평가의 방식 때문이었다. 모든 면이 갖는 한계를 대전제로 그렇게 평가하였다. 무인기가 나는 새 시대는 다른 평가와 견적이 요구될 것이다. 좌표를 이용한 효율성을 따지게 될 것이다.

우선 무인기는 도로의 한계를 공중까지 확대함으로써 한정된 포장도로의 효율성을 무시할 것이다. 자동차와 기차 혹은 선박이 왕래하던 한정된 공간의 구속을 탈피한다. 예컨대 용산에서 한남대교를 건너 부산으로 향하던 택배의 정체된 물건이 그것의 상공을 날아 배달된다면 그 시간의 교통정체가 사라질 것이다.

그 배달 공간만 확보된다면 고속도로의 정체는 택배의 물량이 수 천 배로 늘어나지 않는 한, 땅과 공중으로 분할될 것이고, 더하여 무인기로 배달하는 시간을 전자장비로 조종하여 24시간으로 분할하면, 택배의 적체란 개념과 그에 따른 가중 물류비(특송료)는 소멸할 것이다. 따라서 우편물과 운송 및 그 적재정량으로 절대시하던 요구사항은 사라질 것이다.

또 회사와 회사 간의 물량 전수에 따른 수탁 비용이나 절차가 점차 무용지물이 될 테고, 획일화한 운반시간과 방법이 새로운 면모를 찾아갈 것이다. 결국 다양하고 독특한 배달방식이 새로 개발될 것이다.

무인기는 이렇듯 2차원의 삶을 3차원으로 바꿈으로써 우리 삶을 다르게 인식하도록 만들 것이다. 무인기의 다양한 활용사례들은 사실 평면적 공간점유의 소시민적 자기중심의 삶을 다시 생각하도록 만든다. 우주비행사가 돼 본 사람은 인생관, 물질관이 바뀐다고 한다. 차원이 다른 드론의 세계를 사회지도자들이 경험한다면 3차원의 식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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