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라퐁텐의 아기 쥐 이야기>

▲박수영(엄마 독서모임 회원)

프랑스 시인이며 우화 작가인 장 드 라퐁텐의 원작 <라퐁텐의 아기 쥐 이야기>는 ‘고양이와 수탉과 쥐’, ‘쥐들의 회의’, ‘시골 쥐와 도시 쥐’ 세 가지 이야기가 이어져 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시골 농장 곳간에서 살고 있는 아기 쥐가 바깥세상을 몹시 궁금해 하며 생기는 일로 혼자서 함부로 돌아다니면 큰일 난다는 엄마의 말에도 엄마가 잠든 사이 살금살금 밖으로 나간다. 처음으로 바깥세상과 마주한 아기 쥐는 동물 두 마리를 만난다. 한 마리는 얌전하고 착해 보이는 고양이고 다른 한 마리는 날카롭고 사나워 보이는 닭이다.

아기 쥐는 말한다. “아하, 누가 좋은 친구인지 알겠어!” 아기 쥐는 고양이에게 말을 걸었고 고양이는 쥐를 잡아먹을 요량으로 아기 쥐에게 상냥한 말투로 가까이 오라한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닭이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다가와 아기 쥐를 멀리 떨어뜨려 놓고 아기 쥐는 놀라 집으로 들어온다.

두 번째 이야기에 집으로 들어온 아기 쥐가 엄마 쥐에게 밖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고 엄마 쥐는 고양이가 올 때를 대비해 방울을 달자는 제안을 하지만 나서는 쥐는 아무도 없다. 그때 갑자기 고양이가 들이닥쳐 달아나던 아기 쥐가 그만 창밖에 대기 중이던 짐수레에 떨어지게 된다. 짐수레를 타고 얼떨결에 도시로 간 아기 쥐가 도시 쥐를 만나며 우리가 알고 있는 세 번째 이야기인 시골 쥐와 도시 쥐 이야기가 나온다.

저녁식사 자리에서 아이들과 대화로 나누는 독후 활동

저녁을 차려놓고 식탁에 앉아 아이들이 밥을 먹는 동안 책을 읽어 주었다. 세상을 경험하지 못하고 겉모습만 보고 좋은 친구인지 아닌지 판단했던 아기 쥐의 이야기는 지난번 큰아이와 학원에서 친구들과 있었던 얘기를 하며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어서 넘어가고 두 번째 이야기부터 아이들과 생각을 나누었다.

사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이것이다.

“쥐들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았을까? 너희들이 쥐라면 무서운 고양이 목에 어떻게 방울을 달겠어?” 하고 물었더니 각양각색의 답들이 쏟아져 나왔다. 쥐들이 우리 세 자매를 먼저 만나고 회의를 했었다면 좋은 결과를 얻었을지 모르겠다.

먼저 11살 큰아이가 말한다.

“잠을 자고 있을 때 살짝 가서 달면 좋은데, 갑자기 깨어날 때를 대비해서 가짜 쥐들을 만들어 잡아먹는 동안 방울을 매는 거야.”

그러자 듣고 있던 7살 둘째가 나선다.

“아니야~ 쥐들이 고양이보다 더 큰 목소리로 찍찍거리면 무서워할 거야. 그러니까 쥐들한테 마이크를 줘야해~”

큰아이가 다른 방법이 생각났다며 말한다.

“고양이 탈을 쓴 인공지능 스피커를 놓고 고양이 언어로 말하는 거야. ‘안녕 친구야. 너에게 주고 싶은 선물이 있어. 예쁜 목걸이란다. 네가 하면 예쁠 것 같아”하고 방울이 달린 목걸이를 걸어준다고 한다. 그러자 또 둘째가 다른 방법들을 이것저것 얘기하는데 5살 막내가 한마디 한다.

“내 얘기 좀 들어봐. 깜돌이~ 난 깜돌이한테 고양이 목에 목걸이 걸어주고 오라고 시킬 거야~~”(깜돌이는 우리집 강아지 이름이다.)

막둥이의 말에 모두 크게 웃었다.

살아온 만큼 생각하는 것이 당연, 그 당연이 감사한 시간

세 번째 이야기 ‘시골 쥐와 도시 쥐’로 넘어가며 “너희는 시골과 도시 중 한 곳에서만 살아야 한다면 어디에 살 거야?” 하고 물었더니 큰아이는 “난 당연히 시골에서 살지. 왜냐하면 책에는 시골에 엄마가 있었잖아. 엄마가 있는 곳에 살 거야.”라고 답했다.

듣고 있던 둘째에게 시선을 돌리니 쉽게 결정을 못하고 있다. 그래서 시골과 도시에 살면 좋은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을 얘기해 보았다. 그랬더니 둘째는 “나도 시골에서 살 거야. 거기에 언니가 있잖아”한다. 막내에게 “너는 어디에 살고 싶어?”라고 물으니 우리 막둥이 대답이 정말 기가 막히다.

“난 도시가 좋아. 맛있는 게 많잖아.” 먹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막내다운 대답이었다.

우리집 5살은 맛있는 것을 먹을 때 행복을 느끼고, 7살은 아직 세상 경험이 없으니 의지할 만한 사람이 있는 곳이 안전하다는 생각을 했을 테고 11살은 세상 밖으로 나가보니 집처럼 안전한 곳이 없고 특히나 엄마라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으리라. 살아온 만큼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만 당연하기에 감사한 저녁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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