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신곡중 변경난 영양선생님

‘밥, 국, 주반찬, 부반찬, 김치, 보조식’

거의 대부분의 학교급식에서 일반적으로 제공되고 있는 급식의 형식이다.

주반찬은 주로 단백질 반찬으로 달걀, 고기, 생선 등을 구성하고 부반찬은 비타민과 무기질을 제공하는 나물 위주로 구성하고 보조식은 대부분 부족한 비타민을 채워줄 수 있는 과일이나 또는 떡으로 구성하는 형식이었다. 예전에는..

근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학생들에게 급식을 제공하면서의 나름의 급식에 대한 철학을 다음과 같이 세웠다.

 

1. 먹지 않더라도 접하게 하자.

- 유채나물, 머위대나물, 비름나물 등등 아이들이 지금은 선호하지 않겠지만 세월이 지나고 어른이 되어서 이런 음식을 본다면 한번쯤 급식에 나왔던 거라면서 옛 친구를 만난 듯이 접하게 되리라

2. 최대한 자연식품으로 제공하자.

보조식도 빵, 케이크, 음료수보다는 과일 위주로 커틀렛, 함박스테이크, 탕수육 등은 힘들지만 정성껏 만들어서 제공하면 몸에도 좋고 학생들도 노력을 알아주리라

3. 다양한 생선을 제공하자.

고기도 좋지만 고기에는 부족하거나 없는 지방산과 단백질이 풍부한 고등어, 삼치, 갈치, 조기 등의 다양한 생선을 한 달에 1번이라도 제공하여 다양한 식재료를 통하여 단백질을 섭취하게 하리라

 

2020년 지금 현재 이 철학은 거의 지켜지지 않고 동료들과의 식단 토의에도 ‘이 음식은 학생들이 좋아할까?’ ‘어떤 음식이 잔반이 덜 나오게 할까?’ ‘이렇게 식단을 구성하면 학생들이 그나마 먹으러 오지 않을까?’로 바뀌었다.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지만 작금의 상황은 주객이 전도가 되어 각종 매체나 SNS에도 화려한 식단 사진이나 급식에 제공하기 어려운 랍스타 등이 나오는 식단 사진들만 이슈가 되고 그런 식단이 제공하는 학교를 부러워하고 그렇지 않은 평범하지만 영양적인 대부분의 학교 급식이 평가 절하되고 있다. 교육부 또한 이런 관심이 집중된 학교에게 포상을 주면서 이 현상을 더욱 심해지고 있고 이제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사진으로 서로의 학교 급식을 비교하는 상황에 이르면서 본질보다 겉모습에 치중하는 급식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사실상 영양적이고 전통적인 급식이 제공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어야 하는 교육부에서 오히려 ‘전통음식, 저당·저나트륨 식단, 제철 과일 또는 식재료를 제공하되 학생들의 기호도를 높이고 잔반을 줄이는 식단’ 이라는 너무나 과유불급적인 요소들을 급식에 넣으면서 현장의 영양(교)사들을 학생들의 기호도가 높으며 화려한 식단을 제공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나 또한 가지고 있던 철학을 현실과 타협하면서 무너뜨리게 되었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한다. 때문에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열심히 영양적인 급식을 제공하려던 신규 영양교사의 자살이 선배로서 너무나 안타깝고 미안할 따름이다.

예전 집의 밥상을 생각해보자. 소박하지만 제철의 식재료로 부모님이 정성껏 요리하여 제공한 밥상, 화려하진 않지만 맛있고 정이 넘치는 그런 밥상, 그 밥상을 나눠먹으면서 밥상머리 교육이 이뤄지고 성장하게 되지 않았던가.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교육부도 이슈몰이 등에 떠밀리지 않고 학생의 올바른 식생활 관리능력 배양과 전통 식문화의 계승·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마련해야한다는 학교급식법 제3조 제1항을 목적 그대로 급식이 제공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장에 있는 영양(교)사인 나부터도 너무 현실과 타협하지 말고 나름의 철학과 원칙을 세우고 학생, 학부모, 교직원들에게 교육하고 홍보하면서 학교 급식 원래의 길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편의점, 외식 등에 너무 길이 든 우리 아이들에게 소박하지만 알찬 집밥, 영양적이고 전통적인 집밥 같은 급식을 제공하는 때로 돌아가길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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