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무             

                          이우디            

가슴을 열면 가난한 새들 눈알이 붉다
가지에 걸터앉은 높하늬바람이 
슬어놓은 알처럼
북극성이 불을 켜면 정박하는 닻별이다
12월의 숨골을 덥히는 삼태성이다
새들의 광장이다
당신은 촛불을 켜는 사람
불그림자 읽는 
불을 잉태한 배꼽에서 연기가 난다
 
-2020 시집 (수식은 잊어요)발췌-
시 감상
철새들의 계절이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들의 편대비행을 보고 있으면 나도 따라 남녘으로 가야 할 것 같다. 새들은 귀가 밝다. 새들은하늘이 집이다. 새들은 새들처럼 하늘을 난다. 겨울은 먼 곳에서 먼 곳으로 이동 중이다. 

사람의 집들이 불을 켠다. 먼 나무가 가을을 툭툭털고 있다. 불을 지핀다. 그래야 겨울을 견딜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온기의 불씨를 다시 켜자. 올해 1월부터 시작된 이 길고 지루한 코로나의 겨울을 견뎌낼 수 있는 사람과 사람 사이, 촛불 같은 온기 한 점이라도 유독 더 그리운 계절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이우디 : 2014년 영주일보 신춘문예 ,
 시조시학 신인상. 시집(수식은 잊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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