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응보

최영찬 소설가

이제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제가 저승이야기를 자꾸 끄집어내는 것은 혹을 떼고 선조시대로 가면 염포교와 마주치게 될 것입니다. 그 사람 임무는 미래를 내다본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것을 단속하는 것입니다.

그것보다 무서운 것은 빙의한 염라대왕입니다. 대왕은 나를 통해 토정 선생을 붙잡고 또 선생을 통해 도망친 설공찬을 잡는 것입니다. 설공찬을 넘기면 나도 선생도 모두 무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토정 선생은 손사래를 치니 까닭을 알고 싶습니다.


“예전에 사거리에 큰 주막이 있었습니다. 사통팔달의 요지에 있기에 각종 상인들이 많이 드나들었습니다. 주인은 주막으로 큰돈을 벌었지만, 투자를 잘못해서 많은 빚을 지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장사에 성공해서 큰돈을 번 세 사람의 장사꾼이 주막에 들어왔습니다. 이들의 보따리에는 돈이 잔뜩 들어 있었습니다. 주인은 이들이 작은 소리로 말하는 것을 엿들었습니다. 빚에 몰린 주인은 악독한 마음을 품고 술에 독을 타서 죽이고 돈을 빼앗
습니다.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가 새로 지은 별채의 구들 밑에 파묻었습니다.”


빚을 다 갚은 주인은 투자를 잘해서 부자가 되었습니다. 장사꾼 셋이 행방불명되자 그 가족들은 함께 찾아 나섰습니다. 주막집까지 찾아왔지만, 주인은 이들을 보지 못했다고 잡아떼었습니다. 눈이 많이 쏟아졌기에 길에서 마주친 목격자도 없어 찾던 사람들은 낙망했습니다.
“그 무렵에 부인이 임신했는데 아들을 연년생으로 두었습니다. 삼 형제들은 얼굴도 잘생기고 마음도 착한데다 공부도 잘해 스무 살이 되자 과거시험을 치러 가게 되었습니다.”


부자인 아버지는 많은 돈을 들여 튼튼한 말 세 마리와 노자를 넉넉하게 주어 서울로 보냈습니다. 며칠 뒤에 딸려보냈던 하인이 숨을 몰아쉬며 돌아왔습니다.
“나으리, 나으리. 도련님 세 분이 모두과거에 합격했습니다.” 삼 년에 한 번 보는 진사시에 모두 붙었다는 것입니다. 이 시험이 얼마나 어려운지 면 단위에 겨우 한 명 붙을 정도인데 아들 셋이 모두 합격했다니 이만저만 기쁜 일이 아닙니다. 주인은 잔치 준비를 하고 마루에 보료를 펴놓고 아들들의 절을 받으려고 했습니다. 


“첫째 아들이 먼저 도착해서 대문을 넘는 순간 말에서 굴러떨어졌습니다. 놀라 마루로 데려와 보니 숨이 끊어졌습니다. 뒤이어 둘째 아들도 대문을 들어오는 순간 팍 고꾸라지더니 절명했고 바로 뒤에서 오던 막내도 대문에 걸려 넘어지더니 숨을 거두었습니다.”
과거 급제라는 영광스러운 날에 세 아들을 한꺼번에 잃은 아버지는 통곡하다가 관아로 가서 아들의 죽음을 밝혀달라고 탄원했습니다.

고소장을 받아든 원님은 난감했습니다. 자신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판결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고민끝에 용한 무당을 불러 자신이 저승으로 가서 염라대왕을 만나는 의식을 치렀습니다. 그날 밤 꿈에 원님은 저승으로 가서 염라대왕을 만나 자초지종을 들었습니다. 다음 날. 포도군관과 포졸들이 주막으로 몰려가서 별채의 구들을 뜯었습니다. 거기에는 세 구의 시체가 있었는
데 마치 잠을 자는 듯 깨끗했습니다. 원님은 시신을 거두게 하고 주인을 꿇어 앉혔습니다.


“내가 어제 저승으로 가서 염라대왕을 만나 판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랬더니 네가 악독한 마음을 먹고 세 명의 장사꾼을 죽이고 돈을 탈취한 사실을 말해 주었다. 죽은 아들은 세 사람의 장사꾼이 환생한 것으로 너를 고발하기 위해 급사한 것이라고 했다.”
원님의 말에 주인은 고개를 조아리며 죄를 자백했습니다. 장사꾼의 시신은 스무 해가 지나 가족에게 돌아가 장례를 치렀고 살인범인 주인은 목을 베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인과응보의 원리로 착한 마음을 먹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나는 재담이 종료되자 양성지 영감에게 공손하게 절하고 다음에는 관객에게 절했습니다. 토정 선생은 끝나기 전에 자리를 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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