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정 (사)한국민족예술단체 총연합회 감사 (사)경기민예총 김포지부장 (재)김포문화재단 이사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 고 그것은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 ‘가지 않은 길’ 중에서 -

박희정 

(사)한국민족예술단체

총연합회 감사

(사)경기민예총 김포지부장

(재)김포문화재단 이사

꿈 많은 학창시절, 교과서에 수록된 이 시를 감동 깊게 읽은 적이 있다. 한참 가치관이 형성되던 시기에 아직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할 때, 무엇인가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그때 한 편의 시를 만났다.

나는 늘, 눈이 내린 날 길을 걸어 갈 때 언제나 남이 밟지 않은 곳을 골라서 밟고 가곤 했다. 아마도 나만의 길을 가겠다고 그 시기에 생각이 어렴풋이 정리되었던 것 같다. 그 시기, 나는 낭만적인 대학생활을 꿈꾸며 지리산 근처 산골마을에서 서울로 진학하게 되었다.

스무 살 청년의 눈에는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하던 서울생활이었다. 그때 불어닥친 서울의 봄... 학도호국단 폐지와 학생회 부활을 외치던 열정적인 청년들의 외침. 나는 자연스럽게 그 대오에 동참하게 되었다. 인생은 스스로 선택의 연속이며, 그 선택에 스스로 책임지며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시절 동안 저항정신이 진하게 깔려있는 한국의 전통탈춤에 빠져들게 되었고, 전통사상에도 심취하게 되었다. 졸업과 군복무를 마치고 풍물패 ‘터울림’에서 상근활동가로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후 민중문화 운동가로 활동을 하였고, 춤보다는 풍물의 매력에 푹 빠져 정진하게 되었다.

1991년에는 그 시대의 정서와 이야기를 담는 풍물을 꿈꾸며, 전문연희패인 풍물굿패 ’살판’을 창단하였고, 지금까지도 전문풍물예술인으로서 살아가고 있다. 이야기가 있는 풍물을 고집하며 1994년에 “바람을 타고 나는 새야”를 직접연출하고 공연하면서 풍물작품도 세상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판굿으로 공연하여, 당시로는 대단한 호평을 받기도 하였다. 1998년, 이전 활동지역 중 하나였던 김포로 이사를 오면서 김포인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김포평야를 울리던 김포풍물가락을 조사 발굴하여 ‘김포 들가락’이란 이름으로 정리하면서 살고 있다.

예술은 그 자체로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세상을 바꾸게 하는 힘이 있고, 그것은 자신을 변하게 하는 예술혼이 있다고 생각한다. 십대에 인생행로를 준비할 때 가장 모티브가 되었던 것이 이 시의 마지막 문장이었다.

상당한 기간이 지난 요즈음에 가끔 혼자의 회상 시간을 가질 때 청년활동가시절에 많이 부르고 다녔던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이 생각난다.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하는 삶, 나는 지금의 이 삶을 영유하며 살고 싶다.

<구성:(사)한국문인협회김포지부고문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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