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기 좋은 세상> 다겸, 다교, 다원 세 자매 엄마 박수영 씨

엄마 스스로 자신을 계발하는 노력 바탕으로 아이와 소통

둘일 때는 두 몫이지만 셋이 되니 완벽 내려놓고 행복해져

다둥이 엄마들을 만날 때마다 참 부지런하다, 참 지혜롭다는 걸 느낀다.

풍무동 송다겸(11), 다교(7), 다원(5) 세 자매의 엄마 박수영(40) 씨도 그렇다. 예쁜 딸이 셋이라니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웃음소리가 느껴지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것은 오롯이 엄마 박수영 씨의 끊임없이 자기를 계발하는 노력과 경험에서 얻은 지혜가 빚은 열매였다.

“둘째까지는 그냥 두 몫이었다. 엄마로서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해 외출할 때도 온갖 상황을 설정해 바리바리 싸서 나갔다. 그런데 셋째가 태어나니 내 능력 밖이더라. 열 개를 다 해줄 수 없으니 우선순위를 따져 꼭 필요한 것만 해주기로 하고 내려놓으니 힘들지 않았다. 완벽을 버린 거다. 기저귀 못 챙겨 나가면 편의점에서 사면 돼, 하는 마음을 먹었다는 거다.”

네 살, 두 살 터울로 태어난 자매 사이지만 어울려 놀 때 다툼이 없을 수 없다. 그럴 때도 수영 씨는 싸움을 말리지 않고 그냥 둔다. 참 색다른 육아다. 그런데 이유를 듣고 나니 수긍이 간다.

“실전을 미리 해본다고 생각한다. 학교를 가게 되면 친구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다툼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아이들이 같이 지내며 이걸 연습한다고 생각한다. 싸우다 보면 누가 맞았는지도 알게 되고 서로 중재하고 사과하는 것까지 배우게 된다. 단지 너무 길어지면 개입하는데, 이때도 최대한 객관적으로 상대방이 어떻다가 아니라 ‘내가 어떻다’는 말을 하게 한다. 나를 주어로 사실만 말하게 한다. ‘언니니까 이해하고 참아’라고 하지 않는다.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정확하게 말해준다. 교통사고도 몇 대 몇이 있는 것처럼 누군가 전적으로 잘못하지는 않는다.”

독서모임 통해 아이 기질 이해하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처음부터 수영 씨도 이렇듯 여유를 갖지는 못했다. 본인과 기질이 다른 둘째가 태어나 힘들어지고 ‘내가 뭘 잘못했나?’ 하는 자책의 과정을 지나 자신의 틀로 아이를 바라보던 실수를 인정하고 오히려 자신의 틀을 깨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지금에 이른 것이다. 사랑하는 아이와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이어갈 수 없다는 절박함에 돌파구를 찾았고 그는 독서모임에서 답을 찾았던 것이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질문하고 답하는 모임의 방식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게 됐고 인간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하게 됐다. 그러니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게 되더라. 친정엄마가 늘 해주신 ‘부모는 이정표가 돼야 한다’는 말을 새기며 아이의 기질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책을 읽어 줄 때도 다른 아이보다 더 신경 써 대화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독서의 힘을 믿는 엄마다. 세 아이 모두 앞으로 경제적이든 정서적이든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길 바라고 있다. ‘따로 또 같이’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스스로 하며 단단해지고, 다른 사람들과 지낼 때는 기꺼이 협력과 연대가 가능한 사람으로 컸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러려면 자신을 잘 알고 내면이 탄탄해져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데 그런 내면을 키우는 방법은 독서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세 아이가 다 함께 어울려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자주 하게 된다.

“통합교육이라고 해야 하나. 뭔가 하나 주제가 생기면 나이 불문, 학년 불문 세 아이를 함께 모아서 놀면서 공부한다. 다겸이 교과서에서 얻은 주제, 다교 유치원에서 가져온 교구 등이 시초가 돼서 관련 책을 같이 읽어주기도 하고 서로 만들기, 색칠하기, 스티커 붙이기 등을 재밌게 하도록 한다. 이때 다겸이에게 쉬운 주제라면 직접 주도적으로 하게 한다.”

▲수영 씨는 거실 벽면에 아이들이 함께한 작품을 전시해 둔다.  
▲그림 그리기, 종이접기, 스티커 붙이기 등 함께한 작품들이 일주일 간격으로 걸린다.

첫째가 11살, 막내가 5살이니 나이 차가 꽤 나는데도 같이 하게 하는 건 아이들마다 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라도 각자 나름대로 얻는 것이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셋이 모여 함께하는 시간이 곧 작은 사회라 할 수 있어 다겸이는 리더십을, 다교와 다원이는 협력과 질서를 배울 수 있게 된다. 그런 면에서 다원이가 혜택을 많이 보는 편이다. 이렇게 작은 사회경험을 어려서부터 하니 유치원 등원도 별 어려움 없이 지나갔다. 벌써 한글을 깨친 건 덤에 불과하다.

“엄마들이 아주 작은 시간이라도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 에너지가 충전돼 아이들에게 뭔가 해줄 수 있어진다. 엄마가 지치지 않아야 아이에게 잘할 수 있다. 책을 읽든 다른 취미를 갖든 내가 내 삶을 살필 수 있는 시간 안에서 나를 개발할 때 아이들과의 소통도 잘 이뤄질 수 있다.”

독서모임 외에도 다겸이가 영어학원에서 다 공부한 교재를 이용해 본인 스스로 영어공부를 하며 지속적으로 자기계발에 힘쓰는 그가 마지막으로 건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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