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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흔든 한 문장]최한울 가수, 무속인

사람의 눈은 그가 현재 어떻다 하는 인품을 말하고, 사람의 입은 그가 무엇이 될 것인가 하는 가능성을 말한다. - 막심 고리키 -

최한울 가수, 무속인

'눈'은 영혼의 거울이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의 희로애락이 제일 먼저 표현되는 것이 눈이다. 가령, 거짓말을 하게 되면 눈이 흔들리거나 동공이 확장된다. 그래서 눈을 보며 사람과 대화를 하면 상대방의 생각이 보이기도 한다. 어렸을 적 나는, 눈이 깊고 예쁜 아이였다고 한다. 남자아이지만 까만 눈동자, 쌍꺼풀이 없는 큰 눈, 내 기억 속에도 가족들이 참 많이 예뻐해 줬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집안에 남자아이는 내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만큼, 기대에 맞게 장래희망도 ‘의사’였다. 가족들은 기특해하셨고, 기대도 많았다. 적어도 고2 무렵까지는 그랬었다.

그러나 그 무렵부터 내 눈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예전의 생기는 없어졌고, 항상 불안한 눈빛과 눈치를 보는 시선, 내성적인 성격... 행복하지 않았다. 누구도 내 말을 듣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에서 만난 한 권의 책, 러시아의 사회주의 작가 막심고리키의 위대한 걸작인 자서전 3부작 가운데 첫 번째 작품 「어린 시절」이었다. 그는 그렇게 힘든 역경이 있음에도 끝까지 꿈을 잃지 않고 이겨내, 한 시대의 저명한 작가로 성공했다. 그의 삶은, 내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로부터 타인이 바라는 꿈이 아닌, 내가 원하는 꿈을 꾸고, 결국 나는 의대가 아닌 연극영화과를 진학하게 되었고 배우와 가수의 꿈을 꾸었다. 그때 다시 한 번 어렸을 때의 그 눈빛을 되찾았던 것 같다. 눈에선 생기가 돌고, 내 입은 자신감에 차있었다. 참 행복한 시절이었다.

하지만 내 삶에 또 한 번의 역경이 찾아왔다. 수차례의 기획사 사기, 갑작스러운 동생의 사망, 집안의 풍파, 그리고 이어진 신병... 나는 지금 무당이다. 걷잡을 수 없는 풍파와 슬픔, 내 곁의 모든 것이 사라질 것만 같은 두려움으로 내 꿈은 사치라 여겼고, 남은 가족들을 지켜야만 했다. 결국 나는 신내림을 받고 무당이 되었다. 가족은 지켰지만 내 꿈은 그렇게 잃었었다.

요즘 나는 다시 꿈꾼다. 좋은 분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노래 부를 때 참 행복해 보인다고. 나는 한때 꿈을 잃었었지만, 다시 하나씩 찾아가고 있다. 나는 오늘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눈을 본다. 슬픈 눈, 증오가 가득 찬 눈, 거짓을 말하는 눈, 허풍떠는 눈... 다시 내 눈을 들여다본다. 내 눈은 어떤 성품을 가졌는지. 내 입은 어떤 미래의 가능성을 말하고 있는지.

<구성 : (사)한국문인협회 고문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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