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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제주도 3박 4일
  • 김형철 김포대 항공관광경영과 교수
  • 승인 2020.11.0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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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
김포대
항공관광경영과
교수

악랄한 우한 폐렴 바이러스(코로나 19) 때문에 거의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고 있어서 이번 추석은 밖으로 나가고 싶은 본능에 의하여 제주도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부모님 소천 이후, 고향에 가도 즐겁지 않은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서 부모님의 고향인 제주도에서 엄마와 아버지의 발자취를 찾고 싶었다.

2020년 9월 30일 추석 연휴 첫날, 김포공항에 도착하니 국내선은 인산인해였고 국제선은 쥐죽은 듯 고요한 적막감이 흐르고 있었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국제적 이동이 활발하였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하는 푸념을 하며 겨우 좌석을 몇 개 잡아서 비행기 출발시각까지 앉아서 주변을 보니 모두가 마스크를 끼고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역력하였다. 바이러스만 아니었다면 저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가 아닌 국외로 갈려는 사람들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도 여행은 인간의 본능인지라, 제주도 도지사가 제발 오지 말라고 호소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수십만 명이 이번 연휴에 입도를 한다고 하니 필자도 바짝 긴장하였다.

대한항공 여객기는 힘차게 날아올라서 어느덧 구름 위로 들어가고 있다. 한편으로 그렇게 오지 말라고 하는데도 비행기 좌석은 만석이다. 조금이라도 열이 난다면 바이러스 검사를 받아야 하며 자가 격리도 각오하고 오라는 말이 무색하게 제주공항은 관광객 인파로 북적거렸다. 도지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런 말을 할 수 있다. 60만 제주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聽者입장에서는 불쾌하지만 話者는 그런 강력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본다.

소통과 배려의 정신이 중요하듯이 이번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면서 부모님의 히스토리를 찾고 가족들과 추억을 공유하고자 하는 필자의 마음이 너무나 강한 나머지 딸의 입장을 보살피지 못했다.

서귀포 호텔에 여장을 푼 첫날 밤, 무남독녀 외동딸은 우리부부에게 여행이 즐겁지가 않다. 공부해야 하는데 괜히 온 것 같다고 하였다. 무시무시한 공기업 서류전형을 통과하여 필기시험을 앞두고 있는데 왜 오자고 했느냐며 몰아세우는데 문득 2016년 아버지와 만장굴 관광을 했던 추억이 떠올랐다. 세계자연유산인데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몸이 불편하셔서 지하로 내려오지 못하니 전혀 즐겁지 않은 관광이었다. 최고의 관광자원도 상황에 따라서 그저 그런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가족관광의 추억을 만들고 힐링의 시간을 보낼려고 데려왔는데 딸에게는 난처한 시간이 되고 있다. 자식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필자의 잘못임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미안하다고 하니 딸도 눈물을 보이며 이왕 이렇게 왔으니 제주도에 적응하겠다고 하여 너무나 고마웠다. 동서고금 남녀노소 소통과 배려가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풍차해안도로. 돌고래 전망대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쇠소깍 관광지에서 카약을 같이 타며 가족의 사랑을, 원앙폭포를 보며 부부금실을 확인하고, 이중섭 거리에서 위대한 미술가의 체취를 느끼며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되었다. 한국전쟁을 겪으며 제주도로 피난을 온 이중섭 부부는 이곳 서귀포 주민들이 제공해준 초가집에서 지역주민들의 초상화를 그려주기도 하고 풍경화도 그리면서 1년을 보냈다고 한다. 비록 어려운 피난살이였지만 그 자신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고 회고하였다고 하니 물질만이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닐 것이다. 특히 현재 바로 지금 혼신을 다해서 현실에 집중하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다.

셋째날, 54년 전 부모님이 사진을 찍었던 사라봉 팔각정 계단 앞에서 우리 가족은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두 사진을 비교하면서 증조부· 할아버지· 필자 그리고 딸로 이어지는 ‘뿌리’의 발자취를 생생히 비교하고 있다. 그 옛날 민족교육자로서 아라국민학교를 설립한 할아버지의 희생으로 세워진 아라초등학교를 들어가서 딸에게 조카들에게 민족정신과 가문의 뿌리를 강의하였다.

허브랜드 허브동산을 관광하면서 제주도 곳곳에 만들어진 박물관, 기념관, 놀이동산, 체험장들이 여행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개발보다는 지속가능한 관광개발로 가야한다는 확신도 가지고 돌아왔다.

마지막 날 승마체험을 끝내고 항몽유적지로 가서 삼별초 정신을 느끼고 깨닫고 왔다. 세계최강군단 몽고군과 끝까지 싸워서 장렬하게 전사했던 김통정 장군과 휘하의 용맹했던 특수부대원들! 그들은 어차피 질 수 밖에 없었던 전투에서 몽골.고려 연합군의 총공세에도 마지막 한명까지 최후의 항전을 펼쳤던 자랑스런 고려의 병사들이었다.

너무나 쉽게 포기하고 마는 요즘 세태에,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삼별초 정신이 위안이 되고 있다. 제주도 3박하고 4일째 다시 김포공항으로 돌아왔다.

 

 

김형철 김포대 항공관광경영과 교수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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