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을 통해서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단순히 한 끼를 학교에서 먹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경제와 환경, 사회 문화 전반을 종합적이고 유기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기후변화, 유행하는 감염병 등으로 식재료의 수급이 매우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식사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좋은 품질의 식재료가 수반되어야 한다. 좋은 품질의 식재료는 대부분 높은 가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가장 선호하는 육류의 가격도 식재료 중 가장 높은 단가에 속한다. 이러한 고품질의 급식을 구현하기에는 학교급식의 식품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단가를 현실화시켜 학생들에게 랍스타 등 다양한 식재료 선택을 통한 다양한 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래 보기도 한다. 최근 소셜미디어의 활성화로 여러 학교의 식판사진들이 올라오면서 랍스타, 대게 등 시중에서도 접하기 힘든 식재료를 올리는 학교들이 기사화되면서 그렇지 못한 학교에서는 위축감과 비난 아닌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세경고 영양선생님이 학교를 그만 둔다고 뉴스에 나올 정도까지 그 노력은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는 왜 그런 급식을 만들지 못했을까? 우리는 어떤 급식을 추구해야하는 것일까? 건강한 식습관 형성을 위한 지침은 나와 있으나, 현실과 마주한 우리들의 식탁은 실천하기 매우 어렵다. 그 답은 앞으로 이 사회와 우리 학생들이 함께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세상을 통해 학교급식을 생각해 보자.

 

기후변화

2019년 9월 23일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담에 앞서 2019년 9월 21일에 전 세계 수백만명의 사람들과 함께 기후 위기 문제에 맞서 한국에서도 기후 위기 비상행동에 돌입하기도 했다. 스웨덴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2018년 8월 스웨덴 의회 밖에서 처음으로 청소년 기후행동을 시작했다. 그레타 툰베리의 경고에 우리나라 청소년들도 기후 행동에 동참하기도 했으며, 모든 기후변화는 현세대와 국가들의 책임으로 ‘정치적 의제’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지난여름 50일가량의 오랜 장마와 연이은 3개의 태풍 영향으로 여름 배추 주산지인 강원도 평창, 태백, 대관령 일대에 큰 피해를 줌으로써 10월 25일 가을배추가 첫 수확이 되기까지 학교급식에 생식용 배추김치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 

학교급식에 제공되는 농수산물은 기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식재료이다. 축산물 사료가 농산물이기에 간접적 영향을 받기도 한다. 해마다 식재료 수급의 어려움 또는 가격 폭등을 겪는다. Non-GMO 등 우수가공품 지원사업에서는 참기름, 참깨, 고춧가루 가격이 폭등하고 공급량이 부족하여 납품하지 못한다고 한다.

 

아프리카 돼지열병

올해 10월 8일에 화천의 한 양돈농가에서 올해 첫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발생하였다. 지난 8월에 해당 농장에서 250m 떨어진 야산에서 ASF확진 판정을 받은 야생멧돼지 사체가 발견되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아프리카 돼지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풍토병으로 1957년 포르투갈 리스본을 시작으로 유럽권까지 확산되었으며, 2018년경 세계에서 돼지를 가장 많이 사육하고 소비하는 중국 전역에도 확산되었다. 2019년에 6월2일 북한 지역 발병되고 9월 17일에 경기도 파주시에서 국내 첫 확진 사례가 있었다. 이어 우리 지역인 김포를 비롯하여 강화군 등으로 퍼지면서 충청도 등 의심신고가 많아져 집단 폐사를 시켰다. 

학교급식의 식품비 단가가 낮기에 주로 돼지고기를 이용하는데 집단폐사로 인하여 돼지고기 수급이 어렵고 가격이 상승하여 급식의 질은 떨어지게 되었으며, 더 큰 문제는 돼지고기를 포함한 음식물쓰레기처리였다. 음식물쓰레기를 통한 아프리카 돼지열병 전파의 가능성을 통제하기 위하여 음식물쓰레기 위탁업체가 가축사료로 제공할 경우 처리가 중단되었기 때문에 매일 나오는 많은 양의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하는 학교는 발을 동동거리기도 하였다.

 

코로나19와 공장형 축산

코로나바이러스는 동물 유래(동물에서 사람으로 전염되는) 바이러스다. 진화생물학자인 롭 윌리스는 최초 발생지가 우한 야생동물 시장임을 암시하는 증거가 많지는 않지만 일부 있다고 한다. 

중국은 지난 50년간, 특히 공업적 식품 생산은 전례 없는 규모로 성장했다. 예로 1998년 홍콩에서 조류인플루엔자(H5N1)가 발생했을 때, 중국 남부의 광둥성에서는 닭 7억 마리가 사육되고 있었다. 이 닭들은 사료 제조기와 가공 공장을 기반으로 공업적 환경에서 부화·사육·도축·가공되었으며 1990년대 매년 7%씩 성장하여 오리·거위를 비롯한 가공 가금류 수출액은 1996년 7억 7400만 달러로 증가했다. 

가금류 생산 증대 및 집약화와 함께 홍콩과 연결되어있는 주장강 삼각주 지역이 중요한 수출입 중심지가 되면서 바이러스 감염병이 1년 내내 유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규모 식품 산업은 삼림 파괴를 통한 농협 생산의 확대 탓에 와일드푸드(야생 동식물 식품) 생산자들은 더 깊은 오지로 밀려 들어가는 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은 매우 다양한 종류의 감염병 병원체 원형을 건져 올렸다라고 윌리스는 표현하였다.

1940년 미국에서 공업적으로 교배된 닭의 첫 품종이 개발되면서 10년도 지나지 않아서 세계의 거의 모든 상업적 가금류 사육자들이 개량종 닭으로 고기를 생산했다. 오늘날 세계 가금류 생산의 거의 75%를 극소수 기업이 차지한다. 필요한 경제적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품종은 제거되어 단일 품종 육성이 세계 가금류 생산의 특징이 되었다. 이런 품종 개량 탓에 닭들은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면연력을 얻지 못하고 유전자 풀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변이하는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반응의 다양성도 제한된다. 

따라서 가금류와 인간 사이의 바이러스 교차 감염 가능성도 증가한다. 동물들은 거대한 “공장형 농장”의 끔찍한 환경 속에서 사육된다. 양계장 케이지 안에서만 6∼8주 동안 항생제와 성장 촉진 첨가물이 함유된 사료를 먹지만 좁은 사육 환경에서 많은 수가 죽는다. 이는 윌리스가 신종 바이러스(특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조성될 최적의 환경이다. 취약한 숙주가 새로 공급되는 것은 바이러스의 독성이 진화되는 핵심 요인이다. 공업화된 가축은 치명적인 병원체가 자라나는 데에 이상적 개체군이라고 한다.

 

일자리와 인력

코로나19로 인하여 세계 청년실업률이 매우 심각하다고 한다. 요즘 아르바이트 경쟁률이 20:1이라고 할 정도로 정부에서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꿈을 물으면 어릴 적 공통적으로 대답하는 직업 중의 하나는 요리사이다. 그러나 유명한 쉐프들을 제외하고는 호텔이나 유명한 레스토랑에서조차 대부분 좋지 않은 근무 조건에서 일한다. 

학교에서의 조리종사원들은 대부분 여성인데, 올해 은여울중학교에는 김포대학 재학 중인 남성 조리실무사님이 올해 신규발령을 받았다. 학교 급식실의 근로조건도 좋아져서 누구나 일하고 싶은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맛있는 요리들은 대부분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이다. 물론 인력이 부족하여 모두 만들 수 없는 음식은 가공식품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조리종사원들은 비정규직으로 정규직보다 처우가 좋지 못하다. 그 급여마저 학교급식비에 포함되어 있어, 인건비 상승시 식품비가 낮아진다. 

그것은 곧 학교급식 질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낮은 급여와 많은 노동으로 연결된다. 인건비가 급식비에서 분리되어 노동자들에게는 충분한 근로조건의 좋은 일자리를 주게 되면, 학생들에게 질 높은 급식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일자리에 적정 노동량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인원을 보충해 주고, 누구나 근무하고 싶은 직업이 될 수 있도록 좋은 일자리는 만드는 것도 일자리 창출의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가정에서도 가공식품 없이는 식탁을 차리기 힘들 지경으로 식품산업은 다양화되고 증대되었다. 소규모 가정이 많아지면서 집밥보다는 외식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우리가 하루 중 자연에서 온 식품 그대로를 조리하여 식사를 하는 전통적인 문화를 유지할 수 있는 남은 방법은 학교급식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고급 식당에서는 그렇게 하는 곳도 있으나 그 가격은 너무 비싸서 누구나 사 먹거나 자주 즐길 수 없다. 

전통방식으로 조리된 학교급식은 학생들에게 외면받기도 한다. 이미 우리들은 사회 식품산업화에 입맛이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옥수수 생산이 남아서 그것으로 당을 만들어 콜라를 생산하게 되었다고 한다. 건강에 나쁘다는 것을 알지만 이윤을 위하여 없애거나 생산을 줄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우리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숨기고 광고를 하여 판매를 증대시킨다.

 

교육급식

비고츠키는 동물의 경우 자극이 있으면 반응을 한다고 보았고, 그에 비해 인간을 수동적이지 않은 존재로 봤다. 인간의 신체는 원래 단맛과 짠맛을 좋아한다. 달고 짠 것을 먹는다고 본 거라 할 수 있다. 인간의 경우는 자극과 반응 사이에 숙고하는 과정이 있다. 덜 짠 걸 먹는다(자극)-심심하네? 하지만 이게 건강에 좋아. 자주 먹자. 아~ 이게 건강하게 맛있는 맛이라고 기억하자(숙고)-덜 짜도 잘 먹는다(반응). 그 숙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다. 따라서 그러한 교육을 하려면 영양교사들과 일반 교사들의 협력이 필요할 것이며, 영양교육도 교육의 일부로 분명히 할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 많은 교사를 충원해야 한다. 

당장 그러한 교육이 어렵더라도, 식단에 대한 설명, 학생들과의 소통, 교사들에게 메시지라도 보내서 이번 급식의 취지를 설명하기 등과 같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것은 단지 수업 몇 개를 바꾸는 게 아니라 교육 자체를 협력적으로 바꾸고, 또한 교원평가나 성과급으로 인한 경쟁과 억압 따위를 없애야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경쟁과 억압은 급식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학생들에게 먹어라! 너희들은 단짠을 좋아하지? 이런 관점을 기본으로 하여 학생들을 대하는 것은 인간을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경쟁, 통제, 억압은 인간을 수동적 존재로 보는 것이다. 그것이 영양교육에도 영향을 크게 미친다. 학교급식이라는 교육매체를 통해, 학생들 스스로 숙고의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는 영양교육이 되도록 노력하고 싶다. 급식을 단지 맛있게 준다는 것이 아니라, 맛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교육의 일부이기도 해야 한다. 그러려면 경쟁과 억압이 아니라 협력과 자율이 필요하다.

 

학교급식과 세상

학교급식은 학교급식법에 의하여 법적 영양기준량으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비율을 맞추어 학생들의 기호도에 맞게 음식물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예산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많은 영양선생님들과 조리종사원들의 노고로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 외에도 농민과 납품하는 기사님 등 많이 고생하시는 보이지 않는 분들이 계시다. 친환경 농산물을 사용한 무상급식으로 우수 축산물과 Non-GMO 가공식품 등 우수한 식재료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려고 한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전염병, 급식비에 포함된 인건비 등의 이유로 급식을 안정적으로 수급하고, 숙고한 학생들이 원하는 급식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하여 학교급식은 일반 식당으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식당은 마스크를 벗는 유일한 장소이므로 가장 감염의 위험이 큰 곳이다. 

학교에서는 많은 선생님들의 희생으로 방역을 하고 있다. 그 버티는 힘이 언제까지 계속 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학교 내의 급식실이라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 학교에서는 일반 식당처럼 당연한 운영을 원하곤 했다. 단순히 점심 한 끼만 제공하면 되는 거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는 학교급식은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들의 세상과 얽혀있다. 

실제로 지난 몇 달간 학교급식이 중단되거나 매우 적은 양으로 이루어 지면서 많은 농가 및 유통산업이 피해를 입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거기에 적은 양의 급식을 위해 유통의 손해을 입으면서 납품을 강요당하기도 하였다. 영양공급은 학생의 발달을 위해 가장 기초적이고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교육의 첫 단계이다. 사회와 함께 숨쉬고 있는 학교급식을 함께 이해하여, 숙고의 과정을 통하여 보다 성숙된 세상을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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