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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혹부리 영감의 김포 이야기> 출산시간
최영찬 소설가

혹을 떼면 풍문 내 운명은 어찌 변할까요? 인간의 운명은 사주에 나타나 있습니다. 사주는 생년월일시(年月日時)를 말하는 것으로 현대에서는 좋은 때에 맞춰 제왕절개 수술을 하지요. 그러나 그것은 인공적이기에 운명이 들어맞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살던 조선에서는 철썩같이 믿었습니다. 궁에도 음양관이라는 벼슬아치가 괘를 풀어보고 왕자와 공주의 궁합을 보고 혼례일자를 보았습니다. 시중에서도 이런 운명론이 판쳐서 명리학으로 점치는 사주쟁이, 신점으로 점치는 무당, 장님 판수 등 인간은 태어난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풍조가 만연했습니다. 현대에서도 몇십 년까지만 해도 음력 첫날 토정선생이 지은 '토정비결'을 놓고 가족들의 운수를 점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토정 선생님은 운명론을 믿었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은 자신이 󰡐토정비결’을 만든 것은 점을 부정하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내용을 읽어보면 그리 좋지도 그리 나쁘지도 않습니다. 비결은 주역을 본따 만든 것으로 주역의 기본 이념인 득중(得中)에 있습니다. 이 말은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말라는 말입니다. 좋을 때는 나쁜 일을 염두에 두고 나쁜 일이 닥치면 좋은 날을 기다리라는 평범한 진리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토정비결은 그냥 재미로 보는 것이고 다급하면 점집을 찾고 열 중에서 반만 맞아도 다 맞춘 것처럼 호들갑을 떱니다. 어쨌든 점쟁이들은 물론이고 유학을 배운 양반들도 맹신하고 있습니다.

사육신의 한 명인 성상문(成三問)의 이름은 세 번 묻는다는 뜻입니다. 왜 이런 이름으로 지었을까요. 성삼문의 태어날 때 그의 할아버지는 초조했습니다. 괘를 보니 이 시간에 낳으면 역적으로 집안을 도륙할 인재가 됩니다. 허공에서 ‘낳았느냐?’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러나 아기는 나올 듯 말 듯할 뿐 나오지 않고 한 시각이 흘렀습니다. 할아버지는 뒷짐을 지고 왔다갔다합니다. 이 시간에 낳으면 높은 벼슬을 해서 만고에 이름을 남기는 인재가 됩니다. ‘낳았느냐?’ 하늘에서 또 이런 말이 들려 왔습니다. 그러나 산모는 통증만 호소할 뿐 나올 기세가 아닙니다. 제발, 제발. 할아버지는 집안의 명예를 드높일 아기가 이 시각에 태어나기를 간절히 빌었습니다. 그러나 시각이 다 가도록 낳지 않았습니다. 이제 다음 시간에 태어나면 아기는 높은 벼슬과 영예를 얻지만, 충절로 해서 해를 입게 됩니다. 이때 하늘에서 ‘낳았느냐?’하고 묻습니다. 만약 이 시각에도 낳지 않으면 사산하게 됩니다. 산모는 통증으로 울부짖었고 으앙 하고 우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렇게 해서 낳은 아기를 할아버지는 삼문이라고 지었습니다.

또 이런 일도 있습니다. 어느 집안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나으리, 작은 마님께서 곧 해산하실 것 같습니다.”

사랑방에서 역서를 읽고 있던 대감은 여종의 말에 급히 괘를 보니 지금 태어나면 생원진사과는 합격하나 대과에 실패해 벼슬을 못합니다.

“지금 태어나면 안 된다. 시간을 끌라고 해라.”

여종은 급히 달려가 늦게 출산을 늦추라고 전했습니다. 산모는 아랫배에 힘을 주어 나오려는 아이를 막았습니다. 이렇게 한 시각을 끌고 다시 괘를 보니 벼슬은 하는데 하급 관료로 일생을 끝낼 것입니다. 대감은 급히 여종에게 좀 더 참으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나오려는 아이를 어찌 막겠습니까. 산모는 통증을 느꼈지만 참고서 두 손으로 나오려는 아이를 막았습니다. 또 한 시각이 지나 아이가 머리를 내밀자 산모는 방에 있던 대야로 막았습니다. 나오려는 아이의 머리가 대야에 막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산방 앞에서 대감은 계속 괘를 봅니다. 참판(중앙부서 차관)는 할 수 있습니다. 대감은 더 끌었다가는 모자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소리쳤습니다.

“됐다, 참판 정도는 할 팔자니 그냥 낳아라!”

대야를 치우니 으앙 하고 아이가 낳았습니다. 점괘대로 아이는 참판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태어날 때의 일화로 해서 줄곧 ‘대야 참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합니다.

최영찬 소설가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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