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미술가의 작업실을 엿보다① 조각가 김재각

철망의 투과성을 이용해 ‘소통’이란 화두 작품으로 구현

포스트코로나시대를 살아가는 작가적 소통 고민하고 있어

▲얼마 전 한국현대조각 초대전에 출품했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재각 조각가.

추수한 썰렁한 논에 비친 햇살에 고즈넉한 가을을 느끼는 것도 잠시 통진읍 동을산리로 이어지는 외길을 따라가니 네모모양 공장들이 이어진다. 그 사이 자리 잡은 ‘스튜디오 각(STUDIO GAK). 2017년 김포에 들어와 자유롭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둥지를 튼 조각가 김재각의 작업실이다.

코로나19로 미술 전시 관람이 쉽지 않았던 2020년. 사이사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낮아질 때마다 열렸던 여러 전시에서 스테인리스 연사를 이용해 작업한 독특한 조각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뭉게구름 같기도 한 작품에서 조각가는 무엇을 표현하려 했을까. 다른 조각품들 사이에서, 그림 사이에서 눈길을 끄는 작품에 작가가 궁금했다.

▲철망과 스테인리스연사, 용접기 등이 갖춰진 작업실 한 편.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나 충북 제천에서 성장하고 서울에서 환경조각학을 전공한 그가 김포와 인연을 맺은 건 중국에서 5년여에 걸친 석사과정을 마치고 돌아와 경남 산청에서 예술창작센터 입주작가로 1년을 보내고 난 뒤였다. 먼저 와 작업하고 있는 10여명의 선후배가 있다는 것, 서울과 가까운 지리적 조건, 가난한 조각가에게 기꺼이 임대료를 내려주는 착한 임대인의 존재가 그를 김포로 이끌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작품과 연결된다.

“김포는 제가 작업하는 작품의 금속 재료를 수급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에요. 공장지대에서 조각적인 재료를 구하기 쉽고 스테인리스를 2차 가공해 판매하는 곳도 많아 창의적인 발상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많아요. 김포는 조각 작업을 할수록 더 매력을 느끼는 여건을 갖고 있어요. 세계조각공원도 있고요”

▲작업실 2층에 전시되어 있는 철망을 이용한 작품들.

투명한 철망을 투과한 오해와 이해

대학4년 동안 작업한 포트폴리오를 보니 90%가 금속이었다는 그는 조각의 수많은 재료 중에 자신이 금속에 끌리고 있다는 것을 자각했다. 단단하고 차가운 금속의 물성에서 다양한 변화를 표현할 수 있는 유연성을 발견한 것이다. 또한 면이면서 선으로 이어진 철망이 갖는 투과성이 자신이 구현한 작품을 사람들이 보는 방향에 따라 다양하게 느끼게 한다는 사실에 매료됐다. 그것은 대학원을 졸업하며 작업의 화두로 삼은 ‘소통’과도 어울렸다.

“내가 생각하는 상황과 상대방이 인식하는 상황이 다를 수 있어요. 기억이 달라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 오해로 인해 대화가 가능해져요. 생각이 다르지 않다면 소통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오해가 있음으로 인해 서로 소통의 과정을 거치게 되고 교류하며 이해하게 되는 거지요. 이 세상 자체가 오해의 연속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봐도 돼요.”

그의 이런 사유는 중국에서 돌아와 6개월간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면서 겪은 경험으로 심화돼 이후 <복합적 오해 Multiple Illusion> 연작으로 이어졌다. 고등학교 이후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는데 어렸을 때의 어떤 사건에 대해 그와 어머니가 서로 너무 다른 기억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 기억의 왜곡으로 인해 오해가 생기고 소통과정에서 트러블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국 이런 오해가 소통을 가져오게 된다는 역설을 터득하게 됐고 철망이 그런 부분을 표현하기에 적합했다. 비치는 철망 사이로 중첩되는 이미지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시각화되는 현상이 자신과 대중이 소통할 수 있는 길이었다.

▲작업실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드로잉들. 작업을 들어가기 전에 꼭 드로잉으로 구상을 한다.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코로나 상황이지만 예술가들에게 더욱 가혹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도 올해 잡혔던 전시 5개가 취소됐다. 그나마 야외 전시는 가능해 얼마 전 한국현대조각 초대전에 초청돼 춘천 호반광장에 작품을 전시했다. 하지만 금속조형물을 만드는 아르바이트를 해야 생활할 수 있는 상황이다.

<구름>시리즈로 대중과 보다 쉽게 소통하고파

그래도 그는 ‘아이디어 뱅크’라고 자칭할 만큼 샘솟는 창작 열정을 작품 속에 녹여내고 있다. 회화와 달리 어렵게 여기는 조각을 일반인에게 보다 쉽게 접근해보려는 시도로 스테인리스 연사를 이용한 <구름> 시리즈를 발표하며 대중이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더 나아가 아트상품 개발로 이어져 한 플리마켓에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SNS에 올라간 제품 사진을 보고 한 갤러리의 제안을 받기도 했다.

김포생활 4년차에 접어드는 그는 고등학교 미술영재반 특별강의를 하는 등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갖기도 한다. 물론 같은 지역작가들과 교류하고 연대하며 자연스럽게 지역과 소통하는 방법도 고민한다.

▲김포아트빌리지 야외광장에 전시되었던 작품 '관객의 숲'.

“접경지역인 김포에 반공호가 많잖아요. 이제 이용하지 않는 공간인데 저는 그걸 볼 때마다 큐브모양이 조각 작품을 놓을 수 있는 좌대처럼 보여요. 이곳을 전시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김포 조각가들이 돌아가며 조각품을 전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생활 속에 존재하는 조각을 지역주민들이 자연스럽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니 더없이 좋을 듯해요”

12월 대구 야외 전시에 초청된 그는 철망 작품이 야외에 설치 가능하다는 걸 인식시키기 위해 대규모의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또한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맞는 미술가의 소통 방법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실제로 작품을 보는 감동과 느낌을 영상으로 보여주기는 힘들지만 작품의 변형과정이나 제작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은 충분히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중과 세련되게 소통하는 방법’. 그의 또 다른 화두가 된 주제에 그가 어떤 아이디어로 답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철망의 실제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고 가벼운 느낌을 주는 작품. CHAOS_HIDE 1506.
▲1년 동안 진행했던 레지던시 작업을 마치며 자투리 철망을 이용해 만든 작품. 07 Multiple Illusion-built time #2

수상경력

2016  중국 항주 만신구 국제조각전 금상

2015  제 1회 둔황 국제 도시조각전

        제 1회 푸저우 국제조각전 우수상

2014  제 15회 장춘 국제조각 초대전

2013  난징 세계 체육조각대전

2012  제 1회 중국불산 국제 도시조각대전

2011  제1회“Zhuo Da”중국대학.대학원생 조각 대회

2008  제3회 POSCO Steel Art Award 선정 작가

2006  세계평화 미술대전 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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