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의원, "감사원 감사청구 통해 비리 의혹 밝혀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주영 의원이 한국조폐공사가 지난 2018년 12월 공고를 낸 「차세대 전자여권 제조기」의 외자 입찰에서 결격사유가 있는 업체를 기술 적합 업체로 지정하고 최종 낙찰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조폐공사가 추진한 「차세대 전자여권 제조기」입찰에는 독일의 일리스사와 뮬바우어, 일본의 우노사가 참여했다. 일리스사는 독일 쿠글러 제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다. 이 입찰은 협상에 의한 입찰로 블라인드 기술평가 80%와 적격업체를 대상으로 가격을 공개해 가격점수 20%를 더하여 최종 낙찰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입찰금액은 일리스사 152억3,000만 원 / 뮬바우어사가 126억7,000만 원 / 우노사 149억2,000만 원을 써냈다.

최종 입찰 결과는 독일의 일리스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런데, 문제는 낙찰된 일리스사가 몇 가지 결격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입찰자들은 입찰유의서의 명시된 가격개찰일을 기준으로 3개월(90일)의 보증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낙찰자로 선정된 일리스는 이를 충족하지 않는 기간 미달의 보증서를 제출했지만, 문제없이 심사를 통과했다. 나머지 두 입찰사는 모두 기준을 충족한 보증서를 제출 했지만, 기술입찰에서 모두 부적격업체로 탈락했다. 

이는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44조(입찰무효) 제1항 제2호에 해당하는 입찰 무효 사유인데, 한국조폐공사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해당 업체를 선정한 것이다. 김주영 의원실에서는 이 사안에 대한 기재부의 유권해석을 문의한 결과 ‘입찰무효 사유’라고 명시해 입장을 보내왔으며 조달청 또한 ‘당해 입찰은 입찰무효에 해당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는 공통된 의견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 사건이 단순히 입찰 업무 소홀로 보이지 않고 입찰비리 의혹으로 보이는 이유는 또 있다.

첫째, 이 입찰은 정부가 2019년 안에 새로운 전자여권 시제품을 만들어야 하기에 기계 납품과 설치, 시운전을 포함한 1차 납품기한을 2019년 12월 31일로 정해 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기한 안에 완료하겠다는 타 업체와는 다르게 낙찰자로 선정된 일리스는 제안서에 납품기간을 아예 적시하지 않았고 기술평가 당시에 구두로 기한 안에 납품이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조폐공사는 이에 대해 문제라고 인식했지만, 부적격 사유가 아니라는 이유로 기술평가를 했고 결과적으로 3개 업체 중 1등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업체가 일리스로 선정된 이후 공사 당시 담당 처장은 업체에 공고한 ‘전자여권 제조기 2식 구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통보)’를 통해 입찰 공고서에 명기된 납품기한은 국가사업 일정상 매우 중요하고, 입찰에 참여한 타 업체로부터 향후 이의제기가 발생할 수 있는 사항이므로 납품기한 연장은 협상 불가함’이라고 명시해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선정 평가에서는 납품기한 불가라는 업체의 입장에도 어물쩍 넘기더니 선정 후에는 납기일 협상은 안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셈인데 앞뒤가 맞질 않는다.

둘째, 이 입찰은 블라인드 기술입찰로 진행하도록 하고 있었지만 이미 공사는 기술규격과 관련하여 일리스를 포함한 입찰 참가자들과 사전에 기술규격을 협의한 바 있으며, 이 협의를 해왔던 팀 직원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어떤 업체들이 기술 제안 설명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정황증거들이 있다. 따라서 누가 누구인지 모르게 심사를 해야 하는 블리인드 평가가 원천적으로 무산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셋째. 평가위원회 구성이다. 이 입찰의 기술평가 위원은 총 8명이다. 하지만 외부평가위원은 단 1명으로 나머지는 전부 공사 내부직원들로 구성되었다. 이를 두고 조폐공사는 여권제조기 특성상 외부 전문가를 찾기 어려워 내부직원들로 구성했다고 변명하고 있으나 150억원이나 되는 외자 입찰을 하면서 평가위원 대부분을 내부직원으로 구성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결여된다. 외부 위원 1명에 관해서도 인력풀을 통한 렌덤선정이 아니라 공사가 위치한 대전 인근 대학 2곳에 요청서를 보내 그중 한 명을 선정했다는 것이다. 김주영 의원실이 공사에게 왜 인근대학이냐는 질문을 던지니“공사와 거리가 가까우니까”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조폐공사에는 조달 심사를 위한 전문가 인력풀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다고도 답변하고 있다.

넷째, 기술평가의 방식이다. 기술평가는 5개 분야에 11개 항목, 34개 평가요소에 대해 평가하게 되어 있는데, 이중 계랑으로 평가하는 항목은 단 2항목에 2개 요소밖에 없다. 기술평가 점수가 총점의 80%에 해당하고 기술점수를 100%로 환산할 때 85점 미만이면 협상부적자로 지정하게 되어 있어 보다 엄밀하고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는 계량화된 평가가 많아야 하나 조폐공사는 전체 총점의 84%를 정성평가에 의존하여 평가위원들의 재량에 기술평가를 맡긴 것이다. 

또, 납품기한 등 설치 일정에 대한 평점은 기술평가 100점 중 3점에 불과한데 ‘제안내용 이해도’라는 다소 모호한 정성 평가항목은 이보다 두 배 높은 6점을 배정하는 등 배점에도 문제가 있다. 이 결과 납기일을 못 지키겠다는 일리스는 3점 중 2.3점을 받고 납기를 지킨다는 기업들은 평균 2.6점을 받아 고작 0.3점의 차이를 보였다. 반면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정성평가‘제안내용 이해도’에서 일리스는 5.6점을 받았지만 뮬바우어사는 4.96점, 우노사는 5.75점을 받아 차이가 확 벌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다섯째, 공사 내부 평가위원 7명 중 3명이 2018년 10월에 독일 쿠글러사에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쿠글러사는 2019년 2월에 공사 입찰에 참가한 일리사를 통해 자신들의 제품을 공급하는 제조사다. 이 입찰의 기술평가는 블라인드 평가라는 점에서 익명성이 매우 중요하다. 익명이 노출되면 평가에 바이어스가 개입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평가위원 3명은 독일에서 쿠글러사와 접촉하여 관련 기술과 제품을 보고 왔다는 것인데 이는 이미 익명성과 공정성이 훼손될 가능성을 안고 평가가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여섯째, 입찰금액과 기술평가방식의 상관관계다.

기술평가방식의 입찰은 정성적인 평가점수가 다소 높아 정량에 따른 점수환산만으로는 경쟁력이 가늠되지 않는다. 따라서 가격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는데 이번 입찰에서 낙찰된 일리스는 공개된 사업기초금액(예가) 대비 97.6%인 152억3천만원을 제시했다. 반면 뮬바우어사는 81.1%인 126억7천만원을 제시했다. 무려 25억6천만이나 차이가 난다. 일리스사가 예가에 거의 근접해 가격을 제시했다는 것은 가격점수는 포기하고 기술평가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전략은 바로 명중했다. 기술평가에서 다른 두 업체는 아예 협의 부적자로 구분되어 가격은 볼 필요도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에 김주영 의원은“조폐공사의 전자여권제조기 외자 입찰에 자격위반, 불공정, 편법 등의 의혹이 너무 많아 입찰비리 의혹이 짙다”고 비판하고 “감사원 감사 및 검찰 조사를 통해 입찰비리 여부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주영 의원은 국정감사 마지막 날 기획재정위원회에 감사원 감사청구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