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43명 대명초, 전원 정상등교수업으로 ‘미래 학교’ 모습 제시

오전 9시, 등교하는 학생들로 학교가 시끌벅적하다. 예전엔 일상적인 아침 등교 장면이었지만 지금은 매일 등교하는 학생들을 볼 수 있는 학교가 많지 않다. 코로나19로 많은 학교들이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하고 있는 가운데 등교수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학교가 있다.

대곶면에 위치한 대명초등학교는 전교생이 43명의 작은 학교다. 6학년이 7명, 1학년이 5명. 학년별로 학생수도 제각각이다. 학생수가 가장 많은 학년은 4학년으로 9명 학생이 함께 공부하고 있다. 이 학생수도 큰 학교와 비교하면 한 교실 정원의 1/3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대명초는 4월 16일 전국 온라인 개학 후 8주 간 원격수업을 진행하다 등교 수업이 시작된 6월 8일 이후 지금까지 등교수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8월 27일과 9월 2일은 태풍 피해 예방을 위해 원격수업을 진행하였다.) 9월 29일까지 학사일정의 절반 이상인 106일을 소화한 가운데 등교수업이 67일로 63.2%를 차지하고 있다.

▲대명초 등교수업 모습

대명초가 등교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전교생이 60명 이하인 소규모 학교, 농산어촌 학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해 등교할 수 있다’는 규정에 의해 학생, 학부모, 교직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등교수업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중요한 상황에서 학생수가 적어 전교생이 등교를 해도 교실 내에서 2M 이상 거리를 유지한 채 책상을 배치할 수 있는 물리적 거리두기가 가능했기 때문에 학교 구성원들도 등교수업을 지지할 수 있었다.

▲개인 칸막이가 되어 있는 교실에서 우쿠렐레 체험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작은 학교의 힘

지난 봄, 대명초도 원격수업을 진행했었다. 당시 많은 학교에서 과제와 콘텐츠 중심의 원격수업을 진행할 때, 대명초에서는 지금은 대중화된 ZOOM을 활용한 실시간 쌍방향 화상수업을 시도했다. 학급당 학생수가 적어 학생의 학습관리가 용이하므로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태블릿을 통해 얼굴을 보며 수업해도 해소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학교라는 공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학교의 모든 구성원이 깨닫게 된 것이다.

1교시 수업이 시작되자 학교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6학년 학생들의 창의적 체험 동아리활동을 <색소폰 앙상블>로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한 대씩 지급된 악기로 학생들은 ‘아모르파티’를 멋들어지게 연주하고 있다. 1~2학년은 오카리나, 3~5학년은 우쿠렐레, 6학년은 색소폰으로 학생의 발달수준을 고려해 학년별로 특성화된 악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2학년과 4학년에 1명씩의 자녀와 유치원에 쌍둥이 자녀를 보내고 있으며 이 학교를 졸업한 자녀 1명까지 모두 5명의 자녀를 대명초에 보냈다는 학부모회 회장 신현숙 씨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행복하다. 올 봄 원격수업 기간에는 집에 있는 아이들과 갈등도 있었는데 아이들이 등교를 시작하고 가정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자녀들도 코로나19 이후 학교의 소중함을 느끼고 학교생활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6학년 담임교사는 “미래 학교의 모습이 작은 학교이다”라고 말한다. 학생수가 적어 6학년 학생들만으로 축구, 피구 체육수업도 쉽지 않지만 학생들이 각자의 개성을 펼칠 수 있고 교사는 학생들의 개성을 존중한 창의적인 교육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5,6학년 학생들과 함께 김포역사문화탐구단 활동으로 중국으로 역사탐방을 다녀왔고 올해는 학교공간혁신을 위해 학급 학생들과 학교 중앙현관을 바꾸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작은 학교는 다양한 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무대이다. 혁신학교와 혁신교육지구사업의 예산지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학생수가 줄어 ‘통폐합’을 걱정하던 학교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운영과 등교수업 진행에 대한 입소문을 듣고 학구 외의 지역인 구래동, 장기동에서 몇 명의 학생들이 전입을 왔으며, 지금도 전입학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고용민 교장은 “학교 구성원이 마음을 모아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지침을 잘 지켜 등교수업을 결정하고 운영할 수 있었다. 코로나 시대 이후 학생수 감축과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 문제, 돌봄문제, 학교공간과 교육과정의 재구조화 등 학교가 논의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했다.

이제 졸업을 몇 달 앞둔 6학년 학생들에게 대명초는 어떤 곳일까? 유치원부터 8년 째 김포대명초를 다니고 있는 전교 학생자치회 회장 송예린 학생은 “내 인생의 절반 이상을 보낸 소중한 장소이다. 중학교를 가도 초등학교 시절은 못 잊을 것 같다.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은 학교에 가지 않아 심심하다고 하는데, 우리 학교는 등교를 해서 초등학교 시절의 마지막 추억을 친구들과 만들 수 있어서 행복하다”라고 했다. 전 국민이 코로나19로 힘든 상황 속에 있지만, 작은 학교 아이들은 배움과 함께하고 있다.

▲반 학생들과 함께한 김원기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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