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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감상] 추석

추석

이병초


굵은 철사로 테를 동여맨 떡시루
어매는 무를 둥글납작하게 썰어 시루구멍을 막는다
쌀가루 한 둘금 그 위에 호박고지를 깔고
쌀가루 한 둘금 그 위에 통팥 뿌리고
쌀가루 한 둘금 그 위에 낸내 묻은 감 껍질 구겨넣고
쌀가루 한 둘금 그 위에
자식들 추석옷도 못 사준 속 썩는 쑥 냄새 고르고
추석 장만한다고 며칠째 진이 빠진 어매
큰집 정짓문께 얼쩡거린다고 부지깽이 내두르던 어매
목 당그래질 해대는 것이 무지개떡 쇠머리찰떡만은 아닌지
쌀가루 이겨 붙인 시루뽄이 자꾸 떨어지는지
타닥거리며 타오르는 불길 앞에서 어매는
부지깽이 만지작거리며 꾸벅꾸벅 존다

[프로필] 이병초 : 고려대 국문과 대학원 졸업, 계간 시안 신인상 당선. 시집 [밤비] 등


시 감상
어김없이 추석이 온다. 이번 주엔 추석이 마음을 부풀린다. 아니다. 추석이 슬프다. 둘러앉아 두런두런 나눌 이야기도 차례 후 음복할 한 잔의 술도 없을 듯하다. 정부의 방역대책으로 인해 귀향, 귀성이 많이 줄어들 듯하다. 이렇게 세월이 지나면 추석이라는 말 자체가 없어질 듯하다. 코로나로 인해 각박해진 계절, 태풍이 쓸고 간 자리엔 익을 과일이 없다는 말도 들린다. 암울하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믿음으로 내년 추석을 생각해 본다. 고단한 한 해를 지난 내년 추석은 왁자지껄 떠들며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아주 평범한 일상을 꿈꾸어본다. 독자 여러분의 건강을 진심으로 기원 드린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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