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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잔소리 철학>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상을 사는 지혜
신상형
안동대학교
(철학)명예교수

짚신장수와 나막신장수인 두 아들을 둔 어머니가 있었다. 한 해에 봄 가뭄이 닥쳤다. 짚신이 부리나케 팔려나갔다. 모든 사람들이 새벽부터 밤까지 활동을 하니 짚신이 많이 닳아 그 수요가 한정이 없었다. 짚신장수 아들은 신이 나서 난리였다. 그러나 그를 지켜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나막신을 깎아 놓고 한숨 짓는 나막신장수 아들이 눈에 밟혀 짚신장수 아들이 바치는 진수성찬에 숟가락이 가지 않았다. 어머니의 마음은 가뭄의 논바닥마냥 타들어 가며 갈라지고 터졌다.

이듬해 여름에는 장마가 닥쳐 큰물이 졌다. 가뭄끝 장마라더니 이틀이 멀다 하고 장대비가 퍼부었다. 이번에는 나막신장수 아들집이 신이 났다. 거년에 깎아 놓은 나막신은 금세 동이 나고 추가 주문이 밀려 눈코 뜰 새가 없었다. 그간의 불효를 만회하려는 이 아들이 차린 육미 앞에서 어머니는 또 심드렁해졌다. 이번에는 긴 장마에 곰팡이 핀 짚신으로 식음을 전폐하고 드러누운 짚신장수 아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결국 이래저래 건강이 약화된 어머니는 이윽고 병상을 짊어지게 되었다.

효성이 지극한 아들들은 수소문을 해서 좋다는 약을 다 지어드렸으나 백약이 무효였다. 어머니의 증세는 약제로 치료될 우환이 아니라 요즘 식으로 정신 질환이었던 것이다. 아들들은 용하다는 한 노 의원을 모셔왔다. 진맥 뒤 그는 멋진 처방을 내렸다. ‘이제부터는 생각을 바꾸세요. 세상만사는 뭐든지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다 갖고 있습니다. 여태와는 반대로 생각을 해보세요. 소나기가 내리면 나막신장수 아들을 생각하시고, 좋은 날씨에는 짚신장수 아들만 떠올리세요. 그리고 아들들 대접을 그때마다 기쁘게 받으세요.’ 이 처방을 따른 어머니는 이윽고 기쁜 생활을 누렸고, 아들들에게는 효도하는 기쁨까지 베풀었다.

요즘 온 세계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온통 뒤덮여 있다.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설상가상으로 이것을 이용하여 불안을 증폭시키며 장기집권을 도모하는 정치가들도 많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한다. 이런 불안에 빠져들면 우리는 이익이 길항관계인 두 아들을 둔 어머니처럼 걱정근심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제 불안을 떨쳐버리고 우리의 눈을 코로나 사태 판단의 역발상으로 전환해 보자. 실제로 코로나사태는 이미 우리에게 많은 이득을 가져다주었다.

우선, 우리는 금년 들어 미세먼지의 공해를 실제로 당해본 기억이 없다. 최근 10년 이상 중국발 황사에다가 미세먼지로 생겼던 공포감이 언제 닥쳤는지 기억이 까마득하다. 년 전에 내가 김포로 이사 간다는 소문을 들은 고향의 지인들은 중국의 턱밑에서 미세먼지에 숨이나 쉬겠느냐고 걱정했었다. 내심 나도 가졌던 그 불안은 코로나사태로 사실상 기우가 되어버렸다. 나아가 코로나사태는 중국의 미세먼지를 50%, 인도 35%, 로스앤젤레스 30%, 파리 45% 따위로 경감시켜 전 세계의 탄소배출량을 6% 가까이 감소시켰다. 때문에 최대현안인 기후변화의 우려가 최근 희망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둘째로 생태계의 환경이 복원되는 사실이 실현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부근에는 사람이 줄어들자 코요테(늑대)가 떼를 지어 나타났다. 프랑스 해변에서는 카레타 가레타 거북이 대량 산란을 하는 장관이 연출되었다. 멸종위기의 동물들이 불과 몇 달의 코로나사태로 사람들의 활동이 준만큼 곧바로 복원하는 모습을 보여준단다. 집에서 칩거하는 사람들의 종이컵 사용 자제로 아마존의 수림 벌채가 상당히 지연되고 있다고 한다.

셋째로 요즘 병원엘 가면 환자가 없다. 어지간한 종합병원에도 환자가 손꼽을 정도이다. 촌각을 다투는 환자가 넘치던 응급실조차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의사의 말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망자가 노인이라는 독감 및 감기 사망자가 금년에는 극소수라고 한다. 매년 우리나라에서 7,000명가량의 호흡기 환자와 3,000명 이상의 교통사고 사망자가 사라진 자리에 400명가량의 코로나 사망자가 들어선 것은 질병사망자 방지 차원에서는 획기적 희극이지 결코 비극이 아니다.

보건의료분야의 예만 들어도 대충 이러하다. 그 밖의 분야에서 코로나사태의 긍정적 효과는 부지기수이다. 이제 우리의 눈을 들어 코로나사태의 긍정적인 면을 보고 힘을 내자. 걱정에서 기쁨으로 삶의 태도를 바꾼 두 아들의 어머니를 닮아보자. 역발상은 지혜로운 삶의 전략이자, 어떤 면에서는 이 사태를 이기는 슬기이다.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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