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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혹부리 영감의 김포이야기> 세 번의 화살
최영찬 소설가

선주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목을 축이라고 술까지 주는군요. 기생을 끼고 고급술을 마시는 고관들 자리보다 훨씬 정겨운 곳입니다. 시원한 막걸리로 목을 축인 다음 말을 이었습니다.

“어느 동네에 무술이 뛰어난 청년이 있었습니다. 무과 급제를 목표로 해서 매일 활 쏘고 말 타는 훈련을 했는데 성격이 강직하고 의협심이 강해 주위에 신망이 높았습니다. 동네 아가씨들 가슴을 설레게 할 정도로 잘 생기기도 하고요. 이 청년을 눈여겨본 과부가 있었습니다.”

과부는 낙향한 고관의 딸이었는데 남편이 죽자 친정으로 돌아와 살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청년이 활을 쏘는 모습을 보고 단박에 반해버렸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편지를 여종을 시켜 보냈는데 이것을 읽은 청년이 답장을 썼습니다. 양반 사대부의 자녀로 부끄럽지 않냐고 질타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를 받아 본 과부는 수치심에 목을 매고 죽었습니다.

“고관의 집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과부는 자신의 부도덕을 숨기기 위해 이미 죽은 남편을 따라 저세상으로 간다고 유서를 남겼습니다. 그래서 나라에서 열녀문을 세워주었습니다.”

한편 무과 시험을 위해 서울로 간 청년은 활을 쏘기 위해 앞에 나섰습니다. 무과 시험에서 가장 점수가 높은 것이 활쏘기였는데 자신 있었습니다. 한 발 쏘니 정중했습니다. 다음 한 발도 정중했습니다. 마지막 한 발만 정중하면 만점입니다. 퓽 하고 화살을 날리는 순간 돌풍이 불더니 화살이 과녁을 빗겨가고 말았습니다. 난감한 표정으로 서 있는데 허공에서 귀신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너 때문에 내가 죽었으니 절대 과거 급제는 못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쓸쓸히 낙향한 청년은 다시 활을 잡고 말을 달려 삼 년 후에 또 과거를 보았지만, 또 세 번째 화살이 빗나갔습니다. 청년은 여귀(女鬼)의 복수에 치를 떨면서 고향길에 나섰습니다. 한참 산길을 가고 있는데 바위 위에서 어떤 스님이 자신을 불렀습니다. 올라가 보니 올무로 잡은 토끼를 불에 그슬려고 있었습니다. 말벗이나 하자고 하며 살을 떼어주었습니다. 행색은 스님이나 말하는 투나 고기 안주에 술까지 마시는 것을 보니 수상한 자임이 틀림없었습니다. 혹시 도적인가 싶어 술을 권하며 캐묻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출가한 스님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본래 서울 양반 사대부 집의 노비였는데 그 집 아기씨의 용모가 반반한 거야. 그래서 밤중에 몰래 방에 들어가 덮쳤는데 심하게 저항하더란 말이야. 그래서 목을 눌러 죽이고 패물을 훔쳐 도망쳤지. 죽느니 한번 당하는 것이 나을 텐데. 꼴에 양반의 딸이라고.”

그 말을 듣고 있던 청년이 벌떡 일어나더니 ‘이 짐승 같은 놈!’하고는 발로 걷어찼습니다. 그러자 가짜 스님은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었습니다. 이때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서방님, 원수를 갚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가씨는 여자인데다 귀신이라 쫓아만 다니고 죽이지 못했는데 청년의 도움으로 원한을 갚았다고 하며 몇 달 후에 별시를 하는데 응시하라고 하면서 이러이러하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청년은 반신반의하면서 고향으로 내려가지 않고 도성 근처의 친척 집에 머물면서 무과 시험 준비를 했습니다. 다음 대를 이을 왕자가 탄생하자 예정에 없는 별시를 치른다는 방을 보고 청년은 다시 과거장에 갔습니다. 과녁을 앞두고 활을 쏘니 연거푸 정중했습니다. 이제 한 발만 쏘아 정중하면 급제하게 됩니다. 자신의 활쏘기를 여귀가 막은 것을 회상하며 잠시 주저하다가 활을 쏘았습니다. 휭 하고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러나 그 바람은 과녁 쪽이 아니라 시험관쪽으로 불었습니다. 세 번째 화살도 맞춘 청년의 눈에 허공에서 두 여자가 머리채를 붙잡고 싸우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날 무과 장원급제라는 영예를 얻은 청년의 꿈에 곱게 차려입은 여자가 나타났습니다. 그 옆에는 꽁꽁 묶인 과부 귀신이 청년을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서방님이 저의 원수를 갚아주셔서 보은했습니다. 이 귀신은 염라대왕 앞에서 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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