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으로 동물 복지 관련 법 개정안 발의 성공

인턴 활동 통해 사회 문제 바라보는 넓은 시각 획득

누군가에게 도움 주고 영향 주는 사람 되겠다 결심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처음 맞는 스무 살의 여름, 대한민국 법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국회에 개정안을 발의해 본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국회의사당 의원실에서 인턴 활동을 하게 되면 해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느 회사 인턴들처럼 상사에게 차근차근 업무를 배우고, 때로는 상사를 도와 다양한 일을 처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회 인턴은 일반 회사에서는 할 수 없는 더욱 재미있는 일들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국회의사당의 지하 통로를 마음껏 지나다닐 수 있고, 수많은 국회의원들의 실물을 볼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회에서 만들어진 법을 더 좋게 발전시키고자 직접 개정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

김포에서 나고 자란 김포 토박이 청년 박시온 씨(20)는 지난 7월부터 약 한 달 동안 국회의사당 박상혁 의원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비교적 짧았던 근무 기간이었지만 그 동안 시온 씨는 스스로 개정하고 싶은 법을 찾고, 근거와 자료를 제시해 제대로 된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라고 한다. 본지에서 이 당찬 젊은이와 인터뷰를 나눠봤다.

 

코로나가 앗아간 여름방학, 국회의원실에서 열일하다

올해 여름 방학은 시온 씨가 대학교에 입학하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방학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시온 씨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활동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생각에 무척 설렜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전국에 퍼진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자유롭던 일상에 브레이크가 걸렸고 특히 방학 때나 꿈꿀 수 있던 여행, 여가, 대외활동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많은 제한이 걸렸다. 시온 씨는 하고 싶었던 활동들을 마음껏 하지 못하게 돼 좌절했지만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이 기간을 의미 없이 보내지 말고 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보자’며 다시금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그러다 국회의원실에서 인턴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망설임 없이 지원하게 됐고 결과는 합격이었다. 법이나 정치와는 거리가 먼 스페인어 전공자인 시온 씨는 이전까지 국회나 정치 기관 쪽에서 일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지만 매우 흥미롭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열심히 해 보기로 결심했다.

 

스무 살 국회 인턴, 대한민국 법 개정 위해 노력하다

시온 씨는 의원실에서 올해 7월부터 8월까지 약 한 달 간 근무를 했다. 매일 국회의사당으로 출근을 하며 상사들의 업무를 돕고 배정받은 일을 처리했다. 그리고 틈틈이 법률 개정 발의도 준비했다.

시온 씨는 먼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개정할 법률 아이템을 꾸준히 찾아 봤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곳이 국민들이 생각하는 나라의 문제들을 가장 시의성 있게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시온 씨는 게시판에서 ‘관광객이 살아있는 돌고래를 놀이기구처럼 타고 서핑을 즐길 수 있는 체험권을 판매하는 아쿠아리움’이 있다는 글을 발견한다. 그 글을 읽고 큰 충격을 받은 시온 씨는 동물 복지 관련 법 개정의 필요성을 느꼈고 이를 계기로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을 직접 개정 발의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후로 법률의 개정 방향을 정하고 문제 현황, 사례 등의 자료를 모으며 근거를 탄탄하게 구축하기 시작했다.

인턴 활동이 끝날 무렵, 시온 씨는 “동물원과 수족관에서 생물들에게 적절한 서식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기준을 법으로 제정하고, 교육적 목적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체험활동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법률에 추가”해 달라는 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었다.

인턴으로서 큰일을 성사시킨 시온 씨는 “국회에서 인턴을 안 했다면 평생 못 해봤을 경험이기에 개정안을 발의했다는 것 자체로 뿌듯함이 매우 컸다. 그리고 개정안을 구상할 때는 우리나라 법들에서 미흡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러나 국회에서 더 좋은 법을 만들기 위해 발의되는 개정안들이 일 년에도 몇 천 개 씩 되는데 막상 통과되는 것은 매우 소수이기 때문에 법을 개정하는 일 또한 전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인턴 라이프 속 국회의원들의 바쁜 모습을 보다

시온 씨가 국회의사당에서 일을 하면서 좋았던 점 중 하나는 국회의사당 내부의 모습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시온 씨는 “국회의사당을 TV로만 보다가 직접 가서 보니 신기함이 가장 컸다. 국회 내부 구조에 대해서는 직접 그곳에서 일을 해보지 않으면 영원히 모르고 살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더욱 신기했다. 특히 더웠던 여름날, 햇볕을 피해 시원하게 이동하기 위해 애용했던 국회의사당 지하통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지난날의 인턴 생활을 회상했다.

또한 시온 씨는 “국회에서 일하기 전까지는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일 하는 모습을 직접 보니 법안 발의도 정말 많이 하시고 매일 매일 업무 스케줄도 꽉 차 있으셨다. 평소 TV에서는 그런 모습을 볼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인턴 활동을 하면서는 이에 대해 몸소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인턴을 하기 전까지는 뉴스도 잘 안 보고 어쩌다 눈에 띄는 기사들만 읽었는데 지금은 뉴스도 다방면으로 챙겨보고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다각도에서 살펴 볼 수 있는 시각을 갖게 됐다”며 긍정적인 변화를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시온 씨는 “물론 저 같은 비전공자들도 충분히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지만, 아무래도 평소에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고 우리 사회에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은 꿈을 갖고 있는 친구들에게는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회의원실 인턴 활동을 적극 추천했다.

 

사회에 긍정적 영향 미치는 사람 되길 꿈꾸다

우리나라 곳곳을 위해 일하는 기관인 국회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시온 씨에게 김포시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법률이나 정책이 있는지 묻자 “김포에는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공간과 위락시설이 마련돼 있고, 서울·경기 지역으로부터 접근성도 좋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김포의 랜드마크를 유치하면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김포 발전에 대한 진지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다음으로 시온 씨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개정하고 싶은 법이 있는지 묻자 시온 씨는 ‘소년법’을 꼽았다. 시온 씨는 “소년법은 일부 국민들도 문제가 있다고 느끼고 있을 정도로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법률 개정이란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알기에 살인이나 방화 같은 강력범죄 만큼이라도 개정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올해 성인이 된 시온 씨는 아직 무궁한 미래를 꿈꾸고 있는 푸르른 청년이다. 올해 동물들을 위해 법을 바꾸려고 열심히 노력했듯이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시온 씨의 인생 목표를 꼭 이루길 바라며 김포 청년의 국회의사당 인턴 생활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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